해를 지나, 다시 살아남기 위해

[르포] 일진다이아몬드 파업 반년…최저임금 늪을 벗어나기 위한 사투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평균 근속이 13년에 달하는데도 그들은 최저임금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족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암울했지만 회사의 괴롭힘은 정말이지 견디기 어려웠다. 공장장이 생산직을 모아놓고 욕설을 퍼붓는 월요일 조회 시간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조회를 하는 날 공장장 기분에 따라 노동자들은 지옥을 오갔다. 작업에 들어갈 때면 매번 핸드폰을 반납했다. 작업 중 핸드폰을 사용하다 걸린 날이면 죽었다 생각했다. 몸이 아파 연차를 쓰겠다고 하면 관리자들이 눈앞에서 연차 신청서를 찢었다. 그래서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수년 동안 장난삼아 ‘노조 좀 만들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2018년 12월 29일, 장난 같던 말이 현실이 됐다. 금속노조 일진 다이아몬드지회를 결성한 지 1년, 그들은 이 시간의 절반을 전면 파업으로 보내며 회사와 싸우고 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마포의 파란 빌딩과 푸른 천막

12월 17일,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본사 사옥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파란색 불빛의 조명이 달렸다. 그 앞 길거리엔 푸른 천막 3동이 있다. 천막에는 약 20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이 넘는데도 적게는 20대, 많아도 40대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십수 년 전 회사는 20대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지역의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했고, 그렇게 젊은 노동자들이 충북 음성의 일진다이아몬드 공장을 채웠다. 형과 동생들은 이제는 서로를 동지라 부르며 파업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천막 안은 매캐한 가스난로 냄새가 가득했다. 가스난로로 12월의 한파를 견디기는 어려웠다. 천막 사이로 계속 웃풍이 몰아친다. 정경구 노조 대의원은 추위보다 마포대교를 달리는 차 소리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정 대의원은 1년 전 노조 설립을 주도한 멤버 중 한 명이다. 아직은 다들 젊기에 이곳 천막생활도, 파업 투쟁도 문제없단다. 그는 이제 자신보다 더 ‘강성’해진 조합원들을 보며 가끔 놀란다. 노조를 만든 지 1주일 만에 생산직 280명 중 250명이 가입한 것부터 신기할 따름이었다.

“파업이 길어지는데도 퇴사자를 제외한 이탈자가 없어요. 저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대해 왔던 것을 보면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 생각했어요. 조합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가 어떤 대응을 해도 조합원들은 콧방귀도 안 뀌어요. 이제는 조합원들이 노조에 더 수위 높은 투쟁을 못 하느냐고 말합니다. 오히려 저희가 조합원을 달래는 입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합원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특히 노조를 만들기 전 회사가 2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배치전환 했어요. 짧게는 며칠 간격의 배치전환을 하는 식으로 노동자를 괴롭혔지요. 조합원들이 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우는지 스토리가 아주 깁니다.” (정경구 일진다이아몬드 대의원)

회사의 괴롭힘 얘기가 나오자, 다른 조합원들도 한 마디씩 얘기를 보탠다. 중간관리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노동자에게는 핸드폰을 반납하게 하는가 하면, 나이 어린 신입 노동자들이 10분 지각을 할 때면 관리자들은 한 시간씩 폭언을 했다. HM생산 쪽에서 작업하다 허리를 다쳐 구급차를 불렀는데 회사가 돌려보낸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노조가 생기기 전,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자를 기만하던 세월이 특히 분했다.

“저는 2018년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이었어요.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저를 뽑았죠. 그해 1월, 첫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인상안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빔 프로젝트까지 준비하면서요. 그러더니 경영지원실장이란 사람이 저를 보자마자 빔 프로젝트를 끄라고 하더군요. 임금협상은 종결됐다면서요. 우리는 협상한 적이 없다고 항의하니까 어용이었던 전년도 노동자위원이 사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뿐만이겠습니까.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안 된다’, ‘내 말 들어라’, ‘너희들이 말을 잘 들으면 생각해 보겠다’는 식이었어요. 우릴 대놓고 하대했죠. 저는 견디지 못하고 한 분기 만에 노사협의회에서 사퇴했습니다.” (배원길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정책부장)

노조를 만든 뒤에도 사측의 노조 혐오는 계속됐다. 노조는 6월 26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8월 12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조는 쟁의활동으로 회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공장 안에 달기 시작했다. 어느 날 현수막을 본 한 상무가 뭐 하는 짓이냐고 노동자들을 다그쳤다. 상무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지회장을 둘러쌌다. 지회장은 그에게 노동자 대표인 자신에게 직책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상무는 ‘넌 나한테 지회장이 아니다. 그냥 기술대리다. 아직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않았으니 널 지회장이라고 부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화가 난 노동자들은 사무실에 몰려가 자신의 대표자를 무시한 처사에 항의했다. 사측은 이때 사무실에 들어온 노동자 약 50명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경고조치뿐이었을까. 노조는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지난 9월 4일부터 11월 6일까지 마포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 사측은 11월 5일 1억8957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의 점거 행위를 방지하고자 보안출입문을 설치하는데 1353만 원, 경비인력 충원에 1억1260만 원, 로비 농성으로 발생한 청소비용 605만 원을 근거를 내세웠다. 또 신세계푸드, 함샤우트, 핑하오 등 일진 빌딩 입점 관계자 146명도 노조 농성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자신들에게 84만 원씩 배상하라는 청구 소송을 11월 8일 제기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음성공장 직장폐쇄, 현장에 떨어진 5억

직장폐쇄 중이지만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충북 음성공장 복지관을 점거하고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마포 천막 농성장에 상주하는 십수 명을 제외한 모든 조합원이 이곳에 있었다. 이들은 복지관 1층의 각 방, 2층의 대강당에서 각자의 텐트와 침낭을 펼쳐놓았다.

이곳에서 만난 김미영 씨는 일진다이아몬드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노동자다. 일진의 여성 노동자는 15명 남짓. 이들은 출산 후 30~40대의 나이에 입사해,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베테랑 노동자들이다. 그중에서도 김미영 씨는 일진에서만 26년을 일한 대선배다. 기계 소리만 듣고도 뭐가 문제인지 아는 숙련공이다. 하루에도 10㎏이 넘는 제품을 몇 번씩 나르며 일을 했다. 조합원 들은 그가 존경받는 선배이자, 파업 투쟁의 버팀목 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씨는 젊은 노동자들이 후배고 동생 같아 자신의 역할이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간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예전부터 여자와 남자의 기본급이 달랐어요. 군필, 대학 졸업 여부를 따져 남자가 여자보다 더 높은 기본급을 받았어요. 고과 평가도 남성 위주였어요. 평가에서 A를 받으면 시급 100원, B는 50원, C는 10원이 올랐는데, 여자는 항상 좋은 고과를 못 받았어요. 20년 차 남성 월급이 저보다 더 많을 정도죠. 한번은 제가 현장에서 오래 일했고 능숙하기도 해서 조장으로 승진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7년 전에 일반사원으로 강등됐죠. 여자라는 이유 말고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항상 회사가 힘들다고 말할 땐 ‘아줌마들 먼저 잘라야 한다’, ‘신랑이 있는데 계속 다닐 필요가 뭐 있냐’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 마다 저는 바른 소리를 했는데 지금은 회사에 완전히 찍힌 사람이 됐어요.” (김미영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

노조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5명이 근골격계 수술을 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회사라 작은 부피의 제품이라도 무게가 상당하다. 텅스텐 강화로 만든 재료만 해도 같은 부피의 강철보다 더 무겁다. 부피는 작지만 푸고 나르기를 반복하다보니 어깨와 손목에 무리가 많이 따른다. 또 공기 중 미세먼지와 금속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고통이다. 좋은 마스크, 국소배기장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회사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런데 직장폐쇄가 시작되고 사무직 노동자들이 대체 생산에 투입된 지금에 와서는, 공장 환경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다. 김 씨는 같은 노동자인데 생산직과 사무직 대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사무직 노동자 약 90명이 대체 생산에 투입됐는데, 이들은 1급 마스크를 쓴다고 했다. 기존 노동자들은 2급 마스크를 쓰고 일해 왔다. 또 노동자 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공장 내부 냉난방 장치도 대체 생산 이후에 여러 대 설치됐다. 성능 좋은 국소배기장치도 들여와 공장 내부의 탁한 공기도 조금은 쾌적해졌다. 파업 노동자들은 차별과 착취를 일상화한 일진에 ‘악질 자본’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같은 날 오후 4시, 파업 노동자들은 공장 안을 돌며 구호를 외치는 ‘현장 순회’를 했다. 노동자 200명은 각 공장 내부에 들어가 ‘불법 대체 생산 중단하라’, ‘성실교섭 촉구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이들은 귀찮다는 듯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예 헤드폰을 낀 노동자도 더러 있었다. 이들은 회사의 지침으로 넥밴드를 차곤 한다. 넥밴드는 목에 두른 카메라 장치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촬영하고 불법성을 덧씌우려는 의도다. 이미 회사는 지난 9월 노조의 쟁의행위를 이유로 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무엇보다 대체 생산으로 인한 품질 저하가 문제다. 현재 파업 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대체 인력 규모는 그 절반 정도다. 따라서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공장 내부엔 빈자리가 유독 많았다. 또한 김대권 노조 사무장은 대체 인력은 숙련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하던 일을 2~3명이 붙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장은 파업 장기화로 사측이 대형 고객의 납품만 처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납품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오너 독식, 임금 동결로 쌓아 올린 일진의 금자탑

일진다이아몬드가 파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곳간에 쌓아놓은 돈 때문일까. 일진다이아몬드의 이익잉여금은 2016년 777억 원, 2017년 865억 원, 2018년 907억 원이다. 영업이익 또한 2016년 47억 원, 2017년 107억 원, 2018년 130억 원으로 높은 이익률을 보였다. 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은 일진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일진그룹의 모든 이익이 총수 일가로 쏠린다는 점이었다. 일진그룹은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티리얼즈, 일진전기, 일진복합소재, 일진유니스코, 일진파트너스 등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를 묶는 지주회사는 일진홀딩스다.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9.1%의 지분을 가진 허정석 대표이사다. 허정석 대표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일진홀딩스가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분 50%를, 일진전기의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다른 상장사 일진머티리얼즈도 차남 허재명이 5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진그룹의 ‘오너 독식’ 구조는 예전부터 논란거리였다. 2019년 일진그룹 5개 상장사의 지배구조 등급은 모두 하위권인 B등급이다. 일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일진파트너스의 전체 매출 대비 일진전기 내부거래 비율을 보면, 2013년 78.6%, 2014년 74.3%, 2015년 65%, 2016년 78.5%, 2017년 43.6%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은 내부거래 금액이 매출의 12%를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 일진은 중견기업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후 일진그룹이 ‘적폐 청산’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취임 3년 차를 지나는 지금, 언론이 전망했던 일진그룹의 적폐 청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시키기 위해 임금을 삭감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2015년 상여금 600% 중 200%를 능률향상수당으로 변경하고, 2016년 능률향상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했다. 2018년에도 남은 상여금 400% 중 200%를 기본급으로 돌렸다. 실질 임금 상승 없이 ‘상여금 녹이기’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당한 꼼수였다.

[출처: 김한주 기자]

다시 열린 교섭, 다시는 지지 않을 싸움

일진다이아몬드 노사 교섭은 더디다. 지난 10월 31일 교섭이 중단됐다가 12월 11일에야 실무교섭이 다시 열렸다. 교섭이 중단된 이유는 징계와 배치전환 문제에서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사측이 노조 조합원을 징계하겠다고 밝힌 것만 약 20건이다. 따라서 노조는 현재 100% 사측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위원회 대표는 사측)로 꾸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동의 없이 괴롭힘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배치전환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강제적으로 배치할 의사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회의록에는 남기지 말자고 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아울러 사측은 단체협약을 먼저 논의한 뒤 임금을 협상 하자는 입장이다. 노조는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만큼 임금 보상 문제를 시급히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기본급 12만3천 원 인상 이다. 이는 금속노조의 기본 임금요구안이다. 또 강탈 당한 상여금 400%의 원상회복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 한다. 홍재준 노조 지회장은 사측이 임금안을 두고는 저울질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년 파업’을 이끄는 홍재준 지회장은 일진 자본이 라는 ‘적폐’를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홍 지회장은 “최저임금 노동자인 우리는 정부와 사회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임금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잔업이 사라지고 연봉이 줄었다”며 “일진 자본은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꼼수란 꼼수는 다 부린다. 그런데도 일진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두려움을 떨쳐냈다. 파업이 길어지는 만큼 노동자들은 서로 더 끈끈해진 것이다. 우리는 질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