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안 된다”...중동과 한반도 평화 위협

89개 시민사회·노동단체, “호르무즈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결정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 노동단체들은 특히 이번 파병이 한반도와 중동 지역의 평화도 위협할 것이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89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방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감안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국제해양안보구상, IMSC)에 참가하는 대신 작전범위를 넓혀 독자적으로 파병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번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파병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 이란 공세로 긴장이 높아진 중동 위기에 한국도 휘말릴 공산이 커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정부는 이번 파병이 독자적이라는 점과 작전지역을 변경할 뿐이라는 점에서 국회 비준 동의를 묻지 않았지만 실제 사실과는 달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에 한국군 장교 2명을 파견하는 한편, 이번 파병 임무는 해적으로부터의 보호 목적으로 파병된 청해부대의 본래 임무에도 어긋난다. 청해부대가 앞서 아덴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앞서 파병된 일본 자위대와도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런 가운데, 파병 반대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군 파병은 “그 지역 안전에 이바지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지역 위험과 불안정을 고조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라며 파병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과 그 이후 이어진 IS의 등장까지 끊이지 않는 분쟁 속에서 중동 민중이 받는 고통과 희생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평화를 염원하는 대중과 함께 끝까지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병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번 파병으로 한국이 미국 대 이란 공세에 휘말려 한반도와 파병 지역의 평화 모두를 위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황윤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서울대표는 “이번 파병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패권 공세에 한국군이 동원된 것이자 트럼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조한 것”이라며 “정부는 작전범위를 확대했을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그 대상이) 해적에서 이란으로, (주도 주체가) 유엔안보리에서 미국으로 바뀐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이종문 민중공동행동 사무처장은 “문 정부의 국정운영기조는 평화인가 전쟁인가”라며 “사드, 지소미아부터 해외파병까지 정부는 한시적이라고 말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지만 이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적으로부터의 보호 임무가 아닌 전쟁터로 젊은이들을 내몰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군사개입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전 노무현 정부가 파병한 이라크 전쟁으로 이라크인들은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과연 정부는 이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비롯해 호르무즈 파병 방침 철회를 위한 행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조언가

    이 기사를 계속 보니까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시인이 생각났네요. 그 전쟁관련 시를 읽을 때 감명을 깊게 받지는 않았지만 어떤 시어들은 그 심오함이 느껴졌고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문학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어쩌면 계산의 시대일지도, 각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그 진보와 퇴보를 그리며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도 그 과정에서 파병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은 미국으로의 이주행렬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들어오지말라고 하며 최루탄까지 쏘아도 밀려들어갑니다. 미국이 (가끔씩) 부익부 빈익빈, 주계엄선포가 심각한 수위이지만 여전히 저 이주행렬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본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말썽쟁이" 트럼프와 미국이 대조되기도 합니다.

  • 조언가

    여기에 러시아의 보수화는 각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깁니다. 사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국의 분쟁을 대부분 조정하는 것 같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수준이 높은 북유럽과 서유럽이라고 해야하겠습니다. 아시아 국가들도 지금은 기회의 시간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지역적으로 첨예한 투쟁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평화로와서.

  • 조언가

    참세상의 기사는 또 박정희 시대의 군대파병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때는 장기집권 시절이라서 해외와 국내에 첨예한 부분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렇게 볼 때 군대파병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의 일관성으로 보이게도 하지만 반드시 성공한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월남파병은 나중에 고엽제와 국가의 착취라는 심각성이 노출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정국불안정은 끊임없는 정치적 대립을 불러일으켰었습니다. 지금 한국은 다양한 집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질적인 수준이 올라갔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국이 불안정한 면도 나란히 상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