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사회공헌예산 고작 0.2%, 중독예방은 0.006%

“마사회는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게 아닌 독점권 보장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는 것”

연간 약 8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한국마사회가, 도박 중독 예방 예산으로는 고작 0.006%를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공헌사업 예산으로는 매출액의 0.2%만을 책정해, 사행성산업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정의당 노동본부는 5일 오전 10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현직 기수와 말관리사 인터뷰와 국회의원실 자료, 기존 연구자료 및 논문을 검토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마사회 사회공헌사업 예산 비중 매출의 0.2%

마사회는 △경마의 시행 △축산발전 △여가선용 도모라는 목적을 위해 설립된 곳이다. 경마라는 사행성산업을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서 존재한다. 마사회는 경마 시행처로서 상금을 걸고 경마를 시행·관리하며, 마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은 7조8000억 원이다. 마사회의 사업 부문별 예산 비중을 살펴보면 경마사업이 98.5%로 압도적이다. 반면 말진흥사업 예산은 1.3%, 사회공헌사업 예산은 0.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마사회는 사행성 산업의 부작용을 없애고 건강한 레저스포츠로서 경마산업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 2018년 기준 마사회 중독예방센터 사업(인건비 제외) 예산은 1억6900만 원으로, 마권입장권 매출액 7조8152억 원의 0.002%수준이다. 마사회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매년 지급하는 43억 원을 포함해도 중독예방 예산은 전체 매출의 0.006%에 불과했다.

2018년 국가기관인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조사 결과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율은 5.4%다. 이는 미국 3.2%, 영국 2.5%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심지어 마사회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홍콩은 1.4%로, 한국의 유병율은 홍콩의 4배에 이른다.

마사회는 홍콩을 운영 모델로 삼고 있지만, 사실상 조직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다. 홍콩은 비영리기구로 시작해 ‘사회공헌(기부)을 위한 경마’를 표방하며 최소 운영 경비를 제하고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 반면 한국마사회는 세수확보를 위한 공기업으로서 사업·수입의 독점권한을 갖고 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공공성에 대한 요구는 공공기관이 올리는 수익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며 “더구나 마사회가 내는 세금은 사업의 독점권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가능했던 고수익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마사회는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며, 독점적 사업권 보장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마기수의 사용자 마사회

기수는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체결하는 개인사업자이지만 마사회는 사용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면허 교부·갱신, 징계권뿐 아니라 기수의 임금과 직결되는 상금의 액수·분배, 기승료를 마사회가 결정하고 있다.

마사회가 기수에게 지급하는 상금은 1~5위까지 뿐이고, 그 비율마저 승자독식으로 임금편차가 높다. 올해 기준 1위 55%, 2위 22%, 3위 14%, 4위 5%, 5위 4%다.

기승계약서에 따르면 조교사가 기수에게 지급하는 조교기승료는 마사회의 권고안을 토대로 지급(제5조 3항)하도록 돼있는 등 기수의 수입에 대한 결정권한은 마사회에 있다. 때문에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은 마사회가 책임의 주체며 단체교섭의 사용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선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기수의 임금 또는 임금에 준하는 수입에 대한 결정권한이 마사회에 일임돼있고 기수의 노무제공에 관한 징계권한 역시 마사회에 일임돼있다”며 “그렇다면 기수의 육성과 채용과정, 임금 결정 과정, 징계권한에 관한 교섭 상대방의 지위는 마사회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는 경마시행규정에 따라 기수와 조교사의 면허 취소나 면허정지까지 할 수 있다. 징계 사유에는 부정행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품위유지 위반이나 주의의무 태만 같이 자의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항목도 존재했다.

또한 마사회는 경마시행규정 심판위원의 규정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벌금의 경우, 기수의 소득을 삭감하는 효과가 있어 고용계약이 아닐지라도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아무리 근로계약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계약의무 불이행을 벌금으로 부과하는 것, 벌금을 마사회가 징수하는 것은 불평등한 규정 및 시행세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20조에는 계약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및 손해배상에 대한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은 마사회에 대한 상급단위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마사회는 7조8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국고보조금 113억 원이 투입됨에도 통합적인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경마장을 설치해도 과태료 10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또한 장관의 권한 및 역할은 경마장 설치 등 사행산업임을 고려한 규제와 회계, 적립금 사용 등 마사회의 재정 문제에만 집중돼있어 권한·역할은 협소하며 강제 수단도 미미하다.

천지선 변호사는 “내부감사, 견제 기관이 형해화된 지금, 외부적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실질적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감독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마사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