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계신 회장님과 교섭을 해야 할까요?

[르포]‘밤에는 잠 좀 자자’ 요구에서 시작된 10년 차 투쟁, 유성기업지회 이야기

[출처: 김한주 기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투쟁이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들었다. 유성기업은 피스턴링과 실린더라이너 등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공장이 있다.

유성기업 문제는 노동조합이 2011년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와 이에 따른 월급제 실행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11차례 교섭에서 사측이 한 번도 안을 제시하지 않자, 노동조합은 정당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쳐 2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직장폐쇄를 하고, 공장에 용역깡패를 투입했다. 그 용역들의 고의적인 차량 돌진으로 13명의 노동자가 큰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그 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10년 가까이 용역들의 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 일상적인 감시와 폭력, 임금삭감, 128명 징계와 해고, 승진차별, 고소고발·손해배상 청구 등의 고통에 시달렸다. 그 과정에서 한광호 씨 등 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일이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진행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고, 창조컨설팅 대표와 전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도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2019년에는 유성기업에 노조 파괴를 지시한 현대차 임원들이 미약하나마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2019년 9월, 유시영 회장은 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과 업무상 횡령 으로 1심(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선고에서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 됐다. 노조파괴를 위해 창조컨설팅에 13억 원을 지급하고, 개인 형사재판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기봉·최성옥 공장장은 각각 징역 1년 4개월,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선고)

그 뒤 유성기업 노사는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를 이루었지만, 수감 중인 유시영 회장의 반대로 잠정합의안마저 파기됐다.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은 여전히 9년 전 요구안인 2011년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주간연속2교대·월급제 교섭 재개,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과 미지급 임금지급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유성기업지회 투쟁 상황을 지난 1월 10일에 있었던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최성옥 공장장 항소심 재판 과정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필자 주>


노동자들한테 용서해달라고 해야지 법원에다가 왜?

1월 10일 오후 12시 30분. 대전고등법원 앞에 도착하니 정인수 씨(가명, 유성기업 영동공장 근무,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소속)가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최성옥 공장장의 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과 업무상 횡령 항소심 선고가 있는 날이다. 인수 씨 뒤에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회사 인적 물적 수단을 통해 노조파괴 및 배임행위. 단 한 차례도 사과 반성 없어. 2013년 이후 100명이 넘는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 1년 10개월은 유성 노동자들이 흘린 피땀에 비해 너무 짧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

“원심 파기하고 3년 6개월 딱 때리면 좋겠어요. 엄중처벌 해야죠.”

이날 오후 파업을 하고 재판을 방청하러 왔다는 인수 씨는 검사나 판사가 정부와 자본에게 손 내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법의 잣대로 구형과 선고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성기업에서 25년 동안 근무했다는 인수 씨는 회장의 잘못된 판단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빨리 끝냈어야 하는데, 괜한 똥고집에 노조파괴하는 데 몇 백억을 다 날리고 회사 돈으로 변호사비 쓰고... 근데 결국 노조파괴 안 됐잖아요. 감옥에 들어가서 자기 살겠다고 선처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돼요? 노동자들한테 용서해달라고 해야지 법원에 하면 돼요? 안되지.”

1시 30분. 법원 앞에 멈춰 선 버스 두 대에서 노동자들이 내린다. 유성기업 아산과 영동 공장에서 근무하는 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유시영 회장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왔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고, 무언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한 노동자가 법원에 들어오며 이야기한다.

“유시영 회장 오늘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쪽에 경찰들이 많이 왔어요.”

이틀 전 사측 임원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5명의 조합원들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유성기업지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전날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특별한 자료나 내용이 추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대폭 늘리면서 기소된 모든 노동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너무나 이례적이다. 특별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경우 항소심은 제1심 양형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성기업 노동자 5인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저는 우리 동지들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간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주변 환경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안 되죠. 원칙대로만 하면 좋겠어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32년 동안 자동차 실린더라이너를 생산해온 김기석 씨는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고 법원에 와있는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석 씨는 2011년 이전에는 노사 간에 얘기가 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중간 역할 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보니 이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유시영 회장이 오늘 나올 거라고 기대할지 모르겠는데, 정의를 생각하면 절대 그래서는 안 돼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요. 많은 과정을 거쳐 어렵게 잠정합의를 한 것도 감옥에 있는 유시영 회장이 다 뒤집어 버렸어요.”

잠정합의에 안도하던 조합원들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지난해 9월 유시영 회장이 법정구속된 후, 교섭을 이어가던 유성기업 노사는 10월 31일 9년 만에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유시영 회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노무담당 대표이사가 참여한 교섭에서 노사는 2010년 단체협약 복원과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사측 노조 조합원들과의 차별로 미지급된 임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소송도 다 취하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상호 노력해보자고 했다. 유성기업지회도 노조파괴에 앞장섰던 어용노조 조합원 징계 요구를 빼는 등 큰 양보를 했다. 그런데 6일 뒤인 11월 6일, 교섭 마무리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사측이 잠정합의를 파기했다. 노동조합은 잠정합의 후 이미 조합원 총회를 하고, 조합원 보고대회까지 마친 상태였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저희가 요구한 것이 13개 항목이었어요. 10년 싸웠는데, 13개 항목이면 많지 않습니다. 13가지 항목 중에서 8가지 항목을 파기했습니다. 100을 합의했다고 하면 파기된 게 70 이상이에요. 그렇게는 합의할 수 없잖아요? 이 잠정합의를 감옥에 계신 유시영 회장님이 다 파기해 버렸어요. 저희가 감옥에 가서 회장님과 교섭을 할 수도 없고, 저희는 누구랑 교섭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유성기업은 잠정합의를 파기하기 위해 “제3자가 중재하는 교섭을 다시 하자”는 ‘꼼수’를 썼다고 했다. 회사는 노동부에 가서 제3자가 되어달라고 했고, 노동조합은 잠정합의를 무효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그게 안 되니까 종교계에 가서 ‘3자가 되어주십시오’ 했는데, 종교계도 작년에 회사한테 굉장히 많이 농락을 당하면서 또 들러리 설 수 없다고 한 거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회사가 중노위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어요. 거기 근로감독관이 여태까지 회사가 조정 신청한 것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도성대 지회장은 잠정합의를 했던 안은 노동조합도 큰 양보를 한 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잠정합의 했습니다’ 하고 보고대회를 했는데, 그때 조합원들이 안도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회장님은 6억 공탁 감형, 노동자는 공탁 못하게 막아 구속

“이틀 전에 우리 동지 5명이 구속이 됐습니다. 재판부가 이번에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 최성옥 공장장을 어떻게 처벌하는지 우리 조합원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야 될 것 같습니다. 힘 있게 구호 한 번 하고 재판 방청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배임횡령 노조파괴 유시영을 엄벌하라!”

구호를 선창한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교육부장은 정작 본인은 떨려서 재판정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시영 회장은 물론이고 이기봉·최성옥 공장장의 책임도 크기 때문에 모두 엄중 처벌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법원 안에 길게 줄을 선 노동자들이 한 명씩 검색대를 지나 법정으로 이동한다.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렸는데, 법원 측은 좌석 수만큼 입장을 허용하겠다며 서서 방청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막는다.

“재판의 원활한 과정을 위해서 재판장님이 진행을 하는 거니까 일단 나가 있으세요.”

“관계자들인데 봐야 될 거 아니에요.”

“우리 조합원들 방청하려고 파업하고 왔어. 안 그러면 여기 왜 와? 통로 충분하네.”

결국 많은 노동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이미 법정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내보내기도 했다. 재판정에 들어오니 사측 관계자들은 이미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2시 20분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최성옥 공장장이 피고인석에 앉는다. 법정 안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준명 재판장은 재판을 시작하기 전, 10년 간 노사간·노노간의 깊은 갈등으로 희생과 손실이 있었다는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번 판결이 공소사실 증거를 토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고심해서 결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판결문에는 “피고인들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기 위해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으로 합계 13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한 범행의 동기가 불량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도 상당하여 그 죄질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본인 및 직원들이 형사사건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자 회사의 비용으로 그 변호사 선임료를 지급하여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기도 하였다”며 피고인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주문을 낭독하며 원심 판결 파기를 선고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유시영을 징역 1년 4개월에, 벌금 5백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유시영 회장의 징역형이 6개월 감형됐고, 이기봉·최성옥 공장장도 징역형과 집행유예 기간이 줄었다. 항소심 판결에서는 피고인 3명이 사용한 변호사 비용을 본인들을 위한 선임 비용과 유성기업이라는 법인을 위해 사용한 비용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1심에서 선고한 전체 횡령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해당 비용 일부에 대해서만 횡령으로 인정했다. 또,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배임 범행과 일부 횡령 범행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유시영 회장이 6억6천만 원 가량의 금액을 공탁해 피해자 유성기업의 재산상 손해는 향후 회복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 재판에서 피해자는 ‘유성기업’으로 명시됐다. 유성기업 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지난 9년 동안 가장 많은 물적·인적·심적 피해를 입은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은 이 재판에서 피해자로 고려조차 되지 못했다.

6개월 형량 줄어 행복하세요?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이기봉·최성옥 공장장을 포함한 회사 관리자들에게 항의를 한다.

“언제까지 끌고 갈 건데요? 감옥만 갔다 오면 끝입니까? 피해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말씀 좀 한번 해보세요. 무죄는 아니잖아요. 판사님이 노조파괴 했다고 얘기하시잖아요. 형량이 좀 줄었을 뿐이잖아요. 우리한테 사과 한마디 했어요? 반성문은 누구한테 보내는 겁니까? 왜 재판부에 반성문을 보내요? 우리한테는 사과 한마디 안하면서. 6개월 줄어서 좋습니까? 회장님 구속된 게? 그저께 우리 조합원 5명이 구속됐어요.”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교육부장)

  재판이 끝나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요? 이제 그만하면 됐잖아요. 잠정합의 했으면 최소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 뭐 때문에 뒤집습니까? 회장님 나올 거라고 생각하셨죠? 6개월 줄은 게 행복하세요? 감옥에 있는 사람이 모든 걸 다 뒤집으면 누구랑 회의를 하고 누구랑 얘기를 해야 되냐고요. 감옥에 있는 사람은 만나 주지도 않고.”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도성대 아산지회장은 지난 8일 조합원들에 대한 선고와 비교했을 때, 이날 판결은 양형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중되는 양형 사유가 없었음에도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1심보다 2배 이상의 양형을 선고했다.

“오늘 유시영 배임 횡령 사건에서는 공탁을 걸었다는 이유로 형량이 6개월 감형됐습니다. 우리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치료비로 공탁을 걸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는데, (법원에서)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고 우리가 주소를 알아보면 불법이라고 공탁을 걸지 못하게 했어요. 우리도 공탁을 걸었으면 훨씬 더 낮은 형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것조차도 편파적으로 못하게 막으면서 형량을 높였습니다.”

노동자들이 분노와 황망함이 섞인 표정으로 법원을 나선다.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심 선고 때와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아산공장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한 조합원은 후배들 때문에 왔는데, 매우 화가 난다고 했다.

“억울해요. 동지들 재구속 소식 듣고 술 한 잔 먹고 너무 화가 나서 울었어요. 여태까지 10년 동안 싸워왔는데, 유성 자본이 손 들 때까지 우리 동지들이 힘내서 열심히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10년을 싸워온 회사에 대한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래도 애정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정인수(가명) 씨는 “(애정은) 쥐뿔도 없다”고 했다. 그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왜 투쟁은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한 곳에서 같이 어울리며 땀 흘리고, 땀 냄새 같이 맡던 동지들이 있으니까 그나마 못 버리고 이렇게 같이 오는 거죠. 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