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농성장 폭력 철거…6명 후송, 4명 연행

[종합] 상황실 천막 철거 완료, 분향소와 운구차 남겨져

  문중원 열사의 부인 오은주 씨.

종로구청 용역과 경찰이 고 문중원 기수 대책위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종로구청 직원 약 100명, 용역 200여 명은 27일 오전 문중원 대책위 상황실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문중원 열사의 부인인 오은주 씨를 포함해 6명이 응급 후송됐다. 또 강제 철거를 막으려는 시민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문중원 대책위는 “참을 수 없는 참담함과 끓어오르는 분노로 오늘의 비극을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이 정권에 오늘의 폭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열사가 목숨으로 고발한 마사회 등 공기업의 부정과 비리, 나아가 이 정권의 거짓말과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종로구청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 광장 인근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에 대책위 측은 이 농성장은 대규모 집회를 위한 것이 아닌 추모 공간이라며 철거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로구청은 오전 7시 25분부터 광화문 광장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먼저 세종로 소공원 측 보수단체 천막을 해체하고, 오전 8시경 부터 대책위 상황실 농성장 철거를 시도했다. 철거를 막으려는 노동자, 시민 약 200명은 상황실을 둘러싸고 스크럼을 짰다. 길 건너편에 있는 분향소와 운구차 앞에서는 시민들이 몸에 쇠사슬을 묶고 연좌했다. 용역과 경찰은 상황실 앞 시민들을 끌어냈고, 2시간 넘게 이어진 충돌 끝에 오전 9시 50분경 상황실 농성장이 완전히 철거됐다. 이날 배치된 경찰병력 규모는 12개 중대에 달한다.

용역과 경찰은 농성 천막 안에 유족을 비롯한 시민이 있었는데도 커터칼로 천막을 찢고 진입해 천막 구조물과 모든 집기를 부쉈다. 용역은 유족에게까지 물리력을 행사했다. 문중원 열사의 부인 오은주 씨는 현재 탈진으로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유족과 함께 자리를 지켰던 고 김용균 청년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탈진으로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10시경 용역과 경찰은 분향소와 운구차가 있는 천막 두 동을 남겨놓고 철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상황실이 철거됐으나 분향소가 남아있는 만큼 다시 농성 천막을 쳐서 이곳을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철거 이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부가 이 참담한 폭거의 명분을 바이러스 탓으로 돌릴 것을 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얄팍한 거짓말일 뿐”이라며 “유족들과 대책위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로, 108배로 거리에 나서 호소하는 것을 제외하고, 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모든 협조를 다 했다. 예방조치에 각별히 주의해 의심환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나아가 주말마다 수만 명이 몰리는 경마장의 폐장을 요구했고,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 집회를 스스로 취소 연기까지 했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진상규명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어떤 진지한 노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진실이 이러한데도 유족의 호소를 외면한 것도 모자라 이 정권은 전염병을 핑계로, 비리 척결을 위해 목숨 바친 고인의 염원을 잔인무도하게 유린했다”고 규탄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27일 오전 11시경 이낙연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농성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전 국무총리 이낙연 예비후보는 2017년 부산경남경마공원 박경근, 이현중 열사 투쟁 당시 다시는 한국마사회에 이런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정부와 여당의 농성장 폭력 침탈에 유족과 대책위, 노조는 더 참을 수 없다. 당장 강제 철거에 사과하고 즉각 원상 복구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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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문중원 농성장 강제철거는 이번이 몇 번째입니까. 공공운수노조는 이낙연 후보의 사무실로 갔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프레지던트도 이낙연 후보도 오른 쪽으로만 가면 안전하다고 판단을 하나봅니다.
    "고인 김태균"은 동명이인입니까 동명일인입니까. 어떠한 갈등으로 똑같은 이름이 예전에도 나오고 지금도 나옵니까.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는 하나의 길로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국가별로 전혀 다른 정책을 펼치기도 했잖습니까. 예전 아이엠에프 때 멕시코는 한국과 상반된 경제정책을 펼쳤던 것으로 압니다.
    경사노위는 해산하고 프레지던트가 "노동계"의 실질적인 리더들을 한번 만나서 대등한 입장으로 대승적 결단을 한번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정책실장 김상조분이 청와대에 계셔야 하는 이유나, 배경을 모르겠습니다. 프레지던트의 정책에 대한 의지가 일관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아무튼 프레지던트 주변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비롯하여 우파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이 너무 많이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금의 노동정책은 좌파가 노동조합의 간판을 확대하는 형식을, 좌-우파가 노동력을 착취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다를 수 있지만

  • 아저씨

    1 고전적 의미의 착취, 2 자본과 상업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노동(력)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 3 자본과 상업의 가치는 상승하지만 노동력의 가치가 하락하여 발생하는 착취, 4 마르크스의 절대착취논리("정신노동"에 의한 "육체노동"의 착취)

    이렇게 볼 때 1과 3은 같습니다. 2는 산업화 초기와 새로운 사업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현상으로 기업가(창업자)가 투자, 설비, 제조, 시장개척, 판매 등의 전 과정을 거쳐서 이익을 내는 모습에 가까워. 창업자는 그야말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한 몸에 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한국의 대기업을 예로 든 것은 아닙니다. 3은 오늘날처럼 자본과 상업이 절대화하여 나타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