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 아이들의 ‘아빠와 크레파스’

‘꿀잠’, 고 문중원 기수 아이들의 선물 잔치 열어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은 지난 5일 오후 4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꿀잠에서 고 문중원 기수 아이들을 위한 소박한 선물 잔치, ‘아빠와 크레파스’를 열었다. 노조, 시민사회단체와 개인으로 참여한 약 30여 명의 사람들은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고 문중원 기수의 9살 딸, 7살 아들을 위해 선물 잔치를 준비했다.

“페이스페인팅 하러 가자”는 한마디에 아이들은 우르르 1층으로 올라간다. 선물 잔치에는 고 문중원 기수 아이들뿐 아니라 참여자들의 자녀도 초대됐다.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한 꿀잠 1층은 달고나부터 파운드 케이크, 생선요리 등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의 주방장은 세종호텔 고진수 요리사다.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이었던 그는 “단식에 들어간 아이들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아이들의 엄마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과 모인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으면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고 문중원 기수 부인인 오은주 씨가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동조 단식으로 비정규직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5명과 고 문중원 기수 동료 1명 등 6명이 함께하고 있다.


꿀잠에 방문한 오은주 씨와 동조단식자인 명숙 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단식 이틀째지만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이들과 만난 오은주 씨는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주방장 옆의 마인우 씨는 쿠키 반죽을 능숙하게 밀고 있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어머니를 따라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해 밥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인우 씨의 어머니는 ‘우리밥연대’에 소속된 활동가로 김천 톨게이트, 구미 아사히글라스, 강남역 삼성 농성장을 다니며 밥을 지어왔다. 세월호 투쟁부터 활동을 시작한 김주휘 씨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고 문중원 기수 대책위 농성장이 강제 철거되는 것을 보고 연대하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종로구청의 농성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아이들의 어머니인 오은주 씨는 실신했고, 할아버지인 오준식 씨는 갈비뼈 부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보물찾기 하자”는 말에 아이들은 다시 지하 1층으로 뛰어간다. 분명 페이스페인팅을 받자고 1층에 있었지만 아이들은 가면만 쓰고 있을 뿐, 정작 페이스페인팅은 삼촌이 받았다. 조합원 삼촌은 ‘곰 아저씨’가 됐다. 세 명의 아이들은 다소 과격하게 곰 아저씨하게 뛰어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만, 그만”, “삼촌 다쳐”라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빠와 크레파스’ 행사의 진행자는 따로 없다. 이사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활동가는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과 오은주 씨가 단식에 들어가 내가 담당을 하고 있긴 하다”며 “이 자리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리다. 보물찾기, 페이스페인팅, 마술공연이 진행되고 저녁 7시부터는 함께 식사한다”고 말했다. 취지대로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신나게 뛰어논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