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파업 현장투쟁으로 전환, We'll be back soon∼!!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13)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의 직접고용 투쟁 이야기③

지난 2월 7일부터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 20일 간의 파업 투쟁을 했다. 3일 동안 채희봉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 농성도 진행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에 대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2년 넘게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전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자회사 전환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연말에는 전 직종 직접고용 안을 냈다. 하지만 정년을 60세로 단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이 ‘청년선호 일자리’라며 공개채용을 하겠다고 했다. 단서들에 관한 의견을 좁혀볼 틈도 없이 한국가스공사 측은 최근 다시 소방·파견을 제외한 전 직종에 대한 자회사 전환을 주장했다. 직접 고용 안은 ‘개인의 안’이었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대구지역 코로나 19 확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조합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20일 만에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물 출입을 막고, 화장실에서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역 경영 안정을 위해 200억 원의 ‘상생펀드 특별 지원’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억 3천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살균소독제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 한 장, 손소독제 한 통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5일차 파업투쟁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삶과 직접고용 투쟁 과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필자 주>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그것이 공정

홍 지부장은 용역회사 비정규직의 이직률이 높다보니 채용할 때도 신중을 기하게 된다고 했다.

“저는 직원들하고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능력이 많은 것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 기술은 배우면 된다. 건물이나 장비, 설비는 어차피 누구든지 새로 배워야 된다. 기술있는 사람한테 배우고 서로 교류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홍 지부장은 이직률이 심하고 꾸준하게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그동안 65세 미만에 해당하면 나이 고려 없이 채용해 온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이 조직 융화를 위해 본인들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을 뽑아달라는 지속적인 요청을 하고 있지만, 그 요구를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취업난 때문에 청년들의 지원율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일할 마음이 있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몇 번 씩 공고를 내도 젊은 노동자를 채용하는 게 어렵다. 현재 근무하는 소수의 젊은 노동자들은 그렇게 해서 들어온 것이지, 청년선호 일자리라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청년이 기피하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어느 날 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 공개 경쟁채용 하겠다며, 일인당 5천 평에 가까운 조경 업무를 하다가 산재 까지 당한 노동자를 내쫓는 것이 공정이냐는 질문이다.

“정규직 전환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 시험도 안치고 팔자를 고친다느니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기사에 그런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우리의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인 것인 양 포장해서 반대하고 있는데요. 뻑 하면 ‘시험 쳐서 들어와라.’ 정규직 전환 취지하고 전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잖아요.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비정규직들의 노동에 대해 공정한 처우를 해주고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꾸어 주라는 거잖아요. 그게 공정 아닌가요?”

홍 지부장은 총 예산을 놓고 봤을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스공사 기존 정규직들의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저희는 처음부터 별도 직군, 별도 임금을 주장했어요. 우리가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우리가 받던 임금 그대로 받겠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단, 용역회사에서 가져가던 일반관리비나 이윤을 우리가 용역회사 거칠 필요 없이 바로 받겠다. 직접고용으로 신분이 바뀐다고 해서 가스공사 정규직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가스공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가 않습니다. 비정규직 업무는 시설, 미화, 전산, 특수경비... 이렇게 구분이 되죠. 서로 이해관계나 충돌도 없습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에서 요구하는 별도 직군, 별도 임금 안은 ‘진짜 정규직이 아닌 무늬만 정규직’ 또는 ‘중규직’이라고 불리던 고용안정만 보장된 무기계약직이다. 이 안이 지나치게 양보한 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홍종표 지부장은 노동운동 내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소극적인 직접고용 안 조차 한국가스공사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반대를 하고 있다. 또, 관련된 자료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고, 자회사 전환만을 주장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2월 21일 오후 2시, 퇴근한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연정]

세상을 바꾸는 투쟁, 너와 나 우리 함께 가지요

민석 씨는 정부 지침 이행을 요구하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와이프도 걱정을 많이 해요 근데 걱정만 하면 세상이 안 바뀌잖아요. 열심히 해서 뭐라도 바꾸면 우리 애들한테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내가 자랑스럽고, 힘들어도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 없으니까. 이런 걱정, 저런 걱정 하면 아무도 할 사람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거예요.”

민석 씨는 공공기관인데도 이런데, 다른 사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황이 더 안 좋을 거라고 했다. 공공기관이 먼저 차별을 없애야 다른 곳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옆에서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가지요 그렇게 가지요 너와 나 우리 함께 가지요
새벽별 쓰라린 가슴 안고 그렇게 우린 걸어가지요
맑은 빛 어둠속에 사라져 진실이 외로움에 흔들릴 때
내 어깨 잡아주던 그대 손 당신은 나의 사람입니다


한국가스공사 건물을 바라보며 <가지요> 노래에 맞춰 다 함께 흥겹고 신나는 율동을 하고, <파업가>를 부르며 15일 차 파업출정식을 마무리한다.

잠시 쉬었다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별로 토론을 시작한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투쟁을 어떻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알리고 있건만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 여건은 녹록치가 않다. 코로나19 문제로 전날 대구 시내 집회가 취소됐고, 2월 27일로 예정됐던 공공운수노조 집회가 취소되는 등 투쟁을 알리고 연대를 모으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염려 되고 있다.

개인 차량에 현수막을 부착해 시위를 하거나 1인용 텐트를 가져와서 시위를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성금을 모아 신문광고 게재를 하자는 의견이나 채희봉 사장 집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 상황에서 이슈화도 어렵고, 자칫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니 일단 현장에 복귀했다가 다시 파업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직접고용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가스공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안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지금 끝장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누군가 서로 위로하면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쟁의권이 없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선전전 말고 율동을 배워서 함께 하는 등 다양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명 한 명 마음을 모아 투쟁을 결의한다. 미화노동자들은 4월까지 파업을 하겠다는 결의도 했다.

  현장 복귀에 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현장복귀 결정을 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I'll be back,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부 지침대로만

“해고 없는 직접고용 가스공사 결단하라!”
“비정규직 탄압하는 가스공사 규탄한다!”
“또다시 비정규직 자회사를 반대한다!”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이다 직접고용 쟁취하자!”

조별 토론을 마치고 점심 선전전을 시작한다. 오후 2시가 되자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요일 오후 2시에 조기퇴근을 한다.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이들을 위해 한국가스공사는 서울-대구를 왕복하는 버스 3대를 운행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배낭과 여행용 가방을 끌고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을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간다.

텅 빈 셔틀버스가 출발하고,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접는다. 정규직이 모두 떠나버렸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한국가스공사 건물 안에서 일 하고 있다.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렸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손 씻는 것조차 막았다. 결국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월 25~26일 이틀 동안 치열한 논의와 고민 끝에 20일 간의 파업투쟁을 중단하고, 2월 27일 현장 복귀를 결정한다. 코로나19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결정이었다. 현장 복귀를 하자마자 한국가스공사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국가스공사는 2월 24일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 안정을 위해 200억 원의 ‘상생펀드 특별 지원’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다음날에는 지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억 3천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살균소독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계속 홍보하고 있다. 그 ‘온정의’ 마음이 왜 같은 건물 안에서 수십 년 동한 한국가스공사 업무를 함께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향하지 못하는지 씁쓸하다. 한국가스공사도, 용역회사도 현재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마스크 한 장 손도독제 하나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마저도 ‘원청 사용자성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각을 들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런 예우는 바라지는 않아요. 마스크? 줘도 상관없고, 안 줘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직접고용이에요” 어디선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박현숙 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정부의 공공무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대로 한국가스공사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하던 그 자리에 직접고용 하고, 원래 정년대로 일 하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