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비정규직 쿠팡맨은 왜 새벽 배송을 하다 목숨을 잃었나

신입 비정규직 쿠팡맨이 60%, 계약해지 빈번...노동강도 높이는 임금시스템

지난 12일 입사 13일 된 비정규직 쿠팡맨이 새벽 배송 중 사망한 가운데, 쿠팡맨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쿠팡맨 대부분이 1년 만에 계약해지를 당하거나, 높은 노동 강도를 견디다 퇴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임금테이블은 임금을 올리기 위해 휴게시간까지 버리며 일을 해야 하는 구조였다.

2년 후 ‘정규직 쿠팡맨’이라는 꿈, 사실상 1년 만에 계약 해지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지부)에 따르면 이른바 ‘쿠팡맨’이라 불리는 전국 쿠팡 배송노동자7천여 명 중 약 80%가량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입사 후 3개월의 수습기간을 통과할 시 1년 마다 평가와 연동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쿠팡맨은 2년차가 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정규직 전환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부에 따르면 쿠팡 배송노동자 중 60%는 신입 쿠팡맨인 ‘라이트 쿠팡맨’이다. 이들은 기존 쿠팡맨(노멀 쿠팡맨)의 75%를 일하고 월급여도 적게 받는 비정규직이다. 쿠팡맨의 대다수가 라이트 쿠팡맨인 이유는 노동강도가 높아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는 경우를 포함해 계약해지가 빈번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계약해지의 유형은 3개월 수습기간 탈락 혹은 1년 단위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다. 평가가 좋아야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할 수 있다.

김한별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회사는 2년 동안 쿠팡맨으로 일하면 90%가 정규직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100명이 입사를 해도 평가에서 해고당하다 보니 5~10명 정도가 남는다. 쿠팡 측이 이 사람들만을 정규직 대상으로 해석해 90%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쿠팡지부 조직부장 역시 “정규직 비율도 전체 쿠팡맨 중 20~30%에 불과하다”며 “1년 재계약을 하고 2년차 때 정규직 면접을 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계약해지 되고 있다.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강도 높이는 쿠팡맨 임금시스템

쿠팡맨의 임금은 지난 6년 동안 동결 상태였다. 반면 쿠팡의 2014년 매출액은 3484억 원에서 지난해 4조4147억 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부터다. 로켓배송은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통해 업체가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4월에는 쿠팡이 ‘잡레벨’이라는 임금테이블을 도입했다. 분기별 평가를 통해 쿠팡맨의 등급을 1~9등급으로 나누는 시스템이다. 평가에 따른 등급 승격이 이뤄져야 임금이 인상된다. 김한별 조직부장은 “1레벨에서 6레벨이 된다고 임금 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테이블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기본급 인상이 아닌 등급에 따른 인상 방식은 경쟁과 노동노건을 악화시킨다. 기본급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는 정진영 조직부장은 “쿠팡이 생기고 나서부터 임금인상은 없었다. 나도 5년차 이지만 야간 쿠팡맨이기 때문에 야간수당을 받을 뿐”이라며 “7등급 이상이 되면 확실히 임금이 오른 것인데 7등급 이상 쿠팡맨이 없을뿐더러, 7~10년을 일해야 월급이 오른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잡레벨은) 누적점수로 레벨업을 결정하고, 레벨업을 해야 임금이 인상되는 구조다. 평가를 통하다 보니 근속수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벨업을 위한 누적점수는 개별 물량에 대한 실적과 연동돼있다. 노선별로 소화해야하는 기준치인 ‘베이스라인’ 이상으로 일을 하면 누적점수가 쌓인다. 베이스라인 이상의 실적을 쌓으려면 휴게시간을 버리며 초과노동을 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휴게시간까지 일을 하며 누적 점수를 쌓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조에 따르면 1~2레벨은 주로 라이트 쿠팡맨들이다. 그리고 쿠팡맨의 대부분은 1~5레벨에 몰려있다. 6레벨엔 전체 쿠팡맨 7천여 명 중 12명뿐이며, 7레벨 이상인 쿠팡 배송노동자는 없다. 쿠팡이 2010년에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도달기준이 높다. 노동강도가 높고 계약해지가 빈번해 최고 레벨로 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산업재해로 한동안 근무를 하지 못하거나, 근무일수나 배송일수가 부족하면 누적 점수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임금동결, 고용형태도 똑같지만 늘어만 가는 물량

이뿐 아니라 쿠팡의 성장에 따른 물량 증가로 쿠팡맨의 노동강도는 점점 강화돼 왔다. 노조에 따르면 2014년 이전 쿠팡맨 한 명당 60~70가구 정도를 담당했다면, 현재는 두 배가 넘는 120~140가구에 배송을 하고 있다.

야간 쿠팡맨들은 휴게시간을 보장받기 더욱 어려운 구조다. 당일 신선식품을 새벽 7시 내로 배송해야 하는 ‘로켓프레시 배송’ 때문이다. 관리직인 CL(Camp Leader)의 당일 물량을 완료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정진영 조직부장은 “노조가 있는 캠프는 CL에게 저항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휴게시간을 쓰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에 따라 평균 120~140가구에 배송을 한다”며 “하지만 노조가 없는 경우는 휴게시간 없이 170~180가구의 배송을 담당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쿠팡지부는 2018년부터 쿠팡과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진척이 없다. 노조에서는 회사측에 △6년째 임금동결 △비정규직 양산 △배송물량증가에 따른 노동강도 심화 △전환배치 및 수시로 바뀌는 업무환경 △고정 야간배송 노동강도 증가 등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정진영 조직부장은 “회사는 노조 측 안에 대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진전되는 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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