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홈리스가 의지한 모든 것이 사라지다

[이슈2]급식 중단, 강제 퇴거, 역사 의자 폐쇄까지

①코로나19, 홈리스가 의지한 모든 것이 사라지다
②코로나 벼랑 끝 홈리스…“적정 주거가 답”




#1 서울역

“서울역에 이렇게 홈리스가 없는 건 처음이에요. 지금 경비들은 코로나를 빌미로 평소에도 눈엣가시였던 홈리스를 전부 다 밀어내고 있어요. 경비가 역내뿐만 아니라 서울역 밖 계단까지 내려와 있어요. 코로나 이전에도 손님들이 혐오감을 느끼니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하던 경비들이 코로나라는 완전한 명분을 얻은 거죠.” (기자를 서울역 인근 홈리스 생활 지역으로 안내한 A씨)

20일 저녁, 서울역 2층 대합실은 한산했다. 열차 이용객도, 홈리스도 눈에 띄지 않았다. 도대체 그 많던 서울역의 홈리스는 어디로 갔을까. 한 홈리스와 동행해 역내로 들어가니 대합실 벤치가 ‘접근금지’ 띠로 둘러싸여 있었다. 홈리스가 주로 머무는 의자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구석진 곳에서 몇몇의 홈리스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기자와 홈리스가 역내를 오가니 ‘까마귀’가 뒤따라왔다. 자칫하면 내쫓을 태세였다. (홈리스는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옷차림을 한 서울역 용역 경비를 ‘까마귀’라고 부른다. 용역 경비는 2011년 ‘서울역 야간 노숙 행위 금지’ 조치 시행에 따라 한국철도공사가 고용한 이들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홈리스가 없는데도,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계속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었다.

2층 대합실은 홈리스가 많이 머무는 곳이 아니다. 홈리스들은 까마귀를 피해, 열차 이용객의 눈을 피해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몰린다. 그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서울역과 공항철도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평소 철도경찰이 홈리스를 유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목에는 카페들이 있어 몇 개의 의자와 탁자가 비치돼 있다. 탁자가 높아 상체를 기대 쪽잠을 청하기 편했던 곳이다. 그런데 현재 이 탁자와 의자에는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의자 사용을 중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탁자의 높이도 낮아져 잠을 자기 불편해졌다. 지하 3층 공항철도 개찰구 앞 벤치도 ‘접근금지’를 알리는 노란 띠로 둘러싸였다. 여기는 약 5명의 홈리스가 자리하던 곳이었다. 한 철도경찰은 “(벤치는) 3일 전(3월 17일)에 폐쇄했고, 노숙인 감염자가 나오진 않았으나 예방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2번 출구부터 연세세브란스빌딩까지 이어지는 지하 통로. 이곳엔 20명 남짓한 홈리스가 모여 있다. 유동인구가 적은 까닭에 대부분 홈리스가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따금 이곳에는 ‘빵줄’이 만들어진다. 봉사단체가 여기서 간단한 음식을 자주 나눠주기 때문에 홈리스들이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벽에 붙은 한 안내문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봉사단 활동이 당분간 중단 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오늘 저녁은 떡으로 때웠어요. ○○○(무료급식소)에서 준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밥이 떡으로 바뀌었대요.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는데 다들 불평하죠. 떡도 안에서 못 먹게 하고 밖에서 먹으라 하더라고요.” (서울역 2번 출구 지하 통로에서 만난 홈리스 B씨)

“6시쯤 갔는데 저녁을 못 먹었어요. 목사가 (식사는) 끝났다면서요. 지팡이 짚고 가니까 (남들보다 느려서) 별수 없지요. 배고픈데 어떻게 하겠어요.” (서울역 2번 출구 지하 통로에서 만난 홈리스 C씨)

매주 홈리스 인권지킴이 활동에 나서는 홈리스행동과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무료급식소 소중한사람들 관계자는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역 일대 무료급식소가 대부분 폐쇄됐다. 그래서 아직 운영 중인 이곳으로 평소의 2배에 달하는 노숙인(400명 이상)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또 밥과 반찬 등 조리된 음식으로 배급하던 급식소들이 컵라면, 떡, 빵같이 간단한 식품으로 대체하는 일이 잦아졌다. 배급 시간을 축소해 운영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2 용산역

용산역 부근에서 홈리스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용산역과 아이파크면세점 사이에 숨겨진 야외 텐트촌이다. 13일 저녁, 용산역 뒤편 우거진 수풀 사이에 있는 쪽문을 지나니 천막 십 수 동이 나타났다. 용산역에서 만난 홈리스 D씨는 이 텐트촌에 15명가량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30명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2월 말, 텐트촌에 공지문 한 장이 붙었다. 수요일마다 이곳을 방문하는 봉사단체가 코로나19로 무료급식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곳 텐트촌에는 요일마다 다른 종교 및 봉사단체가 무료급식을 하러 온다. 아직 급식을 유지하는 단체가 있지만, 전처럼 매일 끼니를 챙길 수는 없다. D씨는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홈리스 E씨는 낮에는 용산에서, 밤에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두 끼도 챙기지 못한다고 했다. E씨는 아침은 컵라면, 점심은 도시락 정도로 때우고 있었다. 용산역은 서울역과 달리 무료급식소, 진료소가 현저히 적다. 때문에 용산역 홈리스들은 거리 급식이 아니면 직접 급식소를 찾아 떠나야 한다. 지금 이곳의 홈리스들은 성남까지 내려가 식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지금 하루 한 끼 먹으면 잘 먹는 거예요. 청량리 쪽에 있는 ○○는 문을 닫았어요. 제기동 ○○○○○성당은 예전엔 밥을 줬는데 지금은 도시락을 주더라고요. 밥으로 급식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이 있었대요. (보건복지부는 2월 25일 홈리스가 이용하는 무료급식소들에 ‘가급적 도시락으로 대체’하라는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급식소 운영시간도 축소했어요. 예전에는 오전 11시 50분에서 오후 2시까지였는데, 지금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해요. 그런데도 문 닫은 곳이 많으니 450명 정도가 여기로 몰려요. 설 이후로 계속 이런 상황이에요. 사스나 메르스 때도 이러진 않았어요.” (용산역 대합실에서 만난 홈리스 E씨)

홈리스행동 형진 활동가는 “한국의 무료급식소들은 거의 민간위탁 구조로 돼 있다”며 “공영급식소가 적은 까닭에 급식, 의료 공백 사태가 반복해서 벌어진다. 그간 지방정부는 급식소 장소만 빌려주고, 종교나 봉사단체들이 그 장소에서 업체를 운영했다. 이런 구조로는 질 좋은 급식, 안정적인 급식을 제공할 수 없다. 하루 세끼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공영급식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 노숙인자활시설

F씨는 수원의 한 노숙인자활시설에 거주하는 택배 노동자다. 노숙인자활시설은 노숙인복지법상 홈리스의 자립을 위해 직업상담, 훈련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소자의 의식주를 보장하는 곳이다. 3월 24일 F씨는 시설로부터 사실상 강제 퇴거를 당했다. 시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소자의 외출을 금지하고 밖으로 출근하는 입소자는 시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홈리스행동과 함께 시설을 상대로 3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현재 시설에서 쫓겨난 그는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퇴소도 퇴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시설 퇴소로 처리되면 의료지원이 끊긴다. 그는 의료지원을 통해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한 달에 약 3만 원어치다. 시설 홈리스로서 약값을 감당하기 버거운 비용이다. 만약 퇴사를 한다면 생계가 막힌다. 그동안 그는 일을 해서 생활을 꾸리겠다는 다짐으로 점심도 굶어가며 아침 7시부터 택배 노동을 했다.

“코로나19가 위험한 건 알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다시 살아보려고 시설에 입소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직장을 그만두고 시설 안에서만 지내든가, 아니면 일하면서 밖에서만 살든가, 대책 없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코로나19가 걱정이면, 시설이 입소자에게 주거 지원을 해서 일정 기간 밖에 있도록 할 수 있지 않나요? 자활시설이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을 내리누르면 안 되죠. 화가 많이 났어요.” (H노숙인자활시설에서 퇴거 당한 F씨)

F씨뿐만이 아니었다. F씨를 제외한 15명의 입소자 중 2명이 마찬가지로 쫓겨났다. F씨에 따르면 다른 두 명은 자활시설이 연결한 ‘리스타트’ 사업단에 소속된 노동자로, 시설에서 쫓겨난 뒤 여관방에서 지냈다. F씨는 해당 문제를 수원시청에 제기했지만, 시로부터 고작 한 달 치 고시원 주거비용을 지원받을 뿐이었다. 시청 주무관은 한 달 뒤에는 스스로 자립하라고만 했다. 또 주거비용을 지원했다는 사실도 다른 사람에 알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3월 24일이면 고시원에서도 쫓겨나야 할 처지다. 다른 자활시설은 신규 입소자를 받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장서연 변호사는 사건 진정을 내며 “노숙인복지법 제21조는 노숙인을 강압적으로 퇴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특히 강제퇴소의 경우 사유와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퇴소 심사를 당사자에게 요청해야 하고, 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시설 생활인은 부당한 사유로 퇴소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시설 생활인에게 퇴소의 사유를 설명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생활인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시설이 생활인의 의식주 등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한 방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F씨가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 후인 지난 3월 10일, 해당 시설은 그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시설이 강제로 내보낸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거짓말하는 시설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시설로 돌아갔다. 돌이켜보니 그는 메르스 때도 다른 홈리스 시설에서 같은 일을 겪었다. 그때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대로 시설에서 쫓겨났다가, 전염병이 잠잠해진 뒤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는 이런 차별을 겪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인권위 진정 절차를 계속 밟아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