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외주화 강행 논란...“물류회사 연루 의혹도”

의료재료계 업무 전체 외주화, 간호운영기능직 업무도 없앨 예정

서울대병원이 수술재료포장실 업무의 외주화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무는 이지메디컴이라는 서울대병원 물류회사로 이관되는데, 김연수 병원장이 이지메디컴의 비상임이사로 재직한 바 있어 해당 회사와의 연루 의혹도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효율성 향상이라는 미명 하에 4월 1일 자로 그 업무 자체를 이지메디컴이라는 서울대병원 물류회사로 이관해 외주화시켜버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분회는 “2020년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외주화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은 ‘사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업무가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억지 주장을 펼쳤다”며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는 시기에 노동조합의 의견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외주화를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이번 수술재료포장실 업무 외주화 정책은 시작에 불과하다. 병원은 5월 1일 자로 의료재료계 업무 전체를 외주화하는 동시에, 병동 물품 재고를 담당하는 간호운영기능직 업무마저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노조는 지난 2007년 통합물류시스템 관련 합의를 한 바 있다. 해당 합의문 2항에는 “통합물류시스템 시행과 관련한 업무를 외주용역 도입할 경우 최소 2개월 전가지 조합에 통보하고 조합과 충분히 협의하여, 협의 전에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병원은 업무변경이라는 ‘꼼수’를 통해 서울대병원 정규직의 일을 외주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의 의료재료 공급을 담당하는 물류회사 이지메디컴과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연수 병원장이 지난 2016년 10월 13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 이지메디컴 비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외주화 정책이 모두 이지메디컴을 통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재료계 업무 전체도 이지메디컴으로 외주화 될 예정이다. 이지메디컴은 서울대병원이 의료재료 등을 구입하기 위해 2000년 9월 설립한 물류회사다. 노조에 따르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대병원의 의료재료 구매는 거의 이지메디컴이 독점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에 걸쳐 서울대병원 의료재료의 대부분을 독점하며 이윤을 가져갔음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독점권을 더욱더 강화하려 하는 대웅제약과 이지메디컴의 돈벌이 정책을 공공병원의 대표 격인 서울대병원이 외주화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메디컴의 지분구조는 윤재승 대웅제약 대표가 23.7%, 그의 자회사인 인성TSS가 15.2%로, 사실상 윤재승 대표가 이지메디컴 지분의 40% 가량을 갖고 있다.

한편 서울대병원분회는 “IMF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각 국립대병원의 청소 및 주사 경비 등 파견용역직 업무가 외주화돼 다시 정규직 전환이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노조는 잊지 않고 있다”며 “노조는 법률 및 언론, 그리고 현장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일자리와 노동의 가치를 지켜낼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외주화를 강행할 경우 노사합의 위반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고발 등의 법률 대응을 비롯해 김연수 병원장 집 앞 1인 시위와 중식 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며 필요할 시 파업 등 전면 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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