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2,400명 산재로 사망, 중대재해기업 처벌해야”

시민 3744명ㆍ시민사회단체 62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운동 선포

3,744명의 노동자와 시민, 62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발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법제화되면 산재사망사고에서 직접 책임지지 않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제재할 수도 있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4월 28일 오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1차 운동을 선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행법은 중소기업에게는 책임을 묻기 쉽지만 대기업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고위 임원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라며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의와 태만으로 노동자나 시민을 죽이고 있는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을만큼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러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나 고위 임원에게는 ‘살인죄’에 버금가는 징벌을 내릴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업처벌강화 요구가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매년 2,4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구조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노동ㆍ시민사회단체는 2006년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소개하고 이에 준하는 법 제정을 요구했다. 2012년엔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입법발의 운동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산재사망과 재난안전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안을 마련했고, 20대 국회에선 입법 발의까지 이어졌지만 이 법안은 한 번의 심의조차 없이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올해만 벌써 노동자 177명이 사망했다. 산재 사망은 업종과 산업을 가리지 않는다”라며 “전근대적인 사망 사고 계속되는 것은 1명이 죽든 10명이 죽든 평균 420만 원의 벌금, 500만 원 정도를 내면 책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억 단위가 들어가는 안전 관리 인프라 구축보다 벌금을 내는 게 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발의 운동에 온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김 이사장은 “원하청 기업 구조가 죽음의 원인이라면 원하청 기업 모두 처벌해야 한다. 이 구조의 최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억울한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수십년 반복되고 있지만, 말단 직원과 사고당사자들만 처벌당하고 말았다”라며 “생명, 안전만큼은 법적 안전망을 설치해서 나라와 기업으로부터 꼭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와 기업과 정치와 국민이 모두 나서야만 모두를 지킬 수 있기에 온 국민이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내용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관리 주체인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해 기업 등이 조직적, 제도적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이다.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관리 및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기업, 기업경영자, 안전 담당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 기업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특별 규정을 이 법에 마련해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제재할 수 있다.

이 법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기업은 원칙적으로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면 해당 기업의 전년도 연 매출액의 1/10 범위 내에서 벌금이 가중된다. 산업현장과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 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 공무원을 감독할 책임이 공무원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한편, 오는 7월 문송면 추모 및 산재사망 합동추모 주기를 기점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발족한다. 운동본부는 국회의원 입법발의 동의서, 부문별 입법발의를 조직할 예정이다. 이후 8월-10월에 걸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10월 입법 시기에 맞춰 여론화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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