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참사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 커져

노동사회단체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대형 사고…원청 책임 커져야”

  지난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9일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로 총 38명이 사망했다. 신원이 밝혀진 사망자 29명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였으며, 이주노동자도 3명 포함됐다. 5월 1일 세계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에 노동계는 추모 성명을 발표하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투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에서 “이번 사고는 2008년 1월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천 냉동 창고 사고와 쌍둥이처럼 똑같다”라며 “건설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위험한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하게 되고, 기본 안전조치가 묵살되는 현장의 현실은 지난 12년 동안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사고는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 사례로, 기업이 낸 벌금은 2,000만 원으로 1명당 50만 원 꼴이었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노동자 시민의 죽음의 행진을 끊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더불어 “유명을 달리한 38명 한 분 한 분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 분들에게  마음 깊은 애도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아직 치료중인 노동자와 현장 주변에서 사고목격으로 충격을 받은 모든 노동자의 몸과 마음의 쾌유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도 같은날 성명을 냈다. 건설노조는 “일터에서의 산재 사망사고는 명백하게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며 “건설사는 위험하지만 더 싼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공정을 분리하지 않고 동시 작업을 하고, 안전에 대한 시설투자보다는 사고났을 때 벌금을 택한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고에서 우레탄 작업 도중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을 주목하며 “과거부터 꾸준히 대형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우레탄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사용을 지금이라도 금지시켜야 한다”라며 “용접작업시에 적절한 장비가 지급된 화재감시자가 배치됐는지,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소화시설이나 방화조치가 마련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화재예방 및 피난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설노조 역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재난 및 산재 참사 가족 단체들과 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 70여 개는 30일 긴급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지적하며 기업살인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인 건우, 그리고 그 아래 9개의 하청업체에서 얼마나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고 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라며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하청업체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는 일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물질을 쌓아두고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노동자의 알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현장, 위험한 상황에서 강요되는 무리한 공사, 책임을 분산시키고 위험을 아래로 전가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부실한 관리감독 등 이런 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라며 “관성적인 원인 규명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원인을 규명하려면 노동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도 30일 ‘우리는 명복을 비는 것에 그칠 수 없다’라는 성명을 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발화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누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는지가 핵심이 아니다”라며 “사람의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에 위험물질이 가득해도 노동자들은 알 권리조차 없고, 사람의 목숨값이 더 싸니 안전에 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아래에서 책임은 아래로만 쏠리는 이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고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3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38명, 중상 8명, 경상 2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사망자 38명 중 신원이 확인된 29명 중 상당수가 전기·도장·설비 업체 등에서 고용한 일용직이었다. 중국인 1명, 카자흐스탄 2명 등 외국인 3명도 사망자에 포함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이 안 된 사망자 9명에 대해선 유전자를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확인을 의뢰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레탄 폼 작업의 유증기와 작업 중 불꽃으로 연쇄폭발, 샌드위치 판넬로 화재확산 및 유독가스 질식으로 이한 집단 사망 등이 거론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다솔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