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은 언제나 재난상황이었다”

130주년 세계 노동절, 장애인노조 ‘노동권’ 보장 요구

130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장애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재난상황을 비롯한 노동현장에서의 차별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현재 장애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불안정 노동과 실업에 노출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노동의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그 자체로 재난”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최저임금법(7조)에는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이 명시 돼 있다. 장애인 생산시설 사업주들은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한다. 장애인근로사업장은 최저임금의 80%이상을,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의 30~50%만을 지급할 수 있다. 때문에 장애인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생활고와 빈곤에 시달린다.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아예 휴업수당 없이 사업장을 폐쇄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리 조합원은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을 무임금으로 자가격리 시키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임금 보전 없이 집에서 쉬어야 한다”라며 “일반 직장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수당이 나와야 하지만, 장애인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조차 차별을 받는다. 현재 보호작업장 노동자들은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직업재활협회에서 보호작업장을 2주간 폐쇄하라는 공문이 내려온 후 많은 보호작업장이 문을 닫았다. 아리 조합원은 “경산지역에서 3~5곳, 경북지역에서 10곳 이상의 보호작업장이 폐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노동자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휴업수당을 받는다 해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때문에 고작 월 40만 원 가량으로 버텨야 한다. 노조는 “경북지역 직업재활시설 노동자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휴업수당을) 받게 되더라도 최저임금 적용제외로 평균 56만 1천 원의 임금을 다시 70%만 지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배재현 노조 조직연대국장은 “센터에는 구청에서 관할하는 계약직 일자리가 있다. 코로나 이후 구청에서는 계약직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출근을 중지해 달라고 했다”며 “휴업수당 70%를 지급하고 있다지만, 휴업이 길어지면서 계약 종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정규직의 경우 계속 출근을 하는데, 계약직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평등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 설요한 씨를 죽음으로 내몬 동료지원가 일자리의 부당한 노동조건도 여전하다. 고 설요한 씨는 지난해 4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가 과도한 실적 압박을 참지 못하고 그해 12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맡았던 ‘동료지원가’ 활동은 장애인 취업 상담 업무로, 한 달에 4명씩 5번, 총 20회 이상의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한 달 임금은 고작 60만 원 남짓이지만, 이마저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반납해야 했다.

동료지원활동가 박종희 씨는 “고 설요한 동료의 죽음과 관련해 노동부는 사죄도, 대책 마련도 하지 않았다”며 “나 같은 경우도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32명을 한 달에 5회씩 상담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렸다. 지난해 함께 일했던 동료지원가 대부분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지만, 정부의 만행과 노예 같은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알리고자 아직 남아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가 장애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관계기관들의 마지못한 선심성 시혜정책으로, 응대에 따른 실적으로 덮어버리지 말라”며 “수탁에 수탁을 거쳐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장애인 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라는 것을 고용노동부가 먼저 인정하고,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기업에 200조 원이라는 공적 예산을 풀었고, 취약한 노동계층에는 13조 원의 예산으로 무마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선별적 지원, 노동권을 보장받는 노동자에게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 생산성을 쫓아가지 못하는 노동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자본에 쏟아 붓는 대책만큼, 취약한 노동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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