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철거민, 삼성에 맞선 16년의 저항

[기고] 삶의 보금자리 되찾기 위한 삼성물산과의 싸움

8일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 전국철거민연합 소속 철거민들이 지난 6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표면적으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게 나오지 않도록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은 “거대한 전환점을 기대” 한다고 화답했고, 삼성 준법감시위도 “의미 있게 평가” 한다고 밝혔다.

[출처: 최인기]

하지만 집회를 개최한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은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철거민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며 “각종 불법행위는 물론 산재로 사망하거나 쫓겨난 노동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삼성은 용산참사의 배후이고 주범이다. 개발과정에서 삼성이 철거용역 업체와 계약을 맺고 동향을 체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용산 철거민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당시 작성된 삼성과 용역업체간 비공개 문건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밖에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 윤헌주 지역장도 “국정농단을 비롯한 노동 탄압, 횡령, 사기 등 온갖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로 처벌을 모면해보려는 기만적인 작태를 보인다”고 성토하며 삼성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기도 과천 철거민 방승아 씨도 함께 했다. 그는 2005년 6월 경기도 과천 3단지 재건축 조합이 결성된 후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삼성물산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동안 그를 버티게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철거용역 깡패였다고 한다. 오래전 한겨울에 용역반 3백여 명이 들이닥쳐 강제철거를 했고, 이로 인해 철거민이 용역반의 폭행으로 실신까지 했다. 저항하는 이들 중 33명이 연행되어 총 2600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견디지 못한 철거민들은 하나둘 떠났다.

[출처: 최인기]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이 출퇴근하는 시간에 1인 시위와 집회를 못 하게 멱살을 잡고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행했고 명예훼손과 집시법 위반으로 고소·고발과 민사소송도 반복됐습니다. 재개발이 휩쓸고 간 자리는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철거민들의 신음만 남았습니다. 보금자리를 되찾고자 삶에 소중한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냈습니다. 16년 동안 싸우느라 중년의 철거민들은 이제 고령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약을 알 수 없는 오랜 투쟁으로 건강조차 잃어가고 심지어 한 철거민은 자살충동과 우울증으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여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방승아)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방승아 씨는 대출을 받아 장사를 하다 철거를 당했다. 그동안 줄곧 소송에 휘말리며 벌금을 무는 일이 반복되면서 빚만 산더미처럼 쌓여 그 돈이 억 단위가 넘었다고 이야기 했다.

같은 시간 집회 참가들은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천조 원을 언급하며 이를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재원으로 당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물론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고, 의료공공성과 복지정책 강화를 위한 기반확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질적인 문제는 이재용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상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재벌구조라고 지적했다. 소수 자본가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현실과 이렇게 작동되는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 김용희처럼 착취당하고, 철거민 방승아 씨 처럼 탄압받는 질곡의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강남대로를 행진하며 삼성과 재벌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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