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방배 5구역, 세입자 대책은 없었다

[기고] 폭행당한 일부 철거민들, 석방조차 안 돼

[출처: 최인기]

13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 재건축 지역에서 벌어진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빈민해방실천연대 소속 전국철거민연합과 민주노점상연합, 그리고 민주노총,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등이 참석했다.

지난 11일 방배 5구역 재건축 현장에는 ‘명도집행’을 이유로 중장비로 무장한 집행관이 몰려 들었다. 한쪽에서는 건물 위 철거민을 상대로 돌을 던지며 폭력적인 집행을 전개했고, 심지어 철거민을 옥상에 가둬놓고 집단 구타하기도 했다.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용역깡패였다. 이날 부상을 입은 방배 5구역 주민 이동우(55) 씨와, 류상문(73) 씨, 박해숙(61) 씨, 현광철(69세) 씨 등은 얼굴에 붕대를 감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피해자들은 용역 폭력으로 철거민들이 병원으로 이송됐음에도, 폭행 피해를 입은 약 34명의 철거민들이 가해자로 전락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아직 석방되지 못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철거민이 아닌 주먹을 휘두른 용역반들에게 ‘집단 폭행죄’를 적용해야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출처: 최인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지난 2018년 아현동 재건축 지역에서 벌어진 세입자 고 박준경 열사 사건 이후, 다음 해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마련해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고 관련된 법률을 고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바뀐 게 없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역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다시 늘어나고, 심각한 상황이 됐음에도 철거민에게 강제철거를 자행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최인기]

[출처: 최인기]

방배 5구역 철거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면담을 통해 순환식 개발을 비롯한 이주 대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재건축 조합은 원만한 합의를 위한 노력을 거부하고 있다. 방배동 전체지역의 부동산 주택경기가 다시 치솟고 있는 까닭이다. 한때는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거래가 지난해 18억 원에서 호가 16억~17억 원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재건축 구역 내 조합원 소유 입주권도 5000만 원가량 하락한 매물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사와 조합에 유리하게 규제가 바뀌면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집값 상승이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배동이 강남의 신흥 부촌 지역이자 ‘황금알을 낳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폭력을 동반한 강제철거를 서둘러 강행한 셈이다.

이밖에도 문제는 또 있다. 방배동 재건축 지역은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도 비켜 가 논란이 됐다. 5구역의 경우 10년 전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5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다. 그리고 2017년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개발을 맡았다. 조합은 17만6000여㎡ 부지 위에 아파트 27개 동, 3,080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구역이다. 문제는 2006년에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다.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하고 1인 평균 3천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2017년 유예됐다가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는데, 방배동 일대는 현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가 적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지역인 방배 5구역은, 세입자에 대한 조합의 보상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당연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일부 철거민들은 ‘주거권과 영업권’을 주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 3년이 지나며 지난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거두었다. 이러한 국민적 지지는 나라를 제대로 이끌라는 준엄한 요구였다. 그러나 여전히 재개발 재건축에서는 강제철거 등 분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입자 손실보상과 대책은 부재하며, 임대주택 공급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 제도개선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와 같은 폭력적 방식으로 철거민을 내몰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철거용역 업체 대표, 용역, 재건축 조합장을 경비업법 또는 집행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방배구청장과 담당부서인 주택과장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 할 예정이다. 방배동 5구역 강제철거는 세입자의 생존은 무시한 채, 이윤만을 남기기 위한 개발 강행 관습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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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헌관

    제발 좀 없는 사람좀 생각해줘요 충분히 협의하면 풀어 나갈수 있는데 욕심만앞세워 강제로 철거 하는 것입니다 수천억씩 벌면서 그깟 이주비 얼마된다고 이런씩으로 합니까 제발 정부가 나서서 해결좀 해줘요

  • 김현준

    https://www.youtube.com/watch?v=-F8b4n8ynpU

    영상에 진실이

  • 박재현

    모르는 소리...

  • 지나다가

    결국 돈달라고 떼쓰는거잖아요
    왜 세입자에게 보상해야하나요 세입자는 계약대로 보증금 받으면되지 떼쓰면 다되는건가요
    이주한지 2년가까이된 조합원들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요 돈달라고 떼쓰고 돈많으니 줘라 무슨 논리가 그런가요

  • 박현관님

    협의서 다 나갔는데 왜 그러세요? 이사하는데 몇천씩 들어요???뭔 수천억을 벌고 마치 피해자인것처럼 코스프레 하지마세요 이사비 다 제시 했는데 도대체 얼마를 원해요 5천?1억 장난합니까

  • 도둑놈들

    이딴 쓰레기기사나 써대구..세입자생존을 챙겨준다고 선심쓴거부터 잘못됐다. 한번 선심써주니 두번써달라..세번써달라..돈내놔라..상가내놔라..호의가 계속되면 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