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사건 대법원 공개변론...전교조-노동부 격돌

4년 3개월 만에 열린 공개변론...4시간 넘게 이어져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공개 변론 자리에서 전교조와 노동부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20일 오후 대법원은 지난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해당 사건을 심리했다. 대법원에 접수된 지 4년 3개월만으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했다. 예정된 2시간을 넘어 4시간 15분이 걸린 이번 심리에선 세 가지 쟁점을 두고 노조와 노동부 측이 격돌했다. 공개변론은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고,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는 댓글들이 수백 개가 달렸다.

이날 심리의 쟁점은 세 가지였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됐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교원노조법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헌법상 단결권 등을 침해하는지 ▲전교조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해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의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지 ▲법외노조 통보가 전교조에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이 일탈 및 남용됐는지다.

전교조 “법외노조는 법치에 위배”

우선 전교조 측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아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위임입법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노동부는 시정 요구로 전교조에 의무를 부과하고 법외노조 통보로 권리를 제한하지만, 근거 법률이 없다. 행정권을 발동하려면 반드시 법률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영구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노동부가 형식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하며, 이 법이 노조의 자주성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에 실질적인 노조의 자주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영구 변호사는 “전교조는 정규 교원뿐 아니라 기간제 교원도 가입한다. 하지만 기간제 교원에겐 방학 중에는 계약을 안 하고 학기 중에만 계약하는 ‘쪼개기 계약’이 흔하다”라며 “교원과 비교원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노동부 측의 주장처럼 형식적으로 노조법을 해석할 경우 1학기에는 가입 허용했다가 방학 중엔 탈퇴처리하고, 다시 2학기에 가입 허용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6만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노조가 그때마다 이를 확인해 탈퇴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신인수 변호사도 이에 대해 “노조법 2조 4호는 노조에 관한 ‘정의 규정’이다. 정의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할 곳은 법원이지 행정부서가 집행 명령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라며 “실제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야 하는 게 법치주의고 법리주의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측은 전체 조합원 중 해직 교원의 비율이 0.015%에 불과한데 법외노조를 통보해 나머지 99.985%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어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이는 비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에만 유독 가혹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신인수 변호사는 “다른 노조들이 노조법 2조4호 라목을 위반해도 유독 오로지 전교조에만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똑같이 법을 위반하더라도 법외노조 통보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노동부의 재량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라며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비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조법 시행령 위반으로 법외노조가 통보된 사례는 전교조가 유일하다.

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에 대한 이중성도 지적했다. “2019년 노동부 주관으로 정부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원 자격을 '교원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확대했는데 전교조의 해고자도 가입시키겠다는 조항이다”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법외노조 통보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는데 하나의 정부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이기택 대법관 또한 노동부에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선제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법원에 판단과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다.

이기택 대법관은 “현행법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정부 스스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법개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부에서 끝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게 올바른 태도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 법률안을 제출한 시기에 이르러서는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취소하거나 철회하는 방법으로 효력을 없앤 다음 법률 개정의 추이, 국민 여론 등을 봐가면서 후속조치로는 무엇을 할 것이 있는지 검토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어떤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정상적인 정부라면 스스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조치가 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있다면 사후적으로 그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사법부 통제를 받는 것이지, 사법적 판단을 받은 다음에서야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노동부, “전교조가 마음만 먹으면 법외노조 회복 가능”

노동부 측은 법외노조 통보 전까지 시정명령을 세 차례나 내리는 등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전교조가 스스로 법적 보호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전교조가 마음만 먹으면 법내노조 지위로 회복할 수 있는데 그간의 단결권이 제한됐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과장이라고도 했다.

김재학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3년 7개월 동안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리고, 다른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규약시정을 이끌어 내려고 했지만 전교조가 끝끝내 입장을 고수해 법외노조 통보에 이른 것”이라며 “(전교조가) 빨간불에 건널 테니 보호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빨간불에 건너지 않으면 된다. 파란불로 바꿀 수 있는 권한도 있으면서, 전교조가 마음만 먹으면 회복할 수 있는데 단결권 제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제한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김재학 변호사는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시행령 행정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법외노조 통보는 헌법 75조가 인정하는 집행명령의 일종으로, 새로운 부과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조법에 따라 교원노조가 아니라고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가 주장한 ‘비례원칙 위반’에 대해서 노동부 측 설동근 광장 변호사는 “대부분 시정명령을 하는 경우 일반조합에서는 시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단순히 규약이 있어서 바로 통보한 것도 아니고 시정명령을 통해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고 유도했기에 전교조에도 충분히 혜택이 가는 처분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문건 두고 전교조 “청와대-국정원의 노조파괴 공작” vs 노동부 “그런 일 없었다”

전교조 측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MB국정원의 전교조 말살 기획도 심도 있게 봐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정부 유관부처가 총동원된 반헌법적 노조파괴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자주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전교조의 자주성을 말살시키려는 국정원 주도 노조파괴 공작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부 측의 설동근 변호사는 “국정원 사건 관련해서 노동부는 (그 일을) 인정할 수 없고, 그런 일 없다. 전교조가 지금도 위법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데 계속 규약 시정을 거부하지 않나. 노동부는 일부 재량의 요소가 있더라고 법외노조를 통보하면서 전교조에 최대한 유리한 점을 제공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도 관련이 깊다.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전교조는 해직교원 9명을 탈퇴 처리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라며 효력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에 나섰지만, 가처분 신청을 제외하고 행정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에서 오간 내용을 토대로 3~6개월간 심리를 거친 뒤 올해 안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수 대법관은 “오늘 변론이 길어진 것은 이 사건의 쟁점이 간단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많은 분의 관심받는 이 사항에 대해 신중하게 결론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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