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순 부친 “노동자 죽음 막아달라”

대책위, 고 김재순 산재 사망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저 역시 2002년 산재 사고로 인해 장애 3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적 장애인인 재순(아들)이도 파쇄기에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까.”

5월 22일 광주 하남공단 그린우드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재순 청년 노동자의 부친이 1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전하는 편지를 읽는 와중이었다. 부친은 25세의 아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고를 당한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문 대통령에게 처벌을 호소했다. 그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청년 노동자도 언급했다. 김용균 이후에도 산재 사망으로 청년 노동자가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의 요구를 들을 수 있을까.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이날 고 김재순 부친이 자리한 기자회견에는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함께였다. 대책위는 고 김재순 산재 사망 사고 진상조사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중간 조사 결과, 사고 원인으로 △고위험 작업에 지적 장애인 단독 작업 △2인 1조 작업 미준수 △수지 파쇄기 투입구 덮개 및 작업 발판 설치 등 안전장치 부재 △비상 정지 리모컨 부재 △작업 환경 측정 미실시 등을 꼽았다.

대책위가 사고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고인은 혼자서 ‘파쇄기 사전 가동 시험 및 점검’ 일상 업무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책위는 또 작업 전 사전 조사와 이에 따른 작업계획서가 없었다는 점, 관리감독자가 유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에서 2014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후 사업주는 안전 조처를 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도 안전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대책위는 질타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은 자기 과실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며 “회사의 주장대로 ‘사수가 없는 가운데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회사의 직접적 지시든, 암묵적 지시든 평소에 일상 업무를 해오던 ‘파쇄기 점검’을 하다 죽음에 이른 것으로 CCTV 화면은 말하고 있다”며 “안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이 고용노동부에 있다. 이재갑 장관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번이나 노동자를 죽게 하고도 유족에 사죄하지 않는 사업주를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하루에 6명, 매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중대 재해로 죽어가고 있다”며 “시민대책위와 근원적 문제 해결의 접근은 물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정의당이 1호로 발의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