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신음하는 노동자…이번엔 쿠팡 라이더, 안전대책 요구

쿠팡 라이더들 “안전보건에 대한 무관심이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터졌던 것”

물류센터발 코로나 집단감염과 잇따른 산재 사망으로 도마 위에 오른 쿠팡이 이번엔 배달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배달 노동자는 쿠팡의 음식 배달 서비스(쿠팡이츠)를 수행하며 쿠팡과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쿠팡은 네비게이션 상 예상 시간보다 짧게 배달시간을 설정해 배달 노동자의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대상의 산재보험도 없어 사고 시 모든 책임을 배달 노동자 개인이 져야 한다는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을 비롯한 쿠팡 라이더들은 16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이러한 문제를 폭로하는 첫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쿠팡 라이더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고 있듯 쿠팡은 배송, 물류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에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현재 쿠팡은 물류센터에 대한 일종의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 있는 상태로, 등록자 2만 명이 넘는 쿠팡 라이더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내놔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라이더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비게이션 상 예상 시간보다 쿠팡이 정해 놓은 배달완료 시간이 짧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 라이더들은 교통 법규를 위반하거나, 무리한 운전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쿠팡은 ‘라이더 평점시스템’을 통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라이더들에게 배차하지 않는데, 얼마 전까지는 ‘약속 시각 내 도착률’이라는 평점 항목으로 배달완료 시간을 강제해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는 이 항목이 삭제됐지만, 고객평가항목이 있어 라이더들은 시간과 평점의 압박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쿠팡이츠로 주문한 고객들은 라이더 도착 예상 시간이 표시돼, 예상 시간을 초과한 경우 고객 평점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쿠팡 라이더로 일하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우리를 배달사업자로 부르지만, 실은 쿠팡이츠가 배정하는 배달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배정된 배달을 수락하지 않으면 평점이 깎이고, 나중에 일하고 싶어도 배차가 되지 않고 심지어 앱 접속이 막힐 수 있다”라며 “평점이 좋으면 녹색, 중간은 노란색, 나쁘면 빨간색으로 뜨는데 빨간색은 소위 ‘영구 정지’로 보면 되고, 노란색만 되더라도 배차가 안 될까 두렵다. 어떤 알고리즘 시스템이 작동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은 쿠팡을 비난만 하기 위해 모인 자리는 아니며, 쿠팡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방법과 수단이 없기에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플랫폼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고, 배달 시스템 표준을 만들길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배송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만 전가하는 문제도 다뤄졌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 시 쿠팡은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어, 쿠팡 라이더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커뮤니티와 노조를 통해 교통사고가 나서 음식값과 치료비를 모두 라이더가 부담했다는 사례들이 취합되고 있다. 타 배달 플랫폼 업체가 배달 노동자에게 특수고용노동자용 산재보험을 들게 하는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부터 쿠팡 라이더로 일하는 A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쿠팡이츠의 사고 처리 방식을 비판했다. A씨는 “쿠팡이 배달시간을 짧게 잡다 보니, 러시아워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차간 주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 쿠팡 고객센터에 보고했는데 ‘그래서 음식 배달은 완료했냐’를 먼저 물어봤다. 사람의 안위는 중요치 않아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A씨는 배달 중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쿠팡 라이더가 책임지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음식점에서 국물 있는 음식 포장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음식이 쏟아지는데, 라이더들이 이 음식값을 물어주고 있다”라며 “현장의 이런 애로 사항에 대해 중재를 해줘야 할 쿠팡이 무조건 라이더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갑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도한 배달시간 제한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산안법에는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규정돼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안전보건규칙에는 ‘산재를 유발할 만큼 배달시간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2021년 1월 16일부터 시행될 이 규정에 따르면 이를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쿠팡은 배송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라이더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생생하게 이를 증언하고 있고, 이들은 이미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라며 “안전보건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업주가 책임을 방기하며 부당하게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이라고 해서 안전보건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최근 법안 발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르면 쿠팡도 처벌 대상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라이더유니온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쿠팡 관계자에게 대화요청서를 전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다음 주까지 대화요청서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고, 쿠팡 관계자는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노조는 쿠팡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배달 노동자를 위험하게 하는 배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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