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난민인정률 0.4%…“한국, 난민거부정책 바꿔야”

세계 난민의 날 앞두고 난민단체들, 난민인권 위한 난민법 개정해야

지난해 한국정부의 난민인정자 수가 0.4%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난민법 시행 전 평균 인정률과 비교하면 50배나 적은 수치다. 난민 인권을 옹호해온 단체들은 정부가 난민을 거부하기 위해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난민 인권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인권네트워크가 18일 오전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난민 거부 정책을 폐기하고 난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에 답하라”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무엇보다 7년 전 한국이 난민법을 제정한 뒤 난민인정률이나 지원 정책이 악화해온 것을 문제로 한국 정부와 국회에 책임을 물었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42명으로 0.4%에 불과했다. 이 수는 난민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인정률 3.7%이나 난민법 시행 전의 평균 인정률 18.9%와도 크게 대비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의 난민인정율은 23.1%였다. 한국정부의 난민인정자의 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난민인정자(재정착난민 포함) 수는 2017년 121명, 2018년 144명에서 2019년에는 79명으로 뚝 떨어졌다. 현재 한국은 전세계 모든 난민 수용국 중 139위에 불과하다.

단체들은 그럼에도 한국정부가 난민보호를 훼손하는 취지의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무비자 제도 폐지, 환승비자 요구 등 실제적으로는 난민거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최근 급격히 늘어난 난민혐오 정서에 편승해 난민거부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인권을 위해 애써온 이일 변호사는 “한국에 난민인권보호라는 정책 자체가 존재하지 않자, 오히려 정반대되는 ‘난민거부정책’이 ‘난민정책’이 됐다”며 “결국 난민정책은 국경통제란 하부 구조 속에서 부당한 난민심사나 체류관리 절차를 용인하는 조치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난민은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나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며 “21대 국회와 현 정부가 이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난민과 심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신청자도 나와 국내 난민 정책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처 조치에 난민들을 배제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난민을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에티오피아 남성 난민인정자는 “한국의 비호하에 있는 난민이자 두 번째 고향이기에, 지역 사회 구성원과 이웃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그러나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내놓은 모든 코로나 정책은 국민과 외국인을 계속해서 분리하고 있다. 고이 챙겨둔 난민인정증명서 한 장이 아무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집트 남성 난민신청자는 “2018년 5월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현재까지 심사를 받기 위해 2년 이상 대기 중”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그는 또 “3개월 마다 연장 심사를 받다가 갑작스럽게 6개월로 심사 기간이 연장됐는데, 때마다 심사비 6만 원과 취업활동 허가비 12만 원을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콩고 남성 난민인정자는 “저와 제 아내, 아이들이 출입국과 난민실에선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다른 정부부처에는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건강보험도 따로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여성 난민인정자는 “대부분 구호 프로그램은 일부 이주자, 난민, 난민신청인을 명백히 배제하고 있다”며 “더 심각한 것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공격하지 않을 것처럼 우리가 무시당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한국을 찾은 난민 인권을 보장하는 데 더 이상의 여유가 없다”며 난민법 개악 시도 중단 등 ‘난민 권리 보호를 위한 난민인권단체의 10대 제안’도 발표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06년 국내 난민 관련 단체들이 결성한 연대체로 아시아의 친구들 난민인권센터,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의정부 EXODUS 등 28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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