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사정 대화 진전 없지만 계속하겠다”

“노사정 협조주의, 노동개악 낳을 것” 비판 쏟아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에 진전이 없지만 6월 말 마무리를 위해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화 브리핑을 열고 “노사정 대화 실제 내용에 진전은 없다”면서도 “어쨌든 지난 2차 대표자회의에서 6월 말까지는 사회적 대화 합의안을 만들자는데 모두 동의했다. 진전 없다고 판단해도 6월 말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사정 대화는 민주노총이 먼저 ‘양보안’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2020년 임금인상분 일부를 ‘공동복지기금’으로 조성해 취약계층을 지원하자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가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임금인상분을 내놓은 만큼, 전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 도입,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 지원 등 핵심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하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와 재계는 어떤 안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 16일 부대표급 회의에서 “상병수당 요구는 예산 소요 부담이 너무 크다”, “정부는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은 적정성 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상병수당은 있는 제도를 잘 지원하면 된다”며 노동계 요구에 선 긋기 바빴다.

심지어 재계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 경총 측은 같은 날 부대표급 회의에서 “기업 살리기가 바로 고용유지”라며 “사회안전망 강화가 국민적 요구인 것은 맞지만,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가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위탁 사업자 관계이므로 기존 틀에 맞추면 안 된다”고 말했고,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우리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핵심이다. 노동시간 유연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노총은 일관되게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계획에서 사각지대에 처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 확대 등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재계는 임금체계를 포함해 노동 유연화를 되풀이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하고자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의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민주노총만 ‘임금인상분으로 연대기금 조성’이라는 선제안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노사정 대화가 ‘노동계 양보’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 일각 “대체 노동자가 뭘 더 양보하는가”
김명환 “양보라고 안 봐…사회적 주체의 책임”


노동계 일각에선 ‘민주노총 양보안’에 대한 비판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계 좌파 의견그룹인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은 22일 논평을 내고 “정부와 경총은 노사정 협력과 양보를 거론하면서 탄력근로제 도입, 직무급제 임금체계 개편 같은 개악안을 들이밀기까지 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계산은 너무나 뻔하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 노사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임금 억제, 투쟁 자제 선언을 끌어낼 뿐 아니라, 나아가 원격의료 도입, 규제 완화, 임금체계 노동개악까지 시도하고 싶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만적인 노사정 대화판을 걷어차고 투쟁을 선언하라”고 밝혔다.

사회주의 정당인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지난 19일 “950조 원 이상 사내유보금을 축적하는 재벌 대기업, 100조 원 이상의 기업 지원과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쏟아부으면서도 하청 노동자 해고 사태를 방치하는 정부에게 대체 노동자가 무엇을 더 양보하는가”라며 “민주노총의 노사정 양보교섭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지금 위기에 저항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국가 책임 기본 일자리 보장 ▲공적 자금 투입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며 싸울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공공부문 활동가들로 구성된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도 22일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 등 노동자 생존권이 현장에서 유린당하고,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치열한 현장 투쟁을 전개하는 이때, 자본에 노동자 임금을 갖다 바치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부끄럽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취약 노동자를 내세우고 있으나, 투항이며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비틀 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노동계 비판을 두고 “(민주노총 입장은) 양보안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기업이든 노동이든 정부든 모두 사회적 주체다. 경제에 대해 걸맞은 책임은 자본에도 있고 노동운동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지는 방식을 이렇게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