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금양보에 기초한 연대기금안 철회해야”

민주노총 내외 현장활동가, 민주노총 중집에 ‘연대기금안 반대’ 연서명 제출 예정

최근 진행되는 노사정대표자회의 관련 민주노총의 대응을 두고 민주노총 안팎 현장 활동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임금양보에 기초한 연대기금안을 즉각 철회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대표회의 관련한 민주노총의 요구와 투쟁 방향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8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제2차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출처: 국무총리비서실]

현재 16개의 좌파 활동가 그룹과 진보정당, 진보 교육·연구단체 등은 민주노총 연대기금을 반대하는 공동입장서 초안을 작성하고 단체와 개인의 연명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KEC지회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연명에 동참하고 있다. 모인 연명서는 오는 26일 오후 12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전 취합돼 중집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들은 공동입장서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연대기금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선제적 임금 양보’를 통해 정부·자본을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라며 “현 정세는 노동이 한 개를 양보하면 저들이 한 개를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내놓으라고 하는 정세임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 대상인 자본은 이미 코로나 19위기를 기회 삼아 친자본-반노동입법을 계속 요구해왔으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도 고용 유지하는 것만도 힘겹다며 파업 자제, 임금 양보, 임금체계 개편, 탄력근로기간 확대를 노조가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라며 “정부 역시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시행 중인 해고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채, 고용 유지 여부를 자본가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선제적 양보론은 자본과 정권이 만든 ‘민주노총=귀족노동자’ 공세를 민주노총 스스로 용인하는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접근은 위계화된 분할을 만든 것은 정권과 자본임을 제기하며, 위계화된 분할을 깨기 위해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요구안과 투쟁 방향은) 조직 내 충분한 토론을 통해 대의원대회에서 심의되고 결정될 만한 중요한 문제”라며 “내용과 절차상에 모두 문제가 있는 양보에 기초한 사회연대기금안 제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위 연서명에 함께 하는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은 민주노총과 더불어 공공운수노조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두 번의 토론 모임을 통해 민주노총 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자체적으로 <공공운수노동자 선언>을 작성해 공공운수노조 활동가의 연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연대기금안’을 반대하는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은 ‘공공운수노동자 선언’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합의서 체결만을 위해 연연하는 노사정협의가 아니라, 모든 해고를 막아내고 총고용을 보장하고, 비정규직 철폐와 사회공공성 강화, 재벌을 포함한 우리사회 기득권들의 책임을 요구하며 사회의 전면적인 변혁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연대와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은 노사정합의서 체결에 연연하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행태를 규탄하면서, 임금양보론에 기초한 연대기금안 제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도 이와 같은 입장으로 곧 있을 민주노총 중집에서 입장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라고도 했다.

‘사용자 돈으로 노동이 생색낸다’ 경총도 반대

활동가들이 반발하고 있는 ‘연대기금’은 민주노총이 지난 18일 중집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최종 입장을 결정하며 발표한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이 그 내용이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은 하청·파견 노동자를 위해 대기업(원청)과 중소기업(하청)이 각각 일정금액을 출연해 '공동근로복지기금법인'을 설립하면 출연금액의 100% 범위에서 정부가 최대 30억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민주노총은 2020 임금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재원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 지역 업종 노동자 공동복지와 비정규직·하청 간접고용노동자, 중소 노동자 노동조건개선에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총은 공동근로복지기금에 대해 ‘사용자 돈으로 노동이 생색낸다’면서 전면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이 노동계의 자발적 임금양보론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하는 코로나19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이달 말 합의를 내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가 6월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불참하겠다며 6월 내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노사정대표자회의 부대표급 회의에선 고용보장, 임금조정 등 핵심 쟁점을 타결한다며 28일부터 집중교섭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