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자회사에 지배개입…“이럴 거면 직접고용해라”

코레일 현직자가 감사실장, 감사는 자회사 모든 영역에 해당

코레일이 자회사에 대한 지배개입을 강화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독립적인 조직으로서의 자회사 설립'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현직자를 감사실장으로 파견하고, 일상감사의 범위를 사실상 자회사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회사를 통제하고 있었다.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및 철도객센터지부는 30일 오후 1시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으나, 대다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용역형 자회사로 간접고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며 “코레일의 자회사를 통해 드러나듯 용역형 자회사로의 고용은 ‘외거노비’에서 ‘솔거노비’로 착취의 방식이 바뀌고 더 악랄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코레일이 자회사에 △코레일 현직자를 감사실장으로 파견 △코레일 퇴직자를 상임이사로 임명 △코레일 현직자를 비상임 이사로 임명 △코레일 일상감사를 통한 모든 부분 관리 △상임이사 연장을 해줌으로써 코레일에 충성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코레일 자회사는 코레일네트웍스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사업의 대부분을 코레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한다. 지난 23일 코레일은 감사실장 파견을 연장했으며, 상임이사에는 명예퇴직과 퇴직금 반납을 조건으로 코레일 1급 역장을 내정했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해 코레일네트웍스 임금교섭 결렬의 핵심 영향을 끼쳤던 교통사업본부장이 코레일로부터 연임과 대표이사 약속을 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지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철도공사의 명예퇴직자가 퇴직금 반납 조건으로 또 한자리 상임이사를 앉힌다. 이 사건들은 일자리 문제가 다가 아니”라며 “철도공사는 이들과 함께, 또 자신들의 앉혀놓은 철도공사 현직 출신의 비상임 이사를 이용한다. 결국, 자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철도공사의 모든 방침·계획에 따라 자회사를 운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지현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코레일네트웍스 교통사업본부장의 연임에 대한 자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해가 갈수록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으로 굳어지는 문제를 탈피하고자 작년 임금 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것을 합의하려고 하는 순간 대표이사가 결정을 방해하면서 상황을 뒤집어 엎었다. 결국 합의를 하지 못한 채 임금은 최종 동결됐다”고 전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역무·상담·운전·주차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93%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현 대표이사가 금지한 ‘고객만족도조사 조작’이 발생한 것은 본부장들과 감사실장의 책임이 명백하고 심지어 감사실 직원들까지 조작에 연루된 것이 국토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파견을 연장하고, 연임을 보장하려는 코레일의 모습은 자회사에 대한 지배개입과 착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코레일이 감사기준을 사실상 자회사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자회사와 노동자 간 임·단협조차 결렬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코레일은 감사기준 시행세칙 35조 일상감사의 범위를 ‘계열사 인사·자산·회계·보수 관련 규정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서재유 지부장은 “이럴 바에는 자회사가 아니라 원청인 철도공사가 직접 교섭에 나와야하지 않겠나. 이런 용역형 자회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자회사로의 전환은 직접고용도 아니고 간접고용이며 처우 개선도 안 된다. 착취 구조를 명확히 하고 바꿔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자회사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율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직국장 역시 “정부는 자회사의 전환으로 정규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회사 노동자들은 자기들이 정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레일네트웍스뿐만 아니라 관광개발, 코레일유통 등 그밖에 자회사들이 모두 코레일의 지배를 받고 있다. 코레일의 지분을 보면 SRT 40%, 관광개발 60%, 코레일테크 97%, 코레일네트웍스는 99%, 심지어 코레일유통은 100%”라며 “이러니, 코레일 직원이 감사실장을 하고, 퇴직자가 상임이사가 돼 재무, 노무, 취업 규칙까지 간섭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