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니애폴리스 경찰 폐지…뉴욕·시애틀 곳곳 농성

학교 경찰 철수에 예산 삭감, 비무장화까지…“자본주의와 경찰은 같은 말”

‘블랙 라이브즈 매러(BLM,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 시위의 여파로 미니애폴리스 경찰 기구가 폐지될 전망이다. 곳곳에는 농성장이 꾸려졌고, 비무장화나 예산 삭감 조치 등이 잇따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니애폴리스시위원회가 만장일치(12-0)로 미니애폴리스 경찰 기구를 폐지하고 지역사회 안전과 폭력 예방 부서를 신설해 대체하기로 했다. 이 안건은 내달 미니애폴리스 공공자문단의 평가를 거쳐 오는 11월 실시되는 주민투표에서 유권자가 최종 결정한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fund_the_police#cite_note-30]

미니애폴리스 경찰 기구 폐지안은 BLM 운동이 이룬 승리다. 이곳에선 지난달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진압에 사망한 가운데 시위와 폭동이 촉발되며 그 여파로 경찰 기구 폐지 여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블랙비전 콜렉티브(Black Visions Collective)’나 ‘레클래임 더 블록(Reclaim the Block)’ 등 인종적 정의 집단이 시의회에 경찰 폐지를 촉구했고 지난 6일 집회에 나온 시의원들이 처음으로 이를 공언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제레미아 엘리슨 미니애폴리스시위원은 26일 <씨엔엔>에 “단 하나의 조치로 오랜 기간 지속해온 체제적 억압과 인종적 압제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민중을 안전하게 하는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체제를 위한 많은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장 급진적인 경찰 폐지안을 선택한 미니애폴리스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경찰 비무장화나 예산 삭감 등의 조치가 나오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 시위원회는 23일(현지시각) 시위대의 요구에 응답해 경찰 예산을 대폭 조정하고 경찰기구를 비무장화하며 시립학교에서 경찰관을 철수하기로 했다. 앞서 브리지포트에서 BLM 시위대는 경찰청 앞에 농성장을 세우고 1주일 동안 시위를 지속했다.

<씨엔비시>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시정부는 경찰예산 20억 달러 중 15,000만 달러를 삭감해 건강과 교육 예산에 재분배할 계획이다. 보스턴도 내년 경찰 예산 중 1,200만 달러를 사회복지 예산으로 재할당할 계획이며, 뉴욕시도 뉴욕경찰청 예산 60억 달러 중 일부를 감축할 예정이다.

경찰 대신 사회복지

‘경찰 예산 박탈(Defund the police) 또는 경찰 기구 폐지’ 운동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 시위의 여파로 대중화됐지만, 미국 운동사회에선 이미 수십 년 동안 논의돼 온 개념이다. 활동가들은 경찰 예산을 박탈해 비(非) 치안 형태의 사회서비스, 주거, 교육 등 공공 안전과 지역사회 지원에 재할당하자고 주장해왔다. 사회 복지 분야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실업과 빈곤, 노숙과 같은 사회 문제를 직접 해결하여 지역사회 범죄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지역 정부들은 경찰 예산에 가장 많은 세금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약하다. 최근 <뉴욕타임스> 에 따르면, 미국 150개 대도시 평균 경찰 예산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늘어 7.8%(평균 주거지원 예산 5%)에 달했으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셉트>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매년 약 1,050만 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강력 범죄는 이 중 5% 미만이었으며 체포 건 다수도 마약 범죄와 같은 비폭력 범죄로 나타났다. 또 3건의 살인사건 중 1건은 미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데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 경제위기로 각 지역 정부들은 예산을 삭감해왔지만, 치안 유지 예산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비판이 크다.

경찰 조직이 애초 미국의 인종차별과 노동계급 혐오에서 기인해 노동계층을 분열시키고 빈곤을 범죄화하면서 지배계층의 이익을 보호할 뿐이라는 비판도 크다. 경찰은 파업을 비롯해 노동운동을 탄압해 왔으며 벌금과 감금, 부채에 취약한 근로빈곤층을 치안의 주된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캐피틀힐점거시위 공간 중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pitol_Hill_Autonomous_Zone]

한편, BLM 시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농성이나 총회 형태로 발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 캐피틀힐 지역에선 지난 8일 BLM 시위 도중 경찰이 포기한 6개 도시블록 지역을 시위대가 점거해 ‘경찰 없는’ 시위 구역(Capitol Hill Occupied Protest)으로 선언하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 동안 총기 사건 등으로 관할지가 축소되고 시위대 규모도 줄었으나 이곳은 여전히 시애틀경찰청 폐지 운동의 구심으로 역할하고 있다.

뉴욕시에선 시위대가 시청 앞에서 6일째(29일 기준) 대규모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뉴욕경찰청 예산 6억 달러 중 최소 1억 달러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시 예산이 승인되는 30일 밤까지 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다.

디트로이트에선 시위대가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공공위원회(Public Tribunal Against Police Brutality)’를 만들고 매일 총회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의료노동자들이 폐쇄된 하네만병원을 27일 일시 점거하고 경찰 예산을 보건 예산으로 재할당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