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당사자 “노사정 합의, 비정규직에 도움 안돼”

자회사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모여 노사정 합의안 폐기 요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공전하는 동안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은 해고와 생계위기에 처한 비정규직을 외면한 잘못된 합의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행동(이하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1일 오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합의에 대한 비정규직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많은 언론이 22년 만에 노사정이 대타협한다고 떠들지만, 그 대타협의 결과는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다양한 비정규직의 이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또다시 민주노총 지도부는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말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재난상황 위기 타개가 필요해서라고 하지만 이 합의안으로 해고 당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지 않나”라며 “지금 합의안은 고통분담도 아니고 대놓고 기업살리기 합의안”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에서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위원장 등은 직접 비정규직 당사자 입장을 대변했다.

자회사 제도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서재유 지부장은 “간접고용과 관련해 원·하청의 상생 노력 등이 합의안에 있지만, 실제로 현실에선 원청과 하청이 결코 수평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하청으로선 아무 것도 요구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할 일은 이 간접고용 상태를 종식시킬 파견법 폐지 요구”라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은 “정부에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파견법 폐지 등을 그대로 둔 채 노동자가 어떤 양보를 더 해야 하나”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두고 노동자들에게 재난의 고통을 전가시키는 합의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정 위원장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이번 합의안으로 노동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공단에선 아직도 노동자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 2년 전엔 성서공단에서 결혼을 앞둔 신부가 죽었고, 며칠 전엔 맨홀 뚜껑 아래서 재활용 종이를 수거하다가 노동자 2명이 죽었다”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이 100만이 넘는다고 하지만 현장 곳곳에선 노조가 없어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생기는 사고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노조가 닿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구제해 내는 게 중요한데, 이번 합의안으로는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억울하게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안이 안 보인다”라고 밝혔다.

오세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해야할 일은 사회적 대타협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끝내는 투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전체 25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전체가 아니고 그 중에서 약 77만 명 정도만 적용된다.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다는 핑계로 부리는 여러 꼼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 이제그만 소집권자인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김명환 위원장이 밝힌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건을 처리하겠다는 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지회장은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논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다”라며 "이제라도 비정규직 희생만 강요하는 사회적 합의를 폐기하고 해고금지와 휴업수당 실업급여 적용, 전국민고용보험적용 등을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미 지난 대대에서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이라며 “22년 만에 도출된 사회적 합의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소 생계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는 안으로 만들어졌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