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렉스로 플렉스 할 수 있을까?

[이슈]《워커스》 기자의 쿠팡 플렉스 투잡 체험기

로켓배송과 함께 날아간 쿠팡의 노동권

쿠팡의 비전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쿠팡 없이 살 수 없다’다. 쿠팡이 인권, 기본권도 아닌데 쿠팡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최근 이 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많은 노동자,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쿠팡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쿠팡에서 일자리를 얻은 이들은 노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경력단절 여성, 해고자, 퇴직자, 자영업자 등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을 가진 이들은 특히 더 쿠팡의 일자리를 반긴다. 허술한 고용안전망은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쿠팡에 들어간 이들은 일용직, 계약직, 특수고용노동자가 된다. 그곳에서 건당 수수료를 받거나 일당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매일 구직 신청을 하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내일의 삶을 준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매일 100m를 전력 질주하듯 살아야 하는 삶. 《워커스》가 쿠팡의 노동을 직접 경험하고 취재해보기로 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멘붕의 연속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보지만 점은 위치요, 네모는 건물이라. 가까이에 목적지를 두고 제자리를 빙빙 돈다. 이건 길치인 내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지도앱에 따르면 기자는 지금 건물 위를 걷고 있다. 다른 지도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다. 가까스로 배송지에 도착해 더듬더듬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른다. 아뿔싸, 이 빌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마스크 속 진한 습기를 느끼며 4층 계단을 오른다. 배송완료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전 플렉서들이 찍어놓은 현관문 사진과 색이 다르다. 옆집 택배를 살펴보니 지번 자체가 달랐다. 자칫 배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 FM을 지킴으로서 사고를 막아냈다. 사업가에게 시간은 생명. 배송 인증샷을 찍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대한민국 넘버원 e커머스 쿠팡의 사업파트너, ‘쿠팡 플렉서’다.

  쿠팡에서 홍보하는 쿠팡 플렉서 이미지 [출처: 쿠팡]

“경험이 없어도 괜찮아요. 학생, 주부, 어르신 모두 쿠팡 플렉스와 함께 하고 있어요.”

경력직만 요구하는 시대에, 경험이 없어도 좋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 후기가 쏟아지는 이 일자리는 일반인이 자차를 이용해 물류를 배송하는 서비스, 바로 ‘쿠팡 플렉스’다.

쿠팡 플렉스에 지원하면서, 구직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지 어리둥절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머리를 싸맸던 시간이 스쳐지나갔다. 스마트폰으로 ‘쿠팡 플렉스’ 앱을 깔고 개인정보 몇 가지를 입력하면 그날이라도 당장 일할 수 있다. 민중언론, 독립잡지의 기자로 산다는 것은 시원찮은 벌이를 전제로 한다. 투잡, 당연히 욕심난다. 쿠팡 플렉스 체험은 비판적 취재가 목적이었지만, 마음 한쪽에선 쿠팡 플렉스가 괜찮은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쿠팡 플렉스는 하루 세 타임을 모집한다. 주간배송(10:00~21:00), 야간배송(23:00~다음날 07:00), 새벽배송(03:00~07:00)이다. 기자는 야간배송을 신청했다. 쿠팡 플렉스는 대표적 플랫폼 사업자로 쿠팡 플렉서 역시 ‘노동자’가 아닌 ‘배송사업자’다. 직접 고용된 쿠팡맨과 달리 택배처럼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플랫폼 사업은 새로운 형태의 수많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워커스》는 직접 플랫폼 노동자가 돼 이들의 구체적 노동 조건을 알아보기로 했다.

첫 출근, 94개 물건을 할당받다

디데이는 6월 11일이었다. 6월 9일 업무를 신청했는데 10일 오후가 돼서야 확정 문자를 받았다. 10일 밤, 지인에게 차를 빌려 재빠르게 1일 보험에 가입한 뒤 캠프로 갔다. 배송 도중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가 어렵다지만 출·퇴근길만은 보장받고 싶었다. 캠프(물류센터)로 가서 차에 물건을 싣고 본격적인 배송에 나서면 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잔뜩 긴장하며 캠프 근처에 도착했다. 쿠팡 플렉서들이 이미 길게 줄지어 입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의 대기 끝에 자정쯤 캠프 안으로 진입했다. 차를 대충 구석에 주차하고 예습한 대로 업무 개시를 위해 QR코드를 찍었다. 업무 개시 시간은 11일 새벽 12시 9분. 그다음이 뭐였더라? 결국 직원을 찾아 도움을 구했다.

직원은 앱 사용법, 상하차 방법을 설명해줬다. 직접 해보면 헤맬 게 뻔하지만, 열심히 설명해주니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자꾸 잡생각이 났는데, 뜬금없이 어디선가 들은 우천 프로모션이 떠올랐다. 비가 오면 하루 치 수수료에 5,000원을 더해주는 프로모션이다.

기자 “오늘 비 오는데요. 우천 프로모션 있나요?”
직원 “아직은 뭐 없어요. 저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서요.”

실망스러운 답변이었다. ‘빗길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데...’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앱에 오늘의 할당량이 떴다. 94개! 어라, 94개? 예상보다 많은 물건이 배정됐다. 분명 기자가 자초한 일이었다. ▲30~50개 ▲50~70개 ▲75~100개 중 당당하게 ‘75~100개’를 고른 건 나였다. 쿠팡 플렉스 앱에 오늘 가야 할 배송지가 주르륵 떴다. 스크롤을 내리는 데 끝이 없었다. 초보한테는 이렇게 많이 안 준다고 했는데, 아마 비가 와서 플렉서가 많이 안 모였던 모양이다.

  쿠팡 플렉서에 도전한 박다솔 기자 [출처: 윤지연 기자]

배송할 물건을 영접하니 더욱 막막해졌다. 2단으로 된 롤테이너 두 개에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저것들이 차에 다 실릴지도 걱정이었다. 롤테이너를 끌고 운동장만 한 캠프 구석자리에 주차된 차로 이동했다. 우선은 물건 바코드를 스캔하고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이미 큰 지역별로 구분이 돼 있었기 때문에 그 경계를 흩트리지 않으려고 용을 쓰면서 물건을 쌓았다. 94개 물건의 스캔이 끝났다.

그 다음 ‘준중형차’로 분류되는 지인의 차에 물건을 싣기 시작했다. “가장 나중에 배송할 물건부터 먼저 쌓는다!” 열역학 제2법칙보다 절대적인 상차 법칙에 유의하며 트렁크를 열고 물건을 쑤셔 넣었다. 트렁크, 그리고 뒷좌석의 바닥과 천장까지 물건으로 꽉 찼다. 운전할 때뒤가안 보일 것 같았지만 캠프에 두 번 올 순 없었다. 금방이라도 택배를 토해낼 것 같은 묵직한 차에 올라타 운전을 시작했다. 새벽 1시 20분. 짐 싣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6시간이 채 안 되는 남은 시간 동안 94개를 돌려야 한다. ‘무모한 도전’의 시작이었다.

새벽2시, 쿠팡의 은밀한 제안

새벽 1시 40분경 첫 번째 배송지에 도착했다. 초심자의 행운일까. 첫 배송지로 찍은 집에 택배 네 개를 한 번에 배달했다. 두 번째 집도 네 개다. 일타쌍피가 아니라 일타사피다. 하지만 물건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10분 만에 첫 번째 가구 물건을 찾았다. 본격적인 배송을 하기도 전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2가구, 8개 물건을 배송하고 나니 새벽 2시가 됐다. 그때 캠프에서 만난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할당량이 과했다며, 백업 플렉서를 보낼 테니 물건을 ‘반띵’하라고 했다. 재고의 여지는 없었다. 9만 원가량의 예상 수입도 그렇게 반 토막이 났다.

백업 플렉서는 남은 물건 86개 중 46개를 가져갔다. 그에게 예상 시간을 묻자 그는 짧게 물건을 스캔하더니 “1시간 반” 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였다. 프로에게도 초보 시절은 있는 법. 그는 쿠팡플렉스 출근 첫날 물건 12개를 배송하고 뻗었다고 했다. 그의 복병은 공동현관이었다. 요즘은 대다수의 주택과 아파트에 공동현관이 있다. 고객이 현관 비밀번호를 메모해 둔다고는 하지만 때론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키-종-9898-산타’를 순서대로 눌러도 현관문이 꿈쩍하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진땀이 난다.

프로 플렉서 역시 투잡을 뛰고 있었다. 그는 ‘주야(주간+야간)’를 뛰면 한 달에 300만 원을 벌수 있다며 우리에게 플렉서를 계속해보라고 권했다. 영상 촬영을 위해 동행한 동료 기자가 “주간, 야간 다하면 잠은 언제 자나요”라고 혼잣말하듯 물었지만 그는 잠이 무슨 대수냐는 듯 말을 이어갔다. “오늘 같은 경험을 하면 우리는 프로가 될 수 있어요. 자신감을 잃지 마시고요.” 그는 공익광고 멘트 같은 말로 초보 플렉서의 용기를 북돋아 준 뒤 자리를 떠났다.

새벽 3시 24분. 8가구 14개 배송완료. 쉬는 시간 없이 일했지만 저조한 실적에 울적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내비가 이상해.” “물건 하나 빠뜨린 것 같아.” “주차 좀 봐줘.” “배터리 없어.” 이밖에 화장실 문제 등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촬영만 하기로 했던 동료 기자는 초장부터 배송에 투입됐고, 나중엔 길까지 찾았다.

  박다솔 기자가 배송해야 할 택배 [출처: 윤지연 기자]

배송사고 23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새벽 5시 50분경. 10가구의 11개 물건이 남았다. 물건 수보다 가구 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터득하던 중이었다. 정신없이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를 오르고 있던 시각, 쿠팡 직원에게 두 번째 전화가 왔다. “지금 돌고 계신 것 맞아요? 배송 진행이 안 되는 거로 나와서요.” “지금 하고 있는데요.” “두 시간 안에 가능하세요?” “네네” 오전 7시까지 배달이 안 되면 사고다. 나의 위치와 업무 수행정도가 실시간으로 확인된다는 것은 섬뜩했다. 회사는 몇 시에 무슨 물건이 배송완료 됐는지 앱을 통해 알 수 있고, 이는 빅데이터화돼 플렉서 1인의 평균 배송시간, 지역별 배송 시간 등이 산출될 것이다. 그렇게 산출된 정보는 가장 크게는 비용 절감을 위해 쓰일 터였다. 어쨌든 회사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드디어 새벽 6시 37분. 마지막 배송을 끝마쳤다. 마감 시간인 오전 7시를 딱 23분 남겨놓은 시간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배송 알고리즘엔, 이런 계산까지 다 돼있던걸까?

캠프에 입성한 뒤 6시간 30분 동안 39가구, 48개의 물건을 돌렸다. 6월 11일 모 캠프의 배송 수수료는 박스 1,000원, 비닐 850원으로 책정됐다. 수수료는 쿠팡의 알고리즘에 따라 매일 바뀐다. 소득세와 지방세 3.3%를 원천징수해 쿠팡이 입금한 돈은 4만6300원. 유류비는 4,000원(1)으로 추정된다. 긴가민가했던 우천 프로모션(5,000원)이 적용됐다. 유류비를 빼니 순수익은 약 42,300원, 시급으로는 6,500원이었다. 사실 1일 보험을 든 비용과 두 명이 함께 했다는 것은 논외로 하려고한다. 야간 노동이 시간당 3,000원 이하로 내려가는 일만은 없다고 믿고 싶다.

2018년 8월, 쿠팡 플렉스가 처음 도입될 때 건당 수수료는 2~3,000원을 호가했다. 쿠팡은 ‘시간당 3만 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선전했던 적도 있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노동 조건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배송 및 교통사고, 수수료 인하, 이유 없는 배차 거부 등의 문제가 떠올랐다. 배송 및 교통사고는 플렉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쿠팡 플렉스는 개인의 반복적인 유상운송행위로, 보험사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사고가 나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보험사는 위험한 직종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는데 가입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귀책사유에 해당한다. 배송 수수료 역시 1,000원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고,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이미 배송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값싼 배송 서비스의 증가는 산업 전반의 출혈 경쟁과 단가 하락을 부르고 있다. 택배 기사의 수수료는 10년이 넘도록 1,000원을 넘기기 힘들다.

그럼에도 코로나로 직업을 잃거나 강제로 쉬고 있는 사람들이 쿠팡 플렉스로 몰려든다. 코로나 이후 쿠팡 주문량이 많아지며, 쿠팡도 플렉서를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 약 6,500명 정도였던 쿠팡맨은 현재 8,200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쿠팡맨이 1.27배 늘었지만 물류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쿠팡 주문량은 지난해 연말 기준 하루 200만 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월 28일 330만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300만 건대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위 수치에 따라 전국의 쿠팡맨, 쿠팡 플렉서들이 하루 평균 몇 개의 물건을 배송하는지 따져봤다. 하루에 일하는 쿠팡맨을 8000명으로, 그들에게 배정된 가구를 평균 200가구라고 가정하면 전국 쿠팡맨은 하루 160만 가구의 배송을 책임진다. 한 가구당 배송 물량을 1.4개로 잡았을 때 쿠팡맨이 하루에 배송하는 물건은 224만 개다. 그렇다면 나머지 76만 개 이상을 쿠팡 플렉서들이 돌리는 꼴이 된다. 쿠팡 플렉서들이 하루 50개~200개의 물건을 돌린다고 치면 4800명에서 1만5200명의 플렉서들이 하루에 투입돼 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쿠팡 플렉서들을 관리하는 오픈채팅방 참여자는 지난해 8월인 11개월 전보다 약 3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8월 1일 기준 48개 채팅참여자는 총 9만6787명(2)이었다. 그리고 올해 6월 20일 기준, 오픈채팅방은 64개, 채팅참여자는 총 26만2836명이다. 지난해엔 5000명이 넘는 채팅방이 없었지만 올해엔 전국 17개 캠프에서 5000명 이상의 채팅참여자를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일각에선 국민들이 ‘일할 의지’가 없다는 훈장질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투잡을 하겠다고, 코로나 절벽에서 자기 손으로 생계를 이어가겠다고 오늘도 플렉스에 지원한다. 코로나보다 지독한 것은, 불안정 노동이다.

《워커스》와 따오기의 콜라보 영상 보기


1) 37km×평균연비 13km/l×l당 휘발유 값 1400원
2) 2019.11.21. <디지털 경제 확산과 노동유연화 민주노총의 대응 방향 토론회 자료집> ‘배달노동과 플랫폼, 긱 경제의 부상’(수열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발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