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아직도 혁명을 꿈꾼다!

[새책] 배성인, 『혁명의 세계, 반란의 역사』. 나름북스, 2020.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가?”

그렇다. 소련동구 몰락이후 ‘혁명의 시대’는 끝났고 ‘민주주의’라는 ‘온건한’ 구호가 ‘혁명’이란 단어를 대신하게 됐다고들 말한다. 이제 혁명은 지나간 과거의 언어의 언어, 잊힌 언어이다. 아니 민주주의라는 화두도 잠시, 닉슨이나 부시조차 ‘좌파’로 보이게 만드는 트럼프의 등장과 브렉시트 등이 보여주듯이, 사장만능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반작용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민주주의’도 아니고 극우포퓰리즘이라는 ‘반혁명’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적 양극화(‘1대 99의 사회’)와 ‘남아도는’ ‘잉여인간’의 축적, 코로나 팬데믹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생태파탄, 인류를 넘어서 지구의 멸망을 앞당기고 있는 기후위기 등이 보여주듯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존체제의 발본적인 변혁, 즉 ‘새로운 혁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권모술수의 정치철학자로 잘못 알려진 마키아벨리를 재해석한 <마키아벨리의 고독>을 보면, 이탈리아에서 근대적 국가의 설립은 불가능하다. 마키아벨리가 고민한 프랑스 등에서는 절대왕정과 근대적 국민국가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도시국가에 얽매여 있어서 근대 국가 설립이 ‘필요불가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표현대로, 우리 시대에 새로운 혁명은 ‘필요불가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꿈’일 것이다.

[출처: 나름북스]

저자의 <혁명의 세계, 반란의 역사>는 이 같은 ‘필요불가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꿈’(아니 코로나 팬데믹은 얼마 전까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혁명’을 현실로 불러내고 있고 있다)과 관련해,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책이다. 어느 운동 내지 조직이나, 이름 없이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저자는 우리의 진보학술운동에서 묵묵히 음지에서 땀 흘려온, 그 같은 존재이다. 진보학술운동의 일꾼인 저자의 최신작인 이 책은 로마의 노예제도에 저항했던 ‘최초의 혁명가’ 스파르트쿠스를 시작으로 고대와 중세의 혁명과 봉기로부터 오랜 신분제의 벽을 깨고 자유와 평등의 문을 연 프랑스대혁명 등 근대사회의 혁명들, 20세기의 대표적인 혁명인 러시아혁명으로부터 포스트모던사회의 시작을 알린 68혁명 등 현대혁명에 이르기까지 모두 22개의 중요한 역사적인 혁명과 반란을 다루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혁명은 일부 ‘시대착오적’인 ‘좌파’나 관심을 갖는 주제이고 우리와는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 그리고 일상은 모두 스파르트쿠스로부터 프랑스혁명, 그리고 다양한 현대혁명에 빚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 혁명이 아니었다면, 보수정치의 아이콘인 박근혜는 노비로 태어나 비천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르며, 혁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극우논객도 노예검투사로 매일 목숨을 건 격투를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의 현재, 나아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가 읽어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두 가지이다. 우선 ‘포괄성’이다. 시기적으로 고대,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시대를 포괄하고 있다. 나아가 서구중심의 역사와 혁명 서술(‘서구중심주의’)을 넘어서 동양과 우리의 역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중국의 황건의 반란(‘황건족의 난’)으로부터 당나라최대의 민중반란이었던 황소의 난을 다루고 있고, 우리 역사속의 중요한 저항이었던 망이-망소이의 저항과 만적의 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시기, 지리적 포괄성 이외에 주목할 것은 유형적 포괄성이다. 프랑스, 러시아혁명과 같은 ‘고전적인 사회혁명’이 아니라 베트남, 쿠바혁명 등 민족해방운동과 결합한 제3세계 혁명, 여성 참정권 운동과 같은 ‘젠더혁명’, 68혁명과 같은 ‘포스트모던 혁명’ 등 다양한 혁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어렵고 딱딱한 주제인 혁명이라는 문제를 쉽게 풀어쓰고 재미있게 소개한 서술방식이다. 한마디로, 운동권만의 ‘의식화 서적’을 넘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탁월한 역사교양서이다. 19세기후반과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좌파실천가이자 페미니즘운동의 선구자인 엠마 골드만은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칙칙하고 머리가 아픈 혁명서가 아니라 즐겁고, 읽으며 춤출 수 있는 그런, ‘유쾌한 혁명교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