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성공무원, 성차별적 조직문화 겪고 있었다

2018년 성평등 실태조사 결과, 여성 공무원 74.6% “성희롱 문제 삼으면 피해자만 손해 볼 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가 4년간 신고를 못 한 이유는 조직 내부의 성차별적인 문화 탓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변호인을 통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해도 시장을 비호하는 말들 때문에 더 이상 피해 호소를 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피해자뿐만 아니라 서울시 여성 공무원들은 성희롱을 문제 삼으면 피해자만 손해본다는 인식을 넓게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지난해 3월 ‘2018년 서울시 공무원 직장 내 성평등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보고’를 발표했다. 서울시 본청, 사업소, 자치구 공무원 등 직원 6,8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남성은 3,475명(51%), 여성은 3,335명(49%)가 참여했다.

[출처: 서울시]

이 조사의 ‘성희롱 인식·경험 및 전담부서’와 관련한 항목에서 여성의 74.6%는 ‘성희롱을 문제 삼으면 직장 내 인간관계 악화, 업무배제 등 결국 피해자만 손해 볼 뿐’이라는데 동의했다. 반면 남성은 24.9%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여성 공무원의 다수(70.6%)는 성희롱 원인으로 ‘조직의 위계질서가 강하기 때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반면 남성 공무원은 37.4%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성희롱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미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질문에는 여성의 대다수인 90.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남성은 절반 정도인 51.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컸다. ‘지난 1년 동안 본인을 제외하고 주위의 동료직원이 성희롱을 당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여성 공무원은 37.9%가 있다고 답했고, 남성 공무원은 10.6%만이 해당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출처: 서울시]

해당 성희롱의 유형에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60.7%)가 가장 많았고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47.5%) ‘음담패설 및 성적농담’(44.4%) ‘신체를 접촉하거나, 하도록 강요’(41%)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밖에 ‘사적 만남 강요’(12.5%), ‘성적 사실 관계를 묻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유포’(7.6%) ‘야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여줌’(4.3%) ‘성적 관계요구’(1.7%) 등의 요구도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간접 경험한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가 참고 넘어감’(66.1%)으로 종결되는 방식이 가장 많았다. ‘직장의 성희롱 고충처리 전담 창구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8.3%), ‘피해자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부서를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둠’(4.2%), ‘주변 사람들이 중재해 문제 처리’(3.6%)한다는 답변은 소수에 그쳤다.

서울시 여성 공무원 다수, 성희롱 사건 직장 내 처리 기대 없어

[출처: 서울시]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내에서 적절한 처리를 해줄 것으로 생각하는지 여부’도 여성과 남성의 기대가 엇갈렸다. 여성 공무원은 세 명 중 한 명꼴인 33.4%만이 직장 내에서 적절한 처리를 해줄 것으로 봤다. 반면 남성 공무원의 경우 세 명 중 2명꼴(74.6%)로 적절한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적절한 사건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에는 ‘성희롱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향’(50.7%), ‘직장 내 성희롱 묵인·방관 문화’(47.2%), ‘체계적인 규정 없음·성희롱 고충처리 전담창구 전문성 낮음’(43.1%), ‘이전 성희롱 사건 처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음’(31.1%) 등의 답변이 골고루 나왔다.

서울시는 성희롱, 성폭력 신고게시판과 신고메일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관별 고충상담원을 지정해 상담 창구도 운영하고 있었지만 활용법을 안내받거나, 실제로 활용하는 비율은 낮았다.

‘성희롱 고충처리기구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라는 답변은 절반이 안 되는 48.1%를 기록했다. ‘성희롱 업무처리 담당자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는 ‘그렇다’라는 답변이 37.9%에 그쳤다.

한편, ‘성평등한 조직이 되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분야’에서 ‘성별 구분 없는 공정한 업무분배’(40.7%)가 첫번째 과제로 꼽힌 것 역시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의 업무 분배의 상당수가 젠더화 된 여성 역할을 강요하거나, 남성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출처: 서울시]

실제 같은 설문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 경험 여부 질문에서 여성들은 전 항목에서 남성보다 높은 경험을 보였다. 여성들은 ‘승진 및 평가’(37.9%), ‘부서배치’(30.3%), ‘회사주요정보’(31.5%), ‘업무배정’(29%) 등의 순으로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로도 이어진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성평등노동정책기본계획수립연구 보고서(2019)에서 “성별 임금 격차는 구직 과정에서부터 채용, 배치, 교육·훈련, 승진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이 누적된 결과로, 진입 격차 해소를 비롯하여 다른 정책영역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민선 7기 들어 ‘임금 격차 해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 있고, 전국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현실에서 성차별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밖에 ‘성평등한 조직이 되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분야’의 또 다른 답변으로는 ‘인력 충원 등을 통한 업무 재분배’(40.1%), ‘가족친화적 제도 활용 용이성’(34.6%), ‘남직원의 육아휴직 활용 용이성’(22.8%) ‘야근이 만연한 조직문화’(22.7%) 등이 뽑혔다.

한편 위 설문은 성평등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의 요청으로 2018년 10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조사됐다. 응답자 특성으로는 50대 이상(전체의 32.5%), 자치구 직원(전체의 71.7%), 6급 이하 직원(전체의 94.2%)의 응답 비율이 높으며, 10년 이상 근무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