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는 ‘보랏빛 행진’

여성들 서울시부터 인권위까지 행진, 인권위에 직권 조사 촉구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연대하는 여성들이 ‘연대의 보랏빛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서울시청에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광장 앞에 150여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들이 주최한 ‘서울시에 인권을, 여성노동자에게 평등을’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여성들은 보라색 우산을 들거나, 보라색 우비를 입은 채 서울광장을 둘러쌌다.




여성들은 서울광장에서 ‘피해자의 용기 앞에서 도망쳐버린 가해자에게 함께 분노하겠습니다’ ‘공소권이 없다고 해서 가해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 촉구한다’ ‘서울시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폭력 묵인 없는 성평등한 조직 구성하라’ ‘성폭력 없는 직장, 평등한 조직…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아카이브 사업을 중단하라’ 등 여러 가지 구호를 외쳤다.


오전 10시 45분경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착한 이들은 인권위가 직권으로 진상조사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원순 사건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측 진정 방식의 인권위 조사가 아닌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 직권조사의 경우 피해자의 요청을 넘어서는 범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 제출할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의 요지를 설명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성폭력 사건의 조사 대상과 제도개선 요구사항은 크게 여덟 가지다.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성차별적 직원 채용 및 성차별적 업무 강요 여부 ▲박원순의 성희롱 및 강제추행 등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 및 성범죄 피해에 관한 방조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 피해에 대한 미흡한 피해구제절차▲7.8.자 고소사실이 박원순에게 누설된 경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 이행 여부 ▲선출직 공무원 성폭력에 대한 징계조치 등 제도적 견제장치 마련요청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의무의 이행 여부 등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여성단체 대표자들은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여성들은 인권위 앞에 남아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등 직접행동을 이어나갔다.

한 명의 여성도 성폭력으로 착취당하지 않게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 연구소 소장은 “지난 한 달간 절망과 분노의 시간을 보냈다”라며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는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고, 성폭력과 폭력을 견디지 못한 한 스포츠 선수는 이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최종범은 2심에서 불법촬영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범죄자 안희정은 모친상 당하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한을 받고 조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이어 자신 역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신 소장은 “더 이상 한 명의 여성도 성폭력으로 착취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여성들을 그냥 두고 싶지 않다”라며 “박원순 전 시장이 죽었다고 해도, 명명백백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온라인으로 모아진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도 대독됐다.

익명의 한 시민은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은 피해자 고소를 무효화하고 동정심을 유발, 죽음으로서 죄를 씻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상당히 폭력적”이라며 “유서에 피해자에 대한 언급 한마디도 없다는 점이 실망스럽다. 반드시 이 사건 진상 밝혀지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안전한 일상생활 찾을 수 있길 기원한다”라고 적었다.

다른 시민은 “법치 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도움을 받고자 용기 내 고소했는데 돌아온 것은 스스로 목숨 끊은 가해자와 가해자를 장식하는 성대한 장례식이었다”라며 “사회가 약자의 편에 서주지 않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피해자의 결심과 연대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피해자에게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힘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항상 연대하고 지지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조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시 현장을 점검한다. 여성가족부는 서울시를 방문해 그동안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조치 실행 여부, 조직 내 2차 피해 발생현황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조치사항, 폭력예방교육 등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여성가족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 점검총괄팀장을 단장으로 법률, 상담, 노무 전문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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