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35년 해고노동자 김진숙, “현장으로 돌아갈 마지막 시간”

올해 정년 맞아…“지도위원 아닌 용접공으로 돌아가야”

올해 정년을 앞둔 한진중공업 35년 해고노동자 김진숙 씨의 마지막 복직 투쟁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을 응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희망버스 사법탄압에 맞서는 돌려차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비롯해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고공농성 당시 함께했던 연대 단위들과 대우버스 노동자,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노동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했고,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뒤 올해 정년을 맞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선소 용접공이 되고) 일이 너무 힘들고, 스물다섯 살짜리가 사는 게 아무 희망이 없어 죽으려고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갔다”며 "본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 1년 더 살아보자고 내려온 뒤 노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화장실이 없고 식당이 없으면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며 “유인물 몇 장에 불순분자 빨갱이가 되어 해고된 세월이 35년.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도 살아서 온전히 돌아가고 싶었던 곳, 현장으로 돌아갈 마지막 시간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고 박창수, 고 김주익, 고 곽재규, 고 최강서 노동자는 한진중공업 열사다.


기자회견에는 올해 복직을 요구하며 대구 영남대학교 본관 74m 높이에서 227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함께했다, 그는 “(영남대 고공농성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은 부산에서 대구까지 부채 하나 들고 겁도 없이 길을 나섰다”며 “그래서 저는 무엇을 들고 부산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박 지도위원은 “김진숙은 당시 나에게 빨간 파카를 줬다. 드라이클리닝해서 돌려 달라고 했지만,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김 지도위원은 파카를 입기 전에 사랑하는 한진 조합원 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6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영도 조선소 정문 앞에서 아침 출근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심진호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은 “지도위원 김진숙이 아닌, 용접공 김진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김진숙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정리해고된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도 복직 투쟁에 힘을 모았다. 그는 “나도 젊은 나이부터 노조에 가입해 김진숙 동지 삶의 얘기를 들으면 감정이 격해지고 울분이 나곤 했다”며 “김진숙 동지는 크레인에서 내려온 뒤에도 올라가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며 보일러를 틀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글을 보고 동지를 만나면 뜨겁게 안아 주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계월 부지부장은 기자회견 장소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포옹을 했다.

문정현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해고자 김진숙은 복직하겠다고 한다”며 “김진숙이 계속 복직 투쟁을 하는 이유는 해고 노동자를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속 발생할 해고노동자를 막아야겠다는 의미다. 오늘은 노동 운동사에서 중요한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