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성기업 손배소 파기환송해야”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유성기업의 손배소 제기…손배금액 대법원 계류 중 21억 원으로 불어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유성기업이 제기한 손배소를 대법원이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를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손배소를 2심 재판부까지 인정하면서 “노동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출처: 손잡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영동지회, 손잡고, 유성범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 손배소는 노조파괴 최후수단이었다”이라며 “대법원은 판결로써 ‘노동권을 침해하는 유성기업 법제도 악용’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11년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작전문건에 적시된 바와 같이 유성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파괴 작전의 최후수단이다”라며 “노조파괴 작전임이 버젓이 드러났음에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10년째 살아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조파괴 작전문건은 2011년 5월 11일, 유성기업과 노조파괴 컨설팅업체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불법파업 단기 대응 방안’ 문건을 가리킨다. 창조컨설팅은 ‘쟁의조정을 거쳐 파업에 들어가면 조합,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하라고 사측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손배가압류’는 사측의 대응 방안 스케줄 마지막에 적시됐고, 노조의 말을 빌리자면 ‘노조파괴 작전의 최후수단’이 됐다.

이에 따라 사측은 2011년 10월 10일, 유성지회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며 4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유성아산지회, 유성영동지회, 개별 노동자들에게 청구했다. 유성기업이 입은 ‘소극적 손해’, 원청인 현대기아차 등이 입은 ‘적극적 손해’, 위자료 등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1심 재판부는 손해를 따질 때 회사의 책임을 60%로 책정했고 12억여 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인정했다. 2015년 2심 재판을 거치며 손해배상 인정액은 10억 원으로 줄었으나 노동자 측의 책임은 60%로 상향됐다. 지연이자는 연 20%에 달한다. 2심 선고가 있던 2015년 12월 17일 이후 매일 약 55만 원의 지연이자가 발생해 2020년 7월 현재 손배금액은 21억 원을 넘어섰다.

2심 판결 이후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련자들은 각기 처벌을 받았다. 법원은 유시영 회장을 비롯한 유성기업 임원, 창조컨설팅 심종두와 김주목, 현대자동차 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출처: 손잡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성기업아산·영동지회는 “회사와 교섭을 통해 노조파괴를 종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노조파괴 최후 수단인 손배를 회사가 스스로 취하해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조는 수차례 기회를 주었다. 법원 또한 조정을 권했으나 유성기업은 조정기회마저도 걷어찼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성기업은 신뢰가 기본이어야 할 교섭에서마저 막대한 금액의 손배를 ‘회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지난 10월 31일, 9년 만에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분명 '손배철회'가 적시되어 있지만, 최근 교섭에서도 임금 및 타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손배철회 조건으로 거는 등,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철회'를 악용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성지회의 재판을 맡은 김상은 변호사는 상고심의 주요 쟁점을 설명하며 지난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김상은 변호사는 우선 항소심 판결이 부제소특약의 내용을 축소,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유성기업이 속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유성지회가 속한 금속노조는 “회사는 노동조합을 이유로 손배, 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라는 부제소특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10억 원의 손해 배상액을 인정한 것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단체협약을 침해한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또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현대가아차의 손해배상금을 대폭 상향했는데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현대기아차가 3,432대의 생산차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측의 행위로 인한 손실이라는 인과관계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라며 “현대기아차가 근로자 측 행위와 생산차질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사실조회에 응하지 않았고, 회사 또한 이에 대한 입증을 다 하지 아니한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이 현대기아차 손해배상금을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과실상계율의 문제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1심의 경우 회사의 책임을 60%로, 2심의 경우 근로자 책임을 60%로 봤다”라며 “회사의 단체교섭의 회피, 창조컨설팅을 이용한 노조파괴시니라오 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근로자 측 책임을 60%로 판단한 것은 사실상 사태의 책임의 원인이 회사보다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유성지회는 법리검토 의견서와 지회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출처: 손잡고]

한편 국제사회는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ILO는 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에 미칠 중대한 효과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부가 제기된 혐의사실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UN사회권규약위원회는 제4차 대한민국 심의 최종견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등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를 우려하며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 ​조치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