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들의 이야기,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6명의 질병 서사로 만들어진 공연...8월 31일까지 온라인 공연 진행

”한때 저는 다섯 마디를 하려면 세 마디의 말을 하고 두 마디의 말이 잊히는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약 용량이 많아서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던 때였습니다. 그때 제 주위에 사람들은 제가 하는 말을 들었으나 아무도 그 말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 저는 그런 몸, 그런 몸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사회에 나와 알게 되었습니다.

잠이 쏟아져 간단한 문서 작성을 할 수도 없고, 강박 때문에 몸을 움직여 물건을 정리할 수도 없고, 설거지조차 물소리가 말을 거는 환청으로 들려 할 수 없는 그런 몸들…. 그런 몸들은 쓸모없는 몸으로 버려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쓰레기로 분류되어 시설에 수용되거나 아니라면 가족에게조차 부담만 주는 존재로 여겨져 무시당하고 침묵당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강제입원을 경험한 조현병 당사자인 목우 씨가 무대에서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와 함께 모두 6명의 아픈 몸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바로 아픈 몸들의 질병서사,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이야기다. 공연은 7월 11일, 12일 양일간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열렸으며 현재는 온라인에서 상영 중이다.

공연에선 목우 씨와 함께 희귀 난치 근육병 환자인 수영 씨, 산부인과 질환이 있는 다리아 씨, 유방암 4기 생존자인 쟤 씨, 크론병을 가진 희제 씨와 여러 질병으로 20년 가까이 수술과 재활, 재발을 경험해온 나드 씨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아픈 몸과 함께 살아온 이들 자신의 이야기이다.

  극 중 장면 [출처 | 다른몸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건강중심 사회에서 질병을 둘러싼 차별, 낙인,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아픈 몸들의 목소리로 만든 시민연극이다. 건강중심 사회에서 각자의 질병과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슬픔, 기쁨, 혼란의 감정부터 의료권력, 가부장제, 인간관계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다양한 현실을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표현한다. 연극의 주인공인 6명의 시민 배우는 언론을 통해 공개 모집했으며, 공동창작을 통해 연극이 완성됐다.

공연은 사회 문제를 교차적으로 사고하며 실천하는 그룹 ‘다른몸들’이 주최했으며, ‘인권연극제’, ‘장애인문화예술판’이 협력해 제작했다. 연출은 플레이백 시어터 배우이자 악사, 교육자로 활동하는 허혜경 배우가, 기획과 제작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조한진희 활동가가 맡았다.

이번 연극을 기획한 조한진희 활동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질병은 의료인이나 의료정책전문가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당사자의 언어가 부재한 영역”이라며 “이번 연극처럼 아픈 사람들이 삶에서 어떤 차별과 배제를 겪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일단 더 많아져야 한다. ‘민중에게 권력을’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아픈 몸에게 권력을’이라고 외친다. 우리의 말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상영은 소셜펀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후원을 통해 접할 수 있으며, 8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온라인 관람 신청 및 결제(소설펀치)(링크).

공연 후에는 아픈 몸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대안에 대한 토크쇼도 이어진다. 토크쇼에는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 조한진희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참여했다.

연극과 토크쇼는 모두 문자통역, 수어통역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정확한 통역을 위해 통역사들이 공연 1, 2주 전부터 리어설 현장에 와서 사전에 진행을 준비했을 만큼 행사 모든 면에서 여러모로 꼼꼼한 손길도 눈에 띈다.

  토크쇼 모습 [출처 | 다른몸들]

[출처: 다른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