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실수요를 죽여야 산다

[요즘 경제] 실수요와 투기의 모호한 관계


총선 압승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이중 부동산 정책에 대한 오락가락한 대응이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면서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투기 세력을 막겠다.”

그런데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말은 왜 이리 실천 불가능할까? 역대 정권마다 부동산 대책을 여러 번 쏟아냈지만, 번번이 좌충우돌하면서 갈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것을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지, 꼬여버린 현실의 구조적 갈등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뭔가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정권의 핵심인사 중에도 부동산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책의지를 의심하는 비판들이 커지고 있다.

실수요와 투기의 모호한 경계

만약 무주택자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실수요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투기세력을 막겠다”는 말은 실천될 수 있을까?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투기적 수요를 근절시키는 방법 중 하나지만, 이것이 지금의 투기적 수요의 전부가 아니다. 집 한 채는 꼭 장만해야겠다는 목표가 삶의 최우선인 상황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갖기 위한 개인의 열망과 노력을 억누를 수가 없다.

문제는 이처럼 실수요와 투기의 구분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빚까지 얻어 산 집이 가격이 내려가면 가정경제의 타격은 매우 크다. 노후를 생각하면 매년 일정 정도 집값이 올라줘야 나중에 급하면 집이라도 팔아 생계에 보탤 수 있다. 그러니 건물이 낡으면 집값이 하락하기 마련이건만, 빚을 얻어 산 나의 집값이 내려가는 걸 마냥 바라볼 수는 없게 된다. 집을 사기 전까지는 집값이 내려가길 바라지만 정작 집을 사면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대략 5:5 정도다.

과거 복지제도가 미비했던 시절에는 개인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해야 했고, 저축과 자산증식이 유일한 노후대비 수단이었다. 이러한 복지 현실에 커다란 반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실수요와 투기의 구분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위 실수요 대비책으로 3기 신도시 개발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의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한쪽을 막았으니 다른 쪽을 열어 실수요자들을 흡수하겠다는 공급정책이다.

국민임대주택 왜 이리 더디나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상상을 해보자. 만약 1가구 1주택 소유가 보편화돼,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 자녀들, 이렇게 삼대가 각자 1주택을 소유하게 된다면 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새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상황에서 후대 자식들은 소위 ‘로또 분양’이라 불리는 신규 아파트에 몰리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의 노후 된 주택들은 사회적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주택연금 제도가 뒤늦게 도입됐고,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이것이 국민연금과 더불어, 집 한 채 있는 노후세대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주거와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택연금을 통해 국가에 반납된 주택은 어떻게 처리될까? 새로 짓든, 리모델링하든, 다시 국가가 새로운 주택의 재원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국민임대주택을 지어 수십 년 장기 임대를 하는 것이 모두에게 편한 일 아닐까? 소득보다 큰 빚을 얻어 집을 사느라 서로가 아득바득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고, 로또 분양이니 뭐니 하는 사회적 위화감과 아파트 신분제 같은 사회적 병폐도 없앨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국민임대주택 정책은 더디기만 하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자산증식을 통한 복지체계가 수십 년간 확대되며 강력한 주택 소유 욕구가 사회적 관습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부가 임대주택을 제대로 짓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저가용품 공급하듯 싸게만 지으려고 하니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그 양도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들은 기본적으로 거주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부동산 대책의 기본은 이들의 수요를 상당수 국민장기임대주택으로 흡수하여 주택시장의 실수요를 자체를 처음부터 줄여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동산값 폭등과 폭락, 어느 쪽도 편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주거복지 체계를 먼저 세우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에 당근과 채찍을 반복하는 것은 꼬여버린 갈등구조 속에서 서로의 불만을 키울 뿐이다.

저금리 뉴노멀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한편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은 임대주택 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비유되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집값 상승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매물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수년째 없는 지역도 수두룩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장기불황 사태를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초저금리 정책은 아마도 십수 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십 년 넘게 지속돼 온 이 현상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정상 상태’를 의미하는 뉴노멀이 말 그대로 이 시대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국면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서 겪고 있는 문제다.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사회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가령 캐나다 밴쿠버를 비롯해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 독일 뮌헨 등이 심각한 부동산 버블 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캐나다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수에 15%의 특별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런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훨씬 더 올랐다. 런던 주민의 소득은 2007년보다 줄었는데 부동산 가격만 오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품이 없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들 금융 위기 이전의 부동산 버블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자산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로 주요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정책을 지적한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떠도는 엄청난 금융자금들이 전 세계 증시와 채권시장을 비롯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자산가 계층이 저금리 환경 속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대도시 중심의 인구가 밀집한 부유한 지역으로만 몰리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현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흔히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을 ‘큰 손’이라 불리는 부동산 부자들로 생각하지만, 사실 여기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및 부동산펀드, 그리고 각종 보험 및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까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여러 금융기관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부동산펀드는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들의 자금원이기도 하다. 개인들도 최소 500만 원으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펀드 수익은 마치 주식 배당과도 같은데, 그 원천이 바로 임대인들이 벌어들이는 월세가 되는 셈이다.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 및 국민연금기금의 경우도 장기국채 금리가 1.5%대 수준으로 내려오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것이 시세차익이든 임대수익이든, 자신들이 약속한 보험과 연금의 보장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이라도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규모 기금을 통한 부동산 투자 붐은 소위 ‘될 만한 곳’에 몰리는 경향이 짙다. 왜냐하면 필요시 제때 현금으로 환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이 몰리는 지역에 더욱 몰리고, 결국 대도시 상업시설과 교통 편의시설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방 소도시나 상업 및 교통시설이 낙후된 지역은 초기 분양가보다도 떨어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금융위기 전 부동산 폭등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매입이 자금을 굴리기 위한 장기 저축처럼 변해버렸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실상 이들을 그냥 투기적 수요로만 치부하는 게 맞는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쨌든 돈을 여기저기 굴려야 보험금과 연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라 불리는 개인들도 은행 이자가 매우 낮다 보니 부동산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끊임없이 몰린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던 ‘동학개미운동’ 같은 사례에서 보듯, 여윳돈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 계층에 걸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니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려는 일명 ‘갭투자’에 청년들까지 가세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처럼 지금의 자산시장 쏠림 현상은 단지 국지적이고 한시적인 사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한 뉴노멀 시대의 커다란 단면이다.

뉴노멀 시대의 부동산, 어디까지 갈까?

그렇다고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저금리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섣불리 할 수는 없다. 금리정책의 영향을 받는 건 부동산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금리 인상이 부동산 안정의 유일한 방법이라 해도 이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주식, 부동산, 채권시장 등 자산시장의 부양효과는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통화완화정책에 기댄 바가 크다. 어쩌면 이것들이 실물경제의 성장을 떠받치는 유일한 낙수효과의 통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앙은행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미비하다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를 거둬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돈들이 유일한 경기 부양의 매개가 된 이상, 정책 당국자 어느 누구도 이 흐름을 깨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가계부채 및 전·월세 대책마저도 부동산 부양책으로 둔갑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가계가 저축하고 기업이 투자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지금은 가계가 저축한 보험과 연금을 쌈짓돈으로 금융기관들이 투자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가계가 직접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시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투자는 주식과 부동산에만 몰려있고, 그 결과 자산 양극화로 가계 삶의 평균적인 질은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다. 자산 가격이 오를수록 한쪽은 득을 보지만, 다른 한쪽은 이를 구매하는데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달이 월세 걱정을 해야 하는 가난한 청년세대들에게 이런 현실은 암울한 잿빛일 뿐이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의 부동산은 어디까지 갈까? 가난한 청년세대들이 장년이 돼도 더 이상을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될 때까지일까? 혹시 그때가 되면 국가가 나서 사람들의 손에 빚을 쥐여주고 집을 사게 할까? 미래에 벌어질 일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부동산 구매의 실수요를 죽이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주거에 대한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제거할 순 없다. 다만 이 욕망을 반드시 시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관념을 이젠 버려야 한다. 자산시장은 항상 불안정하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균형적인 거래보다는 투기적 거래가 더욱 빈번한 곳이기 때문이다. 뉴노멀 시대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재난기금논쟁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 논쟁에서 보듯, 뭔가 공적인 방법의 대대적인 경제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전 국민 주거복지 문제도 대대적인 경제개혁의 화두가 되어야 할 시점에 왔다.

단순히 물량을 늘려 콩고물 나눠주듯 시혜적인 정책을 반복하면 안 된다. 지금의 부동산 과열은 절대적 물량이 적어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집은 공장에서 물건 찍듯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고 반값 세일해서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어야 할 물건이며, 그곳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물건이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지역균형발전 및 인구분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노후복지체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전세보증금과 집 한 채가 노후대비의 유일한 비빌 언덕이 되어서는, 전 국민의 집에 대한 소유 욕망을 억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부동산 대책은 모든 경제 및 사회개혁 화두와 연결된 “씽크빅!”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크게 생각할 시점에 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자 하는 실수요를 죽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