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노동조합을 그라인딩하지 마세요”

독일 노동자들, 스타벅스 반노조 행태 비판...저임금, 일방적인 노동조건 교체

“스타벅스 입구에서 민주주의는 멈춘다.” 미국 커피 체인 기업 스타벅스가 독일에서 노동조합 탄압을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는 스타벅스가 원두뿐 아니라 노조도 그라인딩(원두를 분쇄하는 과정)한다고 입을 모았다.

3일(현지 시각) 독일 언론 융에벨트에 따르면, 독일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31일 베를린 파리저 광장에서 스타벅스의 반노조 행태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타벅스 경영진이 조합원을 괴롭히고 노동조건을 임의로 바꾸며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노동자가 스타벅스 브랜드 로고를 본딴 모습을 얼굴에 그리고 시위하고 있다. 로고 속 여성은 울고 있다. [출처: 융에벨트]

독일 스타벅스 체인 대부분은 스페인 프랜차이즈 업체인 암레스트(Amrest)가 운영한다. 이 회사는 수천억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노조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며 노조도 탄압하고 있다고 항의해왔다. 노조에 따르면, 독일 스타벅스는 낮은 임금에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일방적인 근무지와 시간 교체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또 회사에 노동조건을 문제 제기하면 해당 조합원을 번아웃될 때까지 괴롭힐 때도 있어 그만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노동자들은 특히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근무지를 바꿔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를 해체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사업장평의회는 회사 수준에서 노동자 측을 대표하는 독일 식 의사결정 기구로 5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이를 둬야 한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사업장평의회가 노동조건을 문제로 삼을 경우, 소속 노동자의 근무지를 일방적으로 바꿔 해당 사업장평의회를 해체시키며 문제가 된 것이다.

“'노조 깨기(Union Busting)'는 그만”

집회에 참가한 미하엘 글래저(Michael Gläser) 씨는 “어느 사업장평의회에 있든 노동조건을 문제 삼으면 꼭 문제가 된다”며 “이것은 기업 독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근무 일정은 고용주가 원하는 대로 변경된다. 소속 매장을 갑자기 바꿔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온라인에서도 감시를 받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장평의회가 고용주 맘대로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리스타로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글래저 씨는 올해 5월 암레스트를 비판한 뒤 태도 불량을 문제로 해고됐다. 그는 해고 뒤 여러 번 다시 채용됐지만 매번 같은 이유로 스타벅스에서 나가야 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그가 독일 어느 매장에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그를 출입 금지했다. 글래저 씨는 이 사안을 노동법원에 고발한 상태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노동조합원 요르겐 호프만 씨도 “많은 동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들은 (회사의 압력에) 겁을 먹고 있다”며 “고객이 스타벅스와 암레스트 노동조건이 어떤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독일 식음료·케이터링업노조(NGG) ‘노동불의행동’, ‘못된 기업주에 맞선 베를린 행동(BAGA)’ 등 여러 노동권 단체가 함께했다. 시위가 열린 장소는 스타벅스가 2002년 처음으로 독일에 입점한 곳이었다.

시위 주최자들은 집회를 마무리하며 스타벅스 입구에 자신이 직접 만든 커피를 기증했다. 이 커피는 우유 거품이나 시럽과 같은 달달한 맛이 빠진 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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