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돌봄, ‘교육’이냐 ‘복지’냐...운영 책임 놓고 갈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 ‘학교 돌봄 민영화’ 우려 있어”

‘학교’가 초등돌봄의 운영 주체여야 하는지, 아니면 이를 ‘지자체’로 이관해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초등돌봄이 ‘교육’의 영역이며, ‘학교’가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원단체 등은 초등돌봄을 ‘복지’의 영역으로 전환시켜 ‘지자체’로 운영을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 4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등돌봄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초등돌봄 운영 주체가 모호해, 민간 사업자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민영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말, 초등돌봄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새로운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돌봄전담사와 노동조합 등은 여당이 법안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돌봄전담사를 배제하고, 교육집단 내에 힘을 가진 교사들의 요구만 수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민정 의원 법안, 학교책임 없애고 민영화 열어줘...폐기해야”

강민정 의원 등이 지난 4일 발의한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자체가 초등돌봄 운영 주체가 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지자체가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주체이며, 교육감이나 교육장은 이를 ‘협의’하는 수준의 역할을 맡게 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결국 초등돌봄의 책임에서 교육청들을 제외시키고, 학교는 아예 손을 떼도록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강 의원이 대표발의 한 법안이 초등돌봄을 ‘교육’이 아닌 ‘복지’의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의원실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초등돌봄은 교육적 책임의 일환으로 운영돼선 안 되고, 지자체의 복지활동으로 다루도록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법안이자 지자체 이관도 염두한 법안’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며 “이래서야 과연 돌봄의 질이 향상될지 의문이다. 돌봄이 그저 보호관찰에만 머물지 않고, 질적 개선이 가능하려면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전담사와 노조 등은 교육당국이 단지 장소제공이나 협의를 하는 대상이 아닌, 운영주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간 격차가 심하고 인프라가 부족해 사실상 초등돌봄을 운영할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돌봄은 교육적이고 적정 정원으로 운영될 때 질적 향상이 가능하다. 양적 팽창 역시 초등돌봄과 지역돌봄 각각의 발전과 연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빠진 지자체만의 운영은 성급하고 무책임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내놓은 돌봄 법안들이 사실상 초등돌봄의 ‘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이어, 강 의원의 법안에서도 초등돌봄 운영 주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민간사업자가 돌봄 사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민영화’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돌봄현장의 실제 운영자가 공적운영자인지 민간인지 모호하고, 그런 운영자는 국공유 재산(학교 등)을 무상으로 대부받아 사용하고 ‘수익’ 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런 돌봄법안이라면 차라리 폐기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돌봄의 공적 책임, 질적 향상 뒷전...
이런 법안에 일부 진보정당 의원까지 이름 올려”


초등돌봄 운영주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것도 문제다. 돌봄전담사와 노조는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발의 과정에서 돌봄전담사들의 의견이 배제됐고, 교육집단 내에 힘을 가진 교사들의 요구만 수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와는 다르게, 돌봄전담사의 처우나 고용안정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돌봄전담사들은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열악한 노동환경과 각종 차별에 내몰려 있다.

특히 강민정 의원 법안에는 심상정,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공동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조는 “교육당국과 국회는 지자체를 동원한 돌봄의 양적 팽창에만 급급하며, 돌봄의 공적 책임과 질적 향상은 뒷전이다. 또한 그 실행주체인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는 관심조차 없다”며 “이러한 법안에 일부 진보정당 의원들까지 이름을 올렸다니 법안을 제대로 검토하기는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학교 현장의 돌봄전담사, 학부노 등 온종일 돌봄 관련 당사자들과 숙고하고 부담을 덜어야 할 교사들과 함께 토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현행 학교돌봄의 독립적 발전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부실한 지역돌봄 환경을 개선·확충하기 위한 범정부적 체계를 마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초등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요구해 왔다. 교총은 “교육과 돌봄의 영역은 엄연히 다른데도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사에게 방과 전·후 돌봄 업무와 책임을 관행처럼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과중한 돌봄 업무로 수업, 생활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교사로서 느끼는 자괴감과 사기 저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교조 역시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며 “전교조는 방과후학교(돌봄교실 포함)와 관련해 지자체로 이관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