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주 53시간 근무에도 최임 못받아

고용허가제 16년, “부당한 일 당해도 사업장 변경 어려워”

이주노동자들이 주당 평균 53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안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및 이주노조는 지난 5월부터 2개월 동안 전국 7단체를 통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참가자의 국적은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파키스탄, 필리핀 등 10개 국가며, 총 655명이 참여했다. 성별 응답 비율은 남성 95.3%, 여성 4.7%다.

설문 결과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시간이었다. 최장 16시간인 경우도 있었다. 16시간 근무자는 2018년 3월 입국한 스리랑카 어업 노동자로, 그는 하루 16시간씩 주 5일 근무하고 있었으며, 월 180만 원을 받고 있다. 이 노동자는 ‘일이 힘들어’ 현재까지 3회에 걸쳐 사업장을 변경했음에도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처해 있었다.

응답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53.2시간이며 월평균 노동시간은 231.3시간이다.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 이하의 비율은 27.8%(173명)이었으며, 48.3%는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후 주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에서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원은 조사 발표를 통해 ‘최저임금과 실지급임금 차이가 94,330원으로 56.2%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계산 방법은 야간·휴일 가산수당을 제외하고 연장 가산수당 및 주휴수당만 고려됐으며, 농축산업과 어업은 모든 수당이 제외됐다. 또한 전체 실지급 임금은 222만 원 정도이며, 최저임금은 약 231만 원이다.

성별 최저임금과 실지급 임금의 차이를 살펴보면, 여성이 평균 557,405원으로 69, 580원인 남성에 비해 훨씬 높았다.

더구나 이주노동자들의 73.3%는 사업주가 동의해주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못 하고 있었다. 고용허가제는 '회사의 귀책 사유'일 경우에만 3년간 3회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10.8%는 본인 귀책이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고, 6.7%는 고용센터에서 불허해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 16년째가 되는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3년간 일할수 있되, 사업주가 재고용을 하면 1년 10개월을 더해 총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12년 도입된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로 4년 10개월간 한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는 사업주가 재고용할 경우 3개월 출국 후 4년 10개월을 추가로 일할 수 있다. 때문에 9.7%는 ‘재고용’되기 위해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어도 참고 있었다.

고기복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는 고용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만 모르고 있거나, 모른 척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고용허가제 전면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실태조사 취지 발언에서 “실태조사는 진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 위헌 소송에서 근거자료로도 제출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