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법무부, 형법 ‘낙태죄’ 폐지 확정해야”

모낙폐 “성과 재생산 과정,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 필요”

지난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법무부에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위한 권고안을 제출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를 환영하며 법무부의 ‘낙태죄’ 폐지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한편 성과 재생산 과정 전반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법개정과 관련한 여성단체들의 입장과 방향을 제시했다.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모낙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앞서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법무부에 △‘형법’ 제27장 폐지 개정안 마련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여성이 임신·임신중단·출산할 수 있는 권리 보장과 실질적 생명보호로 법·정책 패러다임 전환 △성교육 실시 △정보제공·의료지원·사회복지시설이용 등 사회서비스 확충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모낙폐는 이에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년이 훨씬 더 넘은 늑장대응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지만, 임신·임신중단·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권리보장을 위한 법·정책 패러다임 전환, 「형법」 제27장을 폐지하는 개정안 마련,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모낙폐’는 이번 권고안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권고에 따라 임신중지를 처벌해왔던 시대착오적 「형법」 제27장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라며 “또한 「모자보건법」은 임신·출산 의무를 다한 자를 보호하겠다는 편협한 관점이 아닌 성과 재생산 과정 전반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피임과 포괄적 성교육, 임신유지 및 중지, 출산과 양육 등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보장, 건강권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공공의료와 사회복지 지원 체계 확립 등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가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명시했다.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대표이기도 한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전히 일각에선 임신주수와 사유에 따른 제한, 상담의무제, 의무숙려제 등 각종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규제는 과도한 입증 과정과 절차를 요구하여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을 늦어지게 한다”라며 “임신중지율을 낮추는데도 아무런 효과없고 오히려 여성들을 더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이라는 사실이 이미 지난 40여년 동안 세계 각국의 통계를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가 이뤄진 캐나다의 경우 공공의료 차원에서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있고,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임신중지율은 연간 11% 정도로 한국의 추정 통계치인 15%보다 낮았다. 임신중지는 대부분 임신 12주 내에 이뤄졌고, 21주 이후의 임신중지율은 0.7%에 불과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에 “국가의 인구관리 목적에 따라 시행돼온 모자보건법의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성재생산 권리보장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만들 것”과 함께 “임신중지를 공공의료 영역에서 제대로 보험으로 보장하고, 성교육, 성건강, 성관계,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 등 제반의 관련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보다 건강하게 폭력과 차별, 낙인 없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의료적 조건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산부인과 의사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오정원 의사는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 제도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오 씨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인력과 의료기관의 보편적 공급이 필요하고 유산유도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의사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경제적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임신, 피임에 대한 급여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 씨는 이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임신중지는 범죄였기에, 의료진은 수련 과정에서 정식 교육도 받기 어려워 방어적인 진료와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이런 상황을 하루 빨리 벗어나 임신중지 당사자와 진료하는 의사가 죄책감이 아닌 안전함을 느끼고 진정한 건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국회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권리로써 보장하는 대체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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