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산안법 및 감염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쿠팡의 방역 미비로 152명 코로나 확진됐는데, 회사는 지금껏 모르쇠로 일관”

쿠팡에서 일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쿠팡을 검찰에 고발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15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쿠팡은 방역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쿠팡발 코로나19 피해 지원대책위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은 2일 오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등 쿠팡 및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 관계자 9명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별도의 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고발 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고발대리인 정병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피고발인들은 지난 5월 24일 당시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이하 부천센터) 내 노동자 사이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산안법이 정한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고,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였으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센터 직원 84명, 그들의 가족 68명 등 총 152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초래했다”라고 고발 요지를 설명했다.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 대표는 “피해자들은 7월 23일, 8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쿠팡 본사를 찾아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인한 고통과 피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쿠팡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자신들과 무관한 일인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쿠팡 물류센터의 감염병에 취약한 작업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코로나 집단감염에 따른 피해대책을 요구한 계약직 노동자를 계약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보건당국 또한 꼬집었다. 그는 “부천센터는 안전·보건 관리가 매우 불량하고 중대재해 다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으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안법) 제11조 제3항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하는 곳”이라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당국이 나서서 집단감염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내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건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대표 역시 쿠팡이 피해노동자들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해고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쿠팡은 주문량 감소만을 두려워하며 홍보팀이 소비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사과만 했을 뿐, 현재까지도 피해노동자와 n차 감염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한마디의 사과조차 없었다”라며 “센터가 재가동한 후엔 노동자를 벌세우는 듯한 인권침해행위를 하고 휴업 급여 지급 관련 내용을 번복했다. 또 코로나19 감염 불안으로 출근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병가신청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피치 못하게 출근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겐 해고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 물류센터, 5월의 그곳은 어땠나

[출처: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이날 고발에 나선 두 단체에 따르면 대규모의 확진자가 나온 부천센터는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저온물류센터로 상시적인 환기가 어려운 환경이고, 환기구나 창문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400여 명의 노동자가 동시간대에 밀집해서 작업해야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큰 작업환경이었다. 방한복과 방한화도 세탁하지 않은 채 돌려썼다는 게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관리자들 또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니며 업무지시를 했고, 작업 특성상 노동자들이 필요에 따라 위, 아래층으로 장소를 옮겨 일했기에 밀접 접촉자를 특정할 수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고도 사측이 노동자들 일부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감염 정보를 모른 채 업무에 투입됐다. 정병민 변호사는 “5월 24일 사업장 내 복수의 확진자가 발생해 근로자 사이에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근로자들의 작업을 ‘즉각’ 중단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피고발인은 부천센터 2층 일부 오전조 근무자만 조퇴시킨 후 2층 작업장 일부와 엘리베이터 등에만 소독 작업을 했고, 그 외 다른 층은 정상 운영했다. 소독약이 날아가기도 전인 방역작업 후 3시간 만에 당일 오후조 근무자들을 작업장에 다시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발인은 근로자들에게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과 사업장 내부에 소독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24일 오후 5시에 근무자 전원을 2층 작업장 복도에 소집해 ‘밀접 접촉’ 시킨 다음,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만 조기 퇴근시켰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겐 ‘괜찮으니 안심하고 일하라고’고 명령해 사업장 내 추가 확진자 발생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쿠팡은 방역 당국에 부천센터 폐쇄시각을 25일 거짓으로 보고하고, 당일 오후조 근무자들까지 출근해 일했다는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혐의도 있다. 또 경기도에 물류센터 직원 명단 제공을 고의로 지체해 방역 당국의 초동 대응과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쿠팡은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3일 쿠팡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쿠팡 뉴스룸을 통해 “방한복은 코로나19 감염과 무관하고, 쿠팡이 물품 공용 사용과 관련하여 코로나19 정부 지침을 위반한 사실도 없다”, “물류센터 키보드 등 사무용품을 관련 방역지침에 따라 소독해왔다”라고 반박하며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침을 ‘모두 충실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7월 14일엔 “역학조사가 늦어진 이유는 이태원 방문 학원강사(인천학원강사)의 거짓말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부천신선물류센터 내에서 접촉자 확인 및 격리가 지연됐고 쿠팡도 전혀 알 수 없던 상황에서 감염이 확산됐던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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