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7년 만에 합법화…대법 "법외노조 처분 위법"

전교조 “오늘 판결 시작으로 적폐청산 과업 신속히 이행해야”

전교조가 7년 만에 법외노조 지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전교조가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지 2,507일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고용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10:2 다수 의견으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는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본질적 사항에 대해 국회가 법률로 규정해야 하고, 시행령은 세부사항만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조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아 (노조법 시행령에 근거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전교조는 즉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불의한 국가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짓밟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전교조 법외노조화 과정은 ‘민주주의 파괴 종합판’으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의 과정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로 오롯이 기록될 것”이라며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가장 큰 교육 적폐를 청산한다는 의미가 있다. 오늘의 판결을 시작으로 촛불이 명한 적폐청산의 과업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대한 조합원의 위대한 승리’


판결 직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교조 기자회견에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위대한 조합원의 위대한 승리”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권 위원장은 “9명의 해직자를 위해 6만 조합원이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고난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7년간 묵묵히 고난의 길을 걸어온 조합원들께 감사하다. 노동운동 역사에서 이런 위대한 조합원들과 함께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지난 7년의 전교조 법외투쟁은 전교조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자기 일처럼 함께 힘 모아준 시민, 학부모, 노동운동 동지들도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즉시 정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 지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촛불정부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 취소라는 역사적 사명을 외면했다. 집권 이후 수많은 기회에도 6만 조합원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교육개혁으로부터도 눈을 돌렸다. 문 정부가 그동안 핑계로 삼은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다시 고등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나?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해 즉각 전교조 조합원 기본권 회복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법률대리인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신 법률원장은 “그동안 줄기차게 법외노조 통보가 법률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됐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교원노조법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헌법상 단결권 등을 침해했다는 것을 끌어낸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이다. 법치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해서 오늘과 다른 판결은 나올 수 없다. 대법의 취지에 따라 판결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부터 전교조는 합법노조의 효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봐도 좋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도 참여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축하드린다. 지난 7년간 조합원, 간부들이 흘렸을 피와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마냥 기쁘기도 힘든 날이다”라며 “촛불 이후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적폐의 잔재들은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이제서야 법외노조에서 회복될 수 있었고, 공무원 해고자들은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폐의 잔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법외노조로 인한 해직교사의 즉각적인 원상회복 조치 등을 요구했다. 해직 교사의 경우 직권면직 취소를 통해 해직 당시 직위에 복직시키고, 해직기간의 경력 인정, 급여 보전, 피해보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조 아님 통보 취소와 함께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회수조치 ▲단체교섭 중단 및 단체협약 효력상실 통보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 위원 해촉 등 정부가 내린 4대 후속 조치를 철회하라고 했다. 더불어 교원노조법,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폐지 및 관련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지난 세 정권에서 모두 이용되고 탄압받았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탄압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용노동부는 현직 교원에 대해서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교원노조법 제2조)하고 있는데도 전교조가 이를 지키지 않고 허위 규약을 제출했다며 규약 시정과 함께 해직교사 9명을 탈퇴시키라고 명령했다. 전교조가 이를 거부하자 고용노동부는 2013년 10월 24일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에 전교조는 고용부의 조처가 헌법상 단결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로 인해 제한되는 교원 또는 노동조합의 단결권에 비해 이 법률조항으로 달성되는 학생들의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 및 교육제도 유지 등 공익이 더 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리고 최근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 주도로 유관부처가 총동원된 노조파괴 공작과도 연관돼 있음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 지시 하에 보수단체에 2억여 원의 돈을 지원해 전교조를 음해하고 괴롭혔다. ‘법외노조 통보’로 귀결된 불법단체화 검토 역시 국정원에서 생산된 문건이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지난 8월 31일 이명박 정부 시절 전교조 척결에 앞장섰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민간인 불법사찰, 국가정보원 예산 청와대 상납 등 재임 시절 저지른 각종 정치개입 사건으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이 재판거래에 이용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요구에 따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비롯해 몇몇 사건들을 청와대 입맛에 맞게 판결해주고 이를 대가로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정지 재항고 사건에서 법원의 효력 정지 인용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을 전달받고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를 끌어낼 목적으로 재판개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대통령 후보 시절 법외노조 취소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전교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교원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입법 예고하는 등 전교조 탄압을 지속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전교조 해고자들은 “해고자의 조합원 가입 인정’을 무슨 대단한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도 되는 듯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단결권마저 부정하고 있는 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개정안을 내놓으며 이를 빌미로 ILO 핵심협약비준 문제를 비껴가려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전교조 해직자들이 복직을 위해 모인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원복투)는 교원의 단결권과 교섭권, 행동권을 제약하는 교원노조법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손호만 전교조 원복투 위원장은 오늘 대법원 판결 결과에 “너무나 상식적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걸고 투쟁해왔다. 해고자들 해고 기간만 이제 4년이다. 오늘 판결 소식에 눈물도 흘리는 해고자도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고도, 반가운 판결이었다”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곧 정년퇴임을 앞둔 해고자들이 있다. 즉각 이들의 원직 복직이 이뤄져서 절박하게 돌아가고 싶었던 교단으로 가길 바란다”라며 “이와 같이 신속하게 보장돼야 할 것은 교사의 노동 3권이다. 국가폭력에 의해 노조가 파괴당할 때 맨손으로 쫓겨났고, 맨손으로 싸웠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교사의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하고, 지금 개악안으로 상정된 교원노조법 개악안을 폐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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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대

    좋은 기사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