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업계의 잇따른 정리해고, “정부의 ‘무능함’ 상징”

아시아나항공 하청 196명, 이스타항공 605명 ‘정리해고’

항공 업계에서 대량해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고를 통보받은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경영위기로 진행되고 있는 항공 노동자 정리해고 사태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앞서 아시아나항공 2차 하청업체인 ㈜에어케이터링서비스(ACS)는 폐업을 사유로 지난달 전체 노동자 196명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냈으며, 이스타항공도 지난 7일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605명의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는 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CS 폐업은) 재난 시기 일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 고용유지제도의 ‘무능함’을 상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하는 ACS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제조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다. 앞서 ACS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의 70%에 달하는 정리해고를 통보받고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 영종특별지부에 가입해 ACS지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노조 설립 4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측은 폐업공고를 하며 이번엔 전체 노동자 196명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ACS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을 했음에도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인 ACS 사용자는 사업 유지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고 노동자들에게 대가를 요구”해 이에 따랐지만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 1인당 60~70만 원을 급여명세서에서 ‘기타공제’했고, 노동자들은 회사 살리기를 위해 월 150만 원의 급여를 감수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일 ACS 노·사는 중부고용노동청 면담에서 사업유지 가능성을 확인하고 회사는 폐업 철회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는 당시 사용자가 폐업철회를 검토하기로 한 후 “하루만인 ‘GGK 원청과의 조업료 조정 실패’라는 새로운 이슈를 내세우면서 폐업을 재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종특별지부는 지난달 1만 명의 서명을 담아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사용자 의무신청 방안 마련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영종특별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수개월 전부터 사용자 선의에 따라 좌우되는 제도의 부실한 실효성을 강조했지만,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알고도 모른 척했다”며 “이번에도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사용자는 걷어찼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폐업은 ACS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 전체에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며 정부 고용유지 대책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스타항공, 결국 605명에 정리해고 통보

이스타항공노동자들도 그동안 경영위기에서 고통분담을 해왔으나, 지난 7일 회사는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미 상반기 애경-제주항공과의 매각과정에서 회사는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의 방법으로 500명의 인력감축을 강행했다. 이번 추가 인력감축으로 이스타항공은 애초 1600명의 직원 중 3분의 1 수준인 570여 명만이 남게 됐다.

공공운수노조는 8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만은 막자며 무급 순환휴직을 통해 정리해고에 따른 인건비 절감분에 상응하는 고통 분담안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노조는 “정부 당국과 여당도 회사 오너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내팽개치는 일을 묵인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눈앞에서 버젓이 막무가내 대량해고가 진행됐지만, 노사 간 문제라며 절박한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고통지서를 받은 605명은 운항직 170여 명을 포함하며 오는 10월 14일 자로 회사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다. 노조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3일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돌입한 국회 앞 농성도 계속된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잇따른 정리해고 사태를 지적하며 총고용 유지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지난 4월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말한 ‘기간산업이 쓰러지는 것을 막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냐”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빌미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해고를 막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보존하고 유지하며 이를 재난 극복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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