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안 합니까?’ 청와대 앞에 다시 선 전교조 해직교사들

“해고자 원직복직, 국가 폭력 사과, 책임자 처벌, 피해 배상, 노동 3권 보장 이뤄져야”

전교조 해고자들이 청와대 앞을 찾았다. 대법원이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노조파괴-국가 폭력을 사과하고,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해고자들은 34명으로 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을 거부해 직권면직됐다. 전교조 해고자들은 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의 주체는 문재인 정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파괴 공작의 일환이었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이전 정권들에서 이뤄졌지만, 문재인 정부 또한 잘못된 행정명령을 바로 잡지 않았고, 노조 탄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궂은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경찰서 안에서, 삭발하며, 단식하며, 삼천배를 하며, 오체투지를 하며, 거리의 교사로 살아온 해고자들의 깊은 분노와 아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지난 4년 7개월 동안의 삶을 노조 아님 통보 취소 공문 한 장으로 끝내려는 문재인 정부를 우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청와대 관계자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칼끝에 서는 일’이라고 했다. 정권의 지지율만을 걱정하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저열한 정치의 차원으로 전락시켰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소송에서 10여 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노조 아님 통보의 적법성’을 강변하기까지 했다”고 문 정부 역시 전교조 탄압의 한 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빌미로 노조파괴법을 추진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원노조법을 개악해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삽입해, 그나마 제한적이었던 교원노조의 교섭권을 아예 무력화시키려 했다”라며 “또한 ‘특정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노조활동 사업장 출입 제한, 실업자-해고자들의 노조 활동 제한’ 등 이른바 ‘노조파괴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조파괴법’이 아닌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전태일 3법’에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7년 만에 합법적인 지위를 찾았지만, 남은 과제들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정부에 의한 노조파괴 공작의 책임자 처벌과 교원 등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에 대한 문제들이 과제로 꼽힌다. 전교조 해고자들은 이 밖에도 해고자 원직복직, 피해 보상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호만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 차원의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손 위원장은 “국가 폭력에 저항한 전교조의 투쟁은 전교조만의 투쟁이 아니었다. 교사들이 해고들 당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전교조만이 아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었다”라며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이다.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갖고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발언에 나선 라일하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라일하 위원장은 10년 차 해직 공무원으로, 2004년 11월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배재징계 당했다. 이때 함께 해고된 공무원들이 17년이 지난 지금도 복직 투쟁 중이다.


라 위원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자신의 기획으로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전교조를 종북 좌파 3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조직의 아킬레스건을 찾아서 파괴하려 했다. 이 위법적 행위에 대해 현 정부는 어떤 사과와 진상조사, 처벌을 할 건지 계획이 있나 묻고 싶다”라며 “노조 아님 통보 같은 위법, 위헌적 행정 처분을 이토록 소홀히 처리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바로 징계감”이라고 지적했다. 라 위원장은 또 “원세훈은 감옥에 있는데 왜 함께 관여한 고용노동부는 왜 한 명도 책임을 지지 않나”라며 고용노동부의 책임 역시 따졌다.

봉혜영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연대 발언에서 ‘공무원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봉 위원장은 “정부는 끊임없이 노조할 권리, 노조를 설립할 권리에 대해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 청원운동을 하며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갖도록 하겠다. 또한 공무원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이 제정돼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해직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투쟁하겠다”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전북도교육청은 해직된 전북도 내 전교조 교사 3명에 대해 지난 8일 자로 직권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임용 발령했다고 9일 알려왔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 교육청의 발 빠른 복직 조치가 향후 전교조 전북지부와 도 교육청의 학교 혁신과 교육 개혁을 향한 신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복직 조치를 환영했다.

전교조는 교육부 차원에서 해직 교사들에 대한 일괄 복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