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3만5천 보는 죽음의 길”…추석 물량 50% 폭증 예상

민주노총, 분류작업·배달인력 추가 투입 촉구...근본 대책 필요

운송·물류 노동자들이 코로나19와 추석으로 인해 물량이 50%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인력 추가 투입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미 올해만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고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시간이 30% 내외로 확인이 됐다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택배·화물운송·집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4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으로 더욱 늘어난 물량과 다가오는 추석으로 50% 이상의 물량 증가를 앞두고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택배·운송·집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많이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택배 노동자의 만보기에는 ‘3500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며 “심지어 이들은 평지가 아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걸음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3만5천 보는 죽음의 길”이라며 “택배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은 3,700시간으로 노동자 평균의 2배, 사고재해율도 평균보다 50배 이상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택배·공항항만·집배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쿠팡을 비롯한 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는 제대로 된 단가 적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제한되는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에 택배 부분을 포함해 택배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법 제도로써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택배 분류작업을 비롯해 배달 인력 역시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최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대책위)’ 등이 연 실태조사 토론회에서는 택배 노동자 업무 중 분류작업이 약 43%를 차지하지만,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는 ‘공짜 노동’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택배사에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촉구하며 “노동자 목숨이 끊어지고 있는 마당에 택배사의 2천~3천억 원의 영업 중 30억 전후 되는 돈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당장 전체가 아니더라도, 이번 추석부터라도 일단 추가인력 투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 아니라 서비스연맹은 △택배 물량 및 택배 종사자 관련 2차 권고안 이행을 위한 강력한 점검 △정부 부처·통합물류협회·대책위 구성의 공동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법 제도를 개선으로 막을 수 있는 과로사가 계속 발생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며 “자본은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통한 이윤 추구를 중단하고 정부는 핑계를 멈추고 추석 택배 물류 폭증에 따른 과로사를 줄일 수 있는 적극적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민주노총은 “노동부, 국토부는 택배·집배·화물 운송 노동자의 과로사 대책을 비롯해 기본적 노동권 보장, 산업안전 감독, 산재보상 등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2조 개정과 더불어 과로사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운송·물류 노동자 과로사 대책 기자회견’은 같은 날 전국 15개 지역에서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