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택배자본 특혜법’, 찬성 단체만 불러 졸속 ‘협약식’

“산업 발전 명목으로 택배재벌 특혜 강화, 노동조건 악화”

국회가 일방적으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택배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강화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해당 법안이 택배사업자의 최소한의 책임마저 면제해주고, 택배노동자 처우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법안 졸속 추진을 규탄하고 나섰다. 정부 여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해당 법안에 찬성하는 단체들만 일부 참석한 ‘생활물류법 협약식’을 개최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8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협약식의 일방적 추진을 규탄했다. 앞서 지난 6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는 해당 법안은 택배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면제하는 다수의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노조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8일 택배사업주 등 법안에 찬성하는 일부 단체와 함께 ‘생활물류법 협약식’을 개최하면서 반발이 거세졌다.


박성기 공공운수노조 택배지부 지부장은 “CJ대한통운에서 14년간 택배 일을 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를 대표하는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을 배제하고 생물법 입법안 협약식을 추진한다는 것 이 개탄스럽다”며 “생물법은 택배종사자 중 분류종사자의 규정 자체를 삭제토록 하고, 택배 파손 시 노동자들에게 금전적 귀책이 돌아온다. 사업주의 입장만을 담은 생물법 입법안의 졸속 추진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최근 택배 및 배달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법과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화물법 체계에서 이를 보완 또는 개정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검토와 고려 없이 재벌 특혜에만 초점을 맞춘 별도의 제정법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입법안은 산업 발전의 명목으로 자본에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기존 화물법에 따른 자본의 필수적 규제조차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택배서비스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해 택배자본의 무한 증차를 가능하게 하며, 생활물류서비스와 관련된 업무 일부를 사업자가 설립한 단체가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반면 ‘과실’이라는 모호한 근거로 택배사업자를 상대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각종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고, 택배노동자 보호방안은 부실하거나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노조는 “분류종사자 구분 조항을 삭제해, 택배 과로 문제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분류작업에 대한 문제가 오히려 퇴보했다”며 “택배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축소해 영업점 및 종사자 관리/지도감독 의무 삭제, 영업점 계약해지 시 권리의무 승계 조항 삭제, 산재 관리책임 의무 삭제, 택배차량의 용도 외 사용 감독 조항 삭제 등 택배사업자의 최소한의 책임마저 면탈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정부와 여당은 택배영역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기존 화물법과 별도로 무리하게 분리해 법제정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벌전법 제정의 졸속 추진 중단 △화물법 개정과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 △택배·배송 노동자에 대해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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