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리해고, 2009년 쌍용차 이후 최대 규모

민주노총 “노동자 해고 금지, 정책의 제1기준으로 삼아야”

코로나19로 파생된 경제위기를 빌미로 무차별적 해고-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경영실패에서 비롯한 구조조정은 물론, 외국자본의 철수로 인한 해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경영실적을 악화해 이를 근거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대투쟁으로 이같은 구조조정에 맞서는 한편, 정부에 책임을 묻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박탈은 연쇄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위기로 이어지고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경제산업체제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 해고금지를 국가정책의 제1기준으로 삼을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10월 4일 멀쩡한 흑자기업임에도 해외이전을 위해 354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대우버스를 비롯해 평택 현대위아 비정규직, 한국GM물류 비정규직,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인 서진 등 제조업 해고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9월 이스타항공의 약 640명, 10월 대우버스의 35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는 2009년 30명의 노동자와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최대규모다.

더불어 JT저축은행, AXA손해보험, 홈플러스, 한국산연, 한국 게이츠 등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촉진법’의 보호 아래 특혜를 누려왔던 외자기업이나 사모펀드 등 투기성 외투자본의 철수도 확대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지원 강화 ▲자본의 일방적 철수(매각)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정리해고법 폐기 및 노동자 고용안정법 제도화 ▲경영실패에 대한 대주주(기업)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지원 강화에는 고용유지지원금 기간과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또 경영위기에 따른 노동자 해고를 금지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자본의 일방적 철수를 막기 위해선 사모펀드 등 투기적 자본의 기업인수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이들이 최소 10년 이상 기업운영을 하게 하는 법안 등이 제시됐다.

해고당한 노동자들, 정부의 적극적 개입 촉구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정리해고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리해고의 부당함과 정치권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홍성복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조합원은 “회사가 폐업을 숨기기 위해 명예퇴직을 강요해 많은 직원이 제발로 떠났고, 25명이 남아 위장 폐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109일째 공장을 지키며 투쟁 중”이라고 밝혔다.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게이츠는 지난 6월 대구 생산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홍 조합원은 이같은 대량 해고사태에 현대기아차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 조합원은 “국내 생산 부품을 중국 생산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현대기아차가 승인해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게이츠자본과 현대기아차는 돈벌이에만 혈안 돼,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라고 비판했다.

  발언 중인 공정배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부위원장

공정배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부위원장은 “올해 벚꽃이 필 때부터 임금 체불로 회사와 싸웠는데 지금 남은 건 정리해고 통지서와 사이버머니라 불리는 미지급월급명세서다”라며 “20년 비행 생활을 하면서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 때마다 주변의 동료들과 난관을 헤쳐나갔는데 이번의 사태는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진정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인수합병이 무산되자 그제서야 조사에 착수했다”라며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아무것도 못 받게 한 4대 보험 미납에 대해서도 조세포탈로 국세청에 신고했지만,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비행기 운항 최종 책임자인 기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데, 저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정부 여당은 일개 기장보다 못한 것 같다”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백 명의 노동자 생존권이 달린 이스타항공 사태에 조속히 개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최철한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은 3개 점포 매각과 관련해 대량실업이 예고된다고 호소했다. 최 조합원은 “최근 회사는 코로나 때문에 영업이 되지 않는다고 안산, 둔산, 탄방 3개 점포에 대한 폐점을 발표했는데 안산점의 경우 상위 매출 5위 안에 들었고, 직영직원 200명, 협력업체직원 7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점포였다. 회사는 고용보장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 약속을 문서로는 남기지 않는다”라며 “점포를 옮기면서 집근처로 출근하던 대다수의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조합원은 또 “업무 효율성을 앞세워 고용을 줄이고 한 사람에게 여러 일을 시키고 있다”라며 “손님들이 매장에서 직원 찾는 것을 어려워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산하 구조조정 진행 중인 사업장

1. 코로나19에 따른 구조조정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서비스연맹 한진광광노조
서비스연맹 호텔업종

2. 자본 철수(이전) 및 매각에 다른 구조조정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자본(외국계) 매각)
사무금융노조 AXA손해보험지부(자본(외국계)철수에 따른 매각)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자본(국내 사모펀드)철수에 따른 매각)
금속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지회(경영실패에 따른 매각)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자본(외국계)철수에 따른 매각)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자본(외국계)철수에 따른 매각)
금속노조 부양지부 자일대우상용차지회(해외이전에 따른 구조조정)

3. 경영실패, 노조파괴 등에 따른 구조조정

금속노조 경기지부 위아평택비정규지회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부품물류 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
서비스연맹 이랜드노조
서비스연맹 브링스코리아민주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