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사회적 대화?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에게 직접 묻는다

민주노총 직선 3기 임원 선거 4개 후보조 위원장 후보 인터뷰

지난 1년, 코로나19를 통과해온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경영 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도 속출했다. 많은 사업장이 고립돼 고군분투하지만 하나의 투쟁으로 모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준비하겠다며 ‘역대급 노동개악’이라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산별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쟁의활동을 규제하며, 노조의 교섭력을 크게 약화하는 법안이라 양대노총 모두 반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3년 임기의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한다. 100만 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제1노총의 투표라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산적한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어야 하기에 그 무거운 짐을 감당할 후보를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전 세계를 덮친 기후위기와 불평등, 젠더 이슈 등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도 투표 시 중요하게 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참세상>은 민주노총 직선제 3기 중앙 임원 선거에 출마한 4개 후보조의 위원장 후보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 7개 질문을 공통으로 질문했다.



-현재 민주노총의 상태를 진단해달라

기호 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이하 김상구)
총체적 위기다. 민주노총은 지난 25년간 48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조합원이 확대되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제1노총이지만 특수고용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노조 바깥의 노동자들이 1,000만 명이 넘는다. 양적 팽창을 한 만큼 질적 변화가 돼야 한다. 소외되고 어려운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질적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이하 이영주)
일단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에게서 나오는데 조합원이 민주노총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잃고 있다는 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라 진단한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총파업, 민중총궐기를 벌이면서 민주노총이 참 많이 탄압받고 깨졌다. 그럼에도 버텼던 건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선 2기 집행부의 3년 동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을 다룬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악되고 경사노위 파동과 위원장 사퇴까지 겪으며 조합원들이 부끄럽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가장 자랑스러운 때는 투쟁할 때다.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 돌려놓을 때다.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이하 양경수)
민주노총은 현재 조합원들의 힘을 끌어내 위력적인 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100만 조합원의 힘을 발동해 노동자 권익 향상, 지위 향상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인지, 정부의 지배개입 전략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기호 4번 이호동 위원장 후보(이하 이호동)
직선 2기 집행부가 불명예 퇴진하고 꾸려진 비대위 체제는 제1노총의 우울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지난 시간 여러 이유에 의해 민주노총에 비대위가 생겼다. 어떤 이유에서든 비대위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조직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비대위 체제의 전환과정은 교섭 방침과 관련한 집행부의 무리한 추진이 발단이 됐다. 집행 의결 구조 속에서 일정한 합의가 있으면 그런 것들을 지켜줬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오류를 저질렀다. 선거 공간에서 잘 수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아래에서부터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 해고와 휴업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김상구 코로나19로 인해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해고되고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지만, 노조 밖 노동자들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건설을 추동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취업자를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하고,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를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밖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필수 노동자, 중장년층, 퇴직자, 교대제, 1인 가구, 육아 중인 노동자 등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모으겠다. 법제도의 문제든,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의 문제든, 다양한 진보 의제에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고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이영주 코로나 시기 정부는 재벌과 건물주들 살려내는데 두 팔을 벌렸고, 노동자·서민이 고통을 떠안았다. 사용자들은 코로나 이후 해고를 남발하고 있고, 해고에 항의해 차려놓은 천막 농성장에 구청이 소독한다며 쳐들어오는 형국이다. 현재 서비스업종을 거쳐 제조업, 항공사업, 대규모 기간산업에까지 코로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피해가 나타나는 상황이라 개별 사업장, 지역에 갇혀서 투쟁하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모두 단결해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나설 때라고 본다. 의제 역시 단순히 노동의제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경제, 복지, 부동산, 환경 등 전체 사회 의제로 넓혀야 한다. 전 사회가 변하지 않고서는 노동도 바뀌지 않는다. 2021년 총파업·총궐기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1단계가 될 것이다.

양경수 당선되면 즉각적으로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나서겠다. 과로사하는 택배노동자, 몇 달째 임금이 밀린 요양·보육 등의 돌봄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등 실질적 실직상태에 놓인 노동자를 조직해 투쟁하고 승리를 만들어 내겠다. 이 승리는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힘을 발동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고, 다른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큰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직격탄을 맞은 노동자는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 투쟁에 나서면 더 큰 용기를 낼 것이라고 본다.

이호동 코로나19 상황은 이전의 위기와는 또 다르다. 여러 가지 시스템 변화가 요구되고 있고, 국가적 정비가 필요해지고, 노자 간 역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 복합적인 과정에서 불안정 노동 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한다. 불가피하게 희생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노조 진영의 독자적 방법만으로 될 게 아니다. 정부와 사용자들도 공통의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에 노정 교섭, 산별 교섭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진행해서 공동의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 더불어 민주노총은 거시적 안목으로 이 체제변화에서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할지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 전략 부분을 강화하겠다.

-조직확대 공약에 대한 질문이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하고 활성화할 계획인가?

김상구 200만, 300만 민주노총으로 가려면 과감한 사회 연대를 통해 민주노총 밖의 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서 소외돼 있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화의 핵심이다. 지금 민주노총 조직방식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전략 조직 관련해서 민주노총의 산별 연맹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법 밖의 노동자를 새롭게 조직하려면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지역본부에서 새로운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게, 지역의 역할을 강화하고 싶다. 지역본부가 조직해 산별에 넘기는 지금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변화된 노동 환경에 맞게 민주노총도 조직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이영주 조합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중소 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 밖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580만 명으로 예상하는데 전체 노동자의 1/4이다. 그런데 이들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률이 50%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작은 사업장 노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지 않고서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 하지만 지금 한국 실정법이 대공장 정규직을 조직하기에 유리하게 돼 있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실정법을 넘는 사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산별 중심 비정규직 조직화를 한 축으로 놓고, 총연맹과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5인 미만 사업장, 중소 영세, 청년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한다. 그리고 청년들에 대해선 준조합원제를 신설해 의무는 최소화하면서 발언권과 대표성을 부여하겠다.

양경수 지난 2~3년간 민주노총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가입했다. 톨게이트 투쟁과 제가 결합한 잡월드 투쟁 등 공공부문 투쟁을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조직도 활발했다. 마찬가지로 청년,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투쟁을 진행할 때 조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청년 조직을 위해 부위원장을 청년에 할당하려고 한다. 2, 30대 부위원장이 자신의 직함을 걸고 청년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적극 어필해 비정규직 노조 가입을 이끌겠다.

이호동 비정규, 여성, 장애, 이주 노동자 영역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노동시대를 열겠다.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 특별 대책을 세우고 주력사업으로 집행하지 못했던 부분을 차분하게 챙기겠다. ‘200만 민주노총위원회’ 설치는 임기 중에 200만 조합원을 달성하자는 게 아니다. 200만 민주노총의 토대를 닦고, 양적 확대에 버금가는 질적 강화를 위한 정책, 선전 사업을 해나가는 게 목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됐고,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노년 위원회를 설치해 청년은 낮은 문턱으로 민주노총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은퇴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계획도 세우겠다. 퇴직금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은퇴 노동자들은 다른 노년 노동으로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고, 젠더와 불평등에 대한 이슈 또한 고조되고 있다. 노동운동을 넘어 얼마나 사회운동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지도 민주노총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연대 사업에 대한 생각은?

김상구 사회적 연대를 통한 사회 대개혁이 민주노총 창립 정신에 들어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연대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여성 문제도 자리를 할당하는 방식으로만 국한돼 있고, 실질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연대나 투쟁은 부족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 역시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할당을 올리자는 기계적인 접근 방식보다 진보 의제에 적극 개입해 대안을 제시하고 폭넓은 연대를 하고 싶다.

이영주 전 사회적 의제와 연대하기 위한 정치연대 혁신방안을 갖고 있다. 여성위원장 후보로서 여성 사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선 민주노총 안에서 여성 사업이 조직 내 성평등 문제 해결에 그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책위를 꾸리는 정도로 협소하게 진행됐던 것을 반성한다. 여성위와 성평등위 역할을 재정비해서 위원회 차원의 사업이 아닌 민주노총의 중심사업으로 받을 것이다. 여성 노동자 고용과 근로 여건에서 모든 차별성을 없애고 ‘낙태죄’ 폐지, 성폭력 근절과 같은 사회적 여성 의제들에 발언력과 주도성을 강화해 가겠다. 기후위기는 자본주의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가장 위험한 위기 중 하나다. 이제 한국에서도 단순히 추상적 구호가 아닌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양경수 청년 노동자 조직 사업에서도 기후위기, 동물권 문제, 젠더 문제가 중요하다. 청년들이 진보라는 잣대를 여러 방면에서 고민하는데 이런 면을 존중한다. 사회 연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이는 조합원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민중공동행동’이라는 큰 틀이 있는데, 더욱 활성화하겠다. 위원장 스스로가 시민사회와 스킨십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경기본부장을 하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쌓아왔다. 조합원의 요구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

이호동 우리 선본은 기후환경생명안전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저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초대 대표를 지내면서 노동·환경단체와 적녹연대를 시작하기도 했다. 기후 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고민한 애착을 가진 주제다. 또 민주노총에 요구되는 연대의 요구에 소위 우선순위가 있었는데,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존에 민주노총이 가졌던 전통적 연대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포스트 코로나 체제에 맞춰 깊고 넓게 가져가겠다.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공약 하나를 꼽는다면? 그 이유도 설명해달라

김상구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110만 조합원의 민주노총이 아니라 2500만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취약한, 어려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책임지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 조직화 전략을 수립하고 산별·지역본부를 동원해 미조직전략조직사업을 전개하겠다.

이영주 세상을 바꾸는 2021년 총파업·총궐기-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청년·학생 조직화-노동자·민중 단일 후보로 돌파하는 2022 대선이 분리되는 공약이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민주노총을 관통하는 하나의 로드맵이다. 그런데 요즘엔 조합원들 만나면 핵심 공약보다 노동 개악 저지하겠다는 말을 먼저 들린다.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우리 2번 후보조의 이름도 선거투쟁본부로 정했다. 선거운동과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함께 조직해달라고 선투본 지침도 마련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강한 노동개악이 우려된다. 연말과 내년 사이에 정부가 노동개악안을 밀고 들어올 텐데 올 연말에 막아내지 못하면 민주노총 선거 자체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양경수 꼭 해보고 싶은 건 민주노총 방송국 사업이다. 조합원도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고, 지상파 뉴스를 보고 정보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서 민주노총 사업 홍보에 부족함을 느낀다. 방송국을 만들면 현장 사업, 투쟁 이야기를 다른 사업장에 전달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테고 민주노총과 현장을 이을 수 있는 고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고 PD 등을 채용해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해보고 싶다. ‘민주노총 생생정보통’ 어떤가?

이호동 하나를 택하기 어렵지만, 현장 제일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첫째로 꼽겠다.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합원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 임원 및 간부와 조합원의 거리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 이는 지난 역사에서 제가 민주노총 선거 직선제를 대표발의하게 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직선제의 본래 취지와 의의를 살리는 길이기에 조합원 중심의 민주노총을 고민하겠다.

-‘노사정 합의안’을 둘러싸고 민주노총이 내부 논란을 겪었고 결국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김상구 98년 노사정 합의 이후 사회적 대화, 사회적 교섭에 대해 그동안 내실 있는 토론이나 전략짜기를 해오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20년이 지났고 노동은 변화했다. 현대차지부가 기본급을 동결하면 협력사, 하청들도 따라서 동결하는데 교섭 자체가 안 된다. 또 돌봄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택배 노동자, IT 노동자들은 기업별 교섭이 어려워 이미 초기업별, 업종별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의 진짜 사장은 정부고, 정부와 교섭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 전략 교섭에 대해 노동의 변화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노정 교섭은 되고, 노사정 교섭은 개량주의·합의주의로 나눌 문제가 아니다. 경사노위는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됐지만, 의제에 따라 노사민정도 할 수 있고 노사정도 할 수 있다.

이영주 노사정, 경사노위를 사회적 교섭, 사회적 대화라고 말하지만 이건 말만 대화일 뿐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희 선투본은 기본 교섭 방식으로 노정 직접 교섭과 산별 교섭을 제안한다. 교섭의 기본은 1:1이다. 국무총리를 대표로 하는 정부 교섭단과 민주노총이 1:1로 만나겠다. 교섭 성립은 민주노총의 투쟁력에 달려있다. 정부를 어떻게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이느냐는 민주노총이 얼마나 투쟁하고 압박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선되면 3기 집행부에서 노정교섭 안착시키겠다.

양경수 원론적으로 사회적 대화가 의미 있게 진행되려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한다. 이 밖에 진보진영, 진보정당의 영향력도 함께 커져야 한다. 현재 교섭테이블에서 평등하게 교섭할 조건이 안 되는데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건 민주노총에 불리하다. 민주노총이 설정한 의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모이면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질 것이고 교섭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 초반에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릴 수 있었던 건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의제로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노정 교섭을 할 수도, 노사정 교섭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 대화의 형식에 얽매이면 안 된다.

이호동 다자 간의 교섭은 쉽게 다룰 문제도 아니고, 쉽게 합의 지점에 이르기도 어렵다. 무역도 다자 간의 타결은 잘 안 되지 않나. 양자 간은 합의 도출이 비교적 쉽지만, 다자 간은 쉽지 않기 때문에 대화니 협상이니 교섭이니 개념을 뒤섞어 가면서 정부나 자본이 민주노총을 압박하지 않길 바란다. 대화의 파트너, 카운터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쌍방 간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과거 한국노총은 포섭하고 민주노총은 배제하던 시절의 전략을 사용하면 원만한 노정 관계, 노사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된 만큼, 민주노총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미 대의원대회라는 최고 의결기구를 통해 사회적 교섭을 참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상구 현장을 돌면 돌수록 민주노총 조합원과 괴리돼 있다는 것 느꼈다. 조합원의 삶을 지키고 노조 밖에 있는, 노조조차 할 수 없는 1000만 명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이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조합원을 지키고, 국민 삶을 지키는 민주노총을 만들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자 삶은 어려워 지고 있고 이런 때일수록 파를 나누고 정쟁을 하기보다 어떻게 힘을 모으고 단결할 수 있는가 이런 고민을 나누고 싶다.

이영주 촛불 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농성하고 단식하는 수많은 투쟁 사업장이 있다. 이 사업장들이 지금 흩어져 각개 격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업장과 지역을 넘어 단결하자고 만든 총연맹인데 현장에서 이 정신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현장 투쟁을 받아 안고 민주노총 이름으로 전체 전선을 만들겠다. 현장 투쟁이 승리해야 조합원들에게 자랑스러운 민주노총이 된다. 동지들께 하나 더 약속드린다. 코로나 시대의 투쟁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때로는 강철처럼, 때로는 바위처럼, 때로는 물처럼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유연한 전술 개발을 약속드린다. 물론 조합원 의견도 수렴해 함께 만들어 가겠다.

양경수 100만 명의 힘은 굉장히 위대하다. 조합원 100만 명의 힘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고 하면 한국 사회를 바꾸기는 쉽다. 전체 조합원 힘을 한데 모아 한국 사회를 바꾸는 투쟁을 해보고 싶다. 기회를 주신다면 실력 보여드리겠다.

이호동 지난 선거에서 결선에 올랐지만 아쉽게 2위를 했다. 그간 심신 정비를 하고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저희는 스스로 ‘준비된 위원장, 실력 있는 집행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어려운 시기 조직 수습과 대개혁의 과제를 완수할 집행부라고 자부한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시면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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