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산재 예방 효과적’vs ‘안전 개선 효과 없어’

국회 법사위, 공청회 열고 전문가 4명 의견 청취

23년째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를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선 매일 여섯 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는다. 위험을 외주화한 탓에 사망자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산업재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노동자의 생명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해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는 입을 모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3건. 민주당 박주민·이탄희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이사장인 김미숙 씨는 국민동의청원을 이용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섰고,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해당 법안이 국회에 회부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중대재해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법사위 위원들은 산업재해를 포함한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는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법사위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빠진 채 진행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그동안 산업재해로 기업주가 처벌받지 않고, 평균 500만 원 이하의 적은 벌금만 물었기 때문에 기업주와 기업의 책임과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반대하는 전문가는 해당 법안이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고 안전문제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험의 외주화 개선할 수 있을 것VS안전 개선 효과 없을 것

[출처: 국회 방송 캡처]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윤 건국대 교수는 “위험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든 그 위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실행돼야 한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단순 과실이 아닌 예방관리가 안 된 기업의 범죄"라며, "다수의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할 경우 기업 그 자체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에선 기업과실치사법과 보건안전법을 통해 원-하청 관계없이 위험을 만든 주체를 처벌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과실치사법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도급 및 위탁관계에서 안전 조치 및 보건 조치 의무의 귀속 규정이 있는데, 원-하청 관계없이 위험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든 그 위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많고, 실효성 면에서도 산업재해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불명확하고 제대로 된 행동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안전 관련 법규들이 수두룩하다. 그 상태에서 엄벌을 취하게 되면 애꿎은 사람들, 특히 중소기업이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 산업안전법을 정교하게 다듬는 ‘정상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김용균법이라고 해서 2018년 말에 산업재해에 따른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산업안전법이 개정되고 많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올해 9월까지 보면 정부가 가장 신경 쓴 건설업에서 사망재해가 20% 증가했다”라며 “이런 사실을 토대로 봤을 때 (처벌 강화가 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어느 정도 실증된 거라고 볼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기업주는 고의범? 과실범?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산업안전법의 한계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산업안전법의 경우 전통적인 형사법적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범죄 결과에 대해 직접 원인을 제공한 현장 행위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기껏해야 현장의 관리 책임자가 처벌되는 것이 다이다. 하지만 현대의 기업은 규모가 크고, 의사결정이 구조화되고 분산화되기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기업경영자, 기업자체에 범죄 결과에 대한 관여 행위, 관여행위가 그 결과에 미친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기업경영자의 산안법 위반 범죄를 기업 범죄로서의 안전 범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단순한 형량 강화가 아니라 안전 범죄에 대해 구조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구조적 책임은 기업과 기업 경영자가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발표하며 “형사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실형 선고가 떨어지는 경우는 2.93%, 평균 벌금액의 경우 개인이 420만 원, 법인이 447만 원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그는 자연인으로서의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이 산업재해를 막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자 처벌은 기업 범죄를 예방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을 아무리 처벌해도 벌금으로만 처벌할 수 있고, 벌금액도 높지 않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라고 경영자 처벌 강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산업안전법 관련 범죄는 과실범 형태라고 생각한다”라며 “과실범에게 하한형의 유기징역과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우연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피해자의 숫자로 가중되는 경합범 특례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또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안전 관리에 철저한 대기업조차도 이 법안 적용 시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기준 대부분 사망사고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94.4%,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7.2%가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재정력, 인력 부족으로 가혹한 처벌에 노출돼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업주, 기업에 대한 처벌, 과한 형벌 아니다”

김재윤 교수는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런 의견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부과된 책임을 일반적인 과실범 책임으로 오인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업주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이를 통해 중한 결과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결과적 과중범”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법인, 경영 책임자 등에게 3년 이상의 징역,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체적인 형사법 체계에서 법적용을 비교해 볼 때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법인에 부과되는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의 벌금도 실제로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에게 부과된 벌금액이 448만 원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또 책임 원칙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기업에 대한 벌금이 1억 원에서 지난해 산업안전법 개정을 통해 10억 원 이하로 대폭 상향이 됐다. 그러나 기업과 사업주가 가진 자금력, 자본에 비추어 볼 때 10억 원 이하 벌금형 규정은 일반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라며 “현행 양벌규정은 직접 행위자만을 처벌하고 있어 경영에 실질적 안전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 이사 등이 책임의 주체 의무의 주체가 아니라 처벌되지 않는 처벌의 공백이 있다. 이 공백을 메우고 고위 경영자에게 의무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책임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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