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 쓰려면 생리 증명하라는 공공기관 콜센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인권위에 인권침해 및 성차별로 진정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생리휴가 사용을 제한받고, 심지어 생리를 입증하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유로운 생리휴가 사용과 함께 해당 도급업체 퇴출과 건강보험공단 차원의 전수조사 및 개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생리휴가를 두고 벌어진 법 위반, 인권침해를 고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인권위에 인권 침해 및 성차별로 진정을 접수했다.

생리휴가 관련 인권침해가 일어난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로, (주)제니엘이라는 대형 인력 공급 업체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경인3고객센터에서 일하는 130명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생리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 했고,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도 사용기간과 인원을 엄격하게 통제받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14일 A 상담사가 당일 생리휴가를 청구하자 경인3고객센터 팀장은 근태사고라며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 팀장은 A 상담사에게 확인서를 요구하는 도중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는 말을 언급하기도 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B 상담사는 지난 11월 2일 생리휴가를 청구하자 우선 출근부터 해 휴가원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C 상담사는 11월 4일 생리휴가를 청구했는데도 약을 먹고 출근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출근해 휴가원 작성도 힘들다면 연차 사용을 쓰도록 강요받았다. 11월 9일 당일 생리휴가를 사용한 D 상담사는 팀장이 결근처리를 해, 평가점수가 감점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김명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장은 “근로기준법에 여성 노동자는 월 1회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10년 동안 근무하면서도 생리휴가가 있는지, 그것을 사용할 수는 있는지, 어떻게 사용을 하는지를 대다수가 모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리·감독하는 현장 대리인(매니저)에게 항의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들은 노동조합과의 면담도 거부했다. 도급업체 (주)제니엘의 본사 담당자 또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이렇게 도급업체는 상담사를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존재로만 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생리대 제출을 운운하며 증빙 자료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반인권적인 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단 운영의 자격이 없는 제니엘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상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해야 국민들도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4대 보험을 관리하는 다른 공공기관들은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해 고객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만이 아직도 고객센터 운영을 민간 업체에 맡기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구한다. 더 이상 도급업체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 법 위반과 인권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경인3센터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과 업체 퇴출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생리휴가 쓰면 도급업체 평가 점수 깎여…건강보험공단의 문제도 있어

한편, 제니엘의 이같은 휴가 통제엔 건강보험공단의 도급업체 평가 기준이 영향을 끼쳤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도급업체의 업무 수행 실적을 평가해 계약 금액을 차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재계약 시 업체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공단의 주요한 평가 항목은 응대건수(100점 중 19점)와, 응대율(100점 중 14점)인데, 개별 업체에서 당일 휴가 신청 등으로 평상시보다 근무 인원이 줄어들면 낮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또 생리휴가의 경우 해당 인원만큼 도급비를 삭감하지만, 연차휴가의 경우 도급비를 삭감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선 생리휴가보다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감독하지 않은 국가에 큰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정부에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기업주에 제대로 알리고, 관리·감독하고, 지도했다면 70년대에나 있었을 인권유린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과연 여성 노동자 인권 증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은 여성의 몸, 여성의 건강, 여성의 노동에 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김 여성위원장은 “생리통, 생리 전 증후군이라 불리는 것들은 개개인에 따라 기간도, 증상도 다 다르다. 몇천 년의 의학 역사에도 아직 생리통 원인을 찾지 못했다”라며 “월급이 깎이면서도 무급인 생리휴가를 신청하는 것은 그만큼 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는데 생리 중엔 얼마나 더 힘들겠나. 그런데도 당일에 나와 휴가원을 쓰고 가라는 것, 생리대 제출을 운운하는 것이 정말 기가 차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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