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비정규직이 길 열겠다” 4박5일 오체투지 시작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구의역부터 국회까지 22.5km 오체투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 단식 농성을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엔 오체투지에 나섰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 12월 10일부터 4박 5일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의 상징처럼 된 구의역부터 국회까지 나아갈 예정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10일 오후 1시 서울 구의역 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오체투지는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구의역은 2016년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군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년 노동자의 아픈 사연이 담긴 이곳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이날 오전엔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 묘역에 들러 고인을 추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가져오겠다고도 약속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주당은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기업처벌법은 놔두고 기업에 탄력근로시간제 개악을 선물했다”라며 “장시간 노동으로 사람이 죽어가는데, 기업에 또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면허증을 내주었다. 도대체 대통령과 민주당이 약속한 노동존중은 어디로 처박혔단 말인가”라고 노동개악에 나선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지난 11월 28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심장선 씨의 아들 A씨도 참여해 발언했다. A씨는 “아직 아버지 장례도 치르지 못했는데 발전소 측이 이제 그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라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아버지께서 좋은 곳에 가시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저녁 식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따뜻한 식사 꼭 하시라 말했는데 아버지 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빵을 드셨다. 나중에 사고 현장에서 아버지 화물차를 열어보니 까만 봉투에 우유와 빵이 그대로 있었다. 아침도 못 드시고 가셨을 텐데 빨리 장례를 치러 따뜻한 밥을 차려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구의역 김 군의 동료였던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도 발언에 나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임 지회장은 “심장선 님 아들을 보니 지난 4년 전이 생각난다. 김 군 어머니가 추모 온 행렬에 절을 하고, 아들에게 성실하게 일하라고 말한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하셨다. 다시는 이런 죽음 없는 사회를 만들어달라 말씀하셔 그렇겠노라 약속하고 왔는데 2년 뒤 김용균이, 얼마 전엔 발전소에서 심장선 님이 돌아가셨다. 구의역 사고 4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 곳곳이 구의역이고 태안화력발전소다. 참으로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군의 경우도 죽지 않아도 될 죽음이었다. 2013년 성수역과 2015년 강남역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는 그 책임을 하청업체와 해당 노동자의 과실로 떠넘기고 빠져나갔다”라며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사장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그 기업은 망한다’라는 정도의 제제가 있어야 사고를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현 구조의 문제를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소 비정규직 당사자들도 참가해 지금도 수없이 반복되는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증언했다.

김형수 대우조선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는 현장에서 찢어지고 부러지고 다쳐도 후환이 두려워서 산재 신청을 못 한다. 위험한 일은 대부분 하청이 도맡아 하지만 정규직 2배가 넘는 하청 노동자의 산재 신청건은 정규직 절반에도 못 미친다”라며 “사람이 죽어도 회사는 공정을 이야기하며 그 자리에 또다시 사람을 집어넣어 작업을 시켰다. 언제까지 우리는 돈벌이 수단이고 죽어도 말 못 하는 기계처럼 살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김 지회장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계속되는 죽음을 멈출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라며 “ 오늘 새벽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소위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은 얘길 듣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권리가 무시당한 것 같은 비참함 느꼈다. 코로나 정치를 중단하고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호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에선 창사 이래 46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한 달 평균 1명의 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엔 살인기업으로 등재된 적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 노동자들은 바다에 빠져 죽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 100톤이 넘는 철판에 깔려 흔적도 없이 죽고, 중장비에 끼어 죽고,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죽는데 원청 사용자는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라며 “원청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위험의 외주화를 만들어 하청 노동자를 죽인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죽을 줄 알면서도 작업을 시킨 건 분명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4박 5일 진행되는 오체투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총 22.5km를 절하며 행진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체투지를 통해 화력발전소의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은 김용균의 어머니를, 사내폭력과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다 떠나간 동준이 어머니를, 방송현장 비정규직 스텝들의 지옥 같은 현실이 바뀌길 바랐던 이한빛 PD의 아버지를, 안전교육도 안전장비도 없이 공사장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숨진 김태규의 누나를, 악몽 같은 건설현장에서 깨어나고 싶다며 떠난 김일두 씨의 아내를 만난다.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몸으로 길을 열고,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민주당에 엄중히 요구한다. 더 이상 사람의 목숨을 죽이지 말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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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노동자

    오체투지 하지 마시요. 중세적인 행위로 관철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일례로 러시아 혁명이 왜 발발했습니까. 황제를 지지하던 경찰과 가퐁신부가 노동자 계급과 민중을 조직화하였는데 그 민중이 빵을 달라고 하면서 궁정을 향하다가 총알이 발사되어 피의 일요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노선이 같은 데도 계급의 차이로 피가 발생하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적이고 중세적인 오체투지가 손톱만큼이라도 "먹힐 것" 같습니까! 다 근대교육과 현대교육을 받지 않았습니까. 님들의 심정은 백분 이해를 하나 어처구니 없고 얼토당토 않는 행위는 하지 마시요. 좌파가 좌파한테 총질하기를 바랍니까. 님들은 피켓을 드는 선이 가장 적합니다. 아니면 노동을 더 하시고 동지들을 더 모으시기를 바랍니다. 오체투지라니, 지금이 불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임금을 모시는 시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