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39평이 6억이라 우기는 변창흠

[1단 기사로 본 세상] 막말을 막말로 덮는 신묘한 재주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부동산 잡을 ‘특급소방수’라던 변창흠 국토부장관 내정자의 발언에 국민이 공분했다.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서울)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 마치 (박원순)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며 반노동 시선을 드러내더니, 공공임대주택 관련 회의에선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 “입주자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약자 혐오를 여실히 드러냈다.

변창흠을 내정하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설레발 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정 다음날부터 국민의힘과 부동산 개발 첨병인 극우신문이 십자포화 쏟는 바람에 잠시 헷갈렸다.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은 “변 후보자는 김현미보다 더할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동아일보는 12월7일자 사설을 ‘국토장관 내정자의 反시장적 부동산 인식 우려된다’고 일갈했다. 때문에 변 내정자가 동자동사랑방이나 빈곤사회연대처럼 주거권 운동을 벌여온 인물로 착각했다.

같은 날 행안부 장관으로 내정된 전해철이 2003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43평 아파트를 7억 원에 사서 2018년에 22억 원에 팔아 공돈 15억 원을 챙겼다는 얘길 듣고 딱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매경 12월8일 31면.

변 내정자도 딱 그런 사람이었다. 변 내정자는 2006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39평짜리 아파트를 5억2300만 원에 샀다. 이번에 인준청문을 준비하면서 그 아파트 가격을 6억530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14년 동안 1억만 올랐단다. ‘미친 거 아니냐’고 물을 만했다.

  매경 12월10일 8면.

그러나 23일 청문회에서 이를 제대로 지적하는 의원이 없었고, 모두 널리 알려진 막말을 지적질하다가 끝날 뻔했다. 그런데 그에겐 자신의 막말을 새로운 막말로 덮는 놀라운 재주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여자는 화장 때문에 아침 외식이 어렵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청문회 다음날 여러 신문 변창흠 관련 기사제목.

그가 사는 방배동에선 최근 발달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람들은 ‘송파 세 모녀’에 이어 이를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라고 이름 붙여 애도하고 있다.

변 내정자 주장대로 하면 부동산 폭등은 남의 나라 얘기다. 변 내정자는 2013년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세입자들이 연대해 권리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는 서초구 아파트 깔고 앉아 돈 세면서 대중 앞에선 이런 말을 한다. 이 ‘기시감’은 나 혼자만 느끼는 건가.

이런 집권 세력의 장관과 국회의원, 단체장이 일치단결해 ‘공정’을 말하는 판이니, 탐욕이 온 나라를 덮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시절 길 가다 보면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이름으로 나붙은 플래카드를 수없이 봤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해 위험하다고 진단이 내려졌는데 우리는 ‘축하’할 일이라며 ‘통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옆벽엔 큼직하게 “비가 오면 천장 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 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는 글자를 박은 붉은 색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매일경제는 10월 23일 30면에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죽기 전에 재건축… 붉은 현수막 내건 목동단지들”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기사는 “목동신시가지 9단지가 지난 9월 안전진단에 ‘최종 탈락’해 재건축 사업에 빨간불이 켜지자 7단지를 필두로 인근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고 해야 맞다. 안전진단에 탈락했다면 위험해서 재건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맞다.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해 아직은 살만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거꾸로 ‘탈락’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매일경제 10월23일 30면.

기사 안엔 이런 뒤집힌 표현이 수두룩하다. “목동9단지는 1차는 ‘통과’했으나 9월말 2차 검토에서 C등급으로 ‘통과’하지 못했다”거나 “성산 시영은 1차 점수에서 목동9단지보다 안전도 높았음에도 지난 5월 2차도 ‘통과’했다”고 거꾸로 말한다. 홑 따옴표 친 ‘통과’는 모두 ‘탈락’으로 써야 옳다.

제 집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만큼 위험하다는 진단을 ‘통과’라고 표현하면서 환호하는 세상이다.

이 정부 들어 ‘공정’이란 말도 거꾸로 사용된다. 한국일보는 12월 4일 18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을 반대하는 회견을 열었던 사진을 다시 실었다. 이들은 자신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불공정’한 전환에 반대한다며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했다. ‘과정의 공정’, 이 말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단어다. 대통령이 말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불공정을 실천하니 국민도 따라 간다.

  한국일보 12월4일 18면.

정규직 노조원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공채시험은 과연 공정한가. 하나은행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일명 ‘VIP 리스트’를 만들어 고위 임원 관련 지원자와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 법원은 12월 9일 채용비리에 가담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과 직원에게 유죄를 인정했지만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년 반이 지나서 나온 판결이었다. 이번에도 은행장이나 임원은 큰 처벌 없이 인사부장과 담당자만 처벌 받았다. 이들이 위반한 법은 고용평등법이다. 고용시장 입직 과정은 굳이 비리가 없어도 결코 공정하지 않다.

  매경 12월10일 29면.

최근 배달앱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보관해온 중개업체 대표가 경찰에 적발됐다. 중개업체 대표는 2018년 8월부터 2년간 배달앱 이용자들이 주문할 때 입력한 개인정보 2300만 건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서버에 보관했다. 경찰은 중개업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보가 곧 돈이다. 내 집에 현관 문 비번은 이미 모든 택배업체가 다 안다. 전화로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밤에 집에 오면 택배상자가 문 앞에 떡하니 놓여 있다. ‘현관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왔지?’

  매경 12월8일 31면.

세계 배달 앱 1위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난해 국내 1위 배달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을 40억 달러(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인터넷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독일 기업이 변변한 유형자산도 거의 없는 배민을 5조원에 샀을 땐 그동안 축적한 고객의 개인정보가 가장 큰 자산이었을 거다.

중앙일보는 배민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을 지난해 12월 14일 12면에 보도하면서 ‘잭팟 터뜨렸다’는 제목을 달았다. 돈벼락을 맞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플랫폼 기업은 이렇게 흩어진 고객정보로 몸집을 불리지만, 고객은커녕 자기 직원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모든 게 돈으로만 보이는 세상이니.

배우 류승룡이 나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묻던 B급 홍보광고에서 답은 ‘배달의 민족’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있는 놈들에겐 ‘호구’나 ‘봉’이다”가 정답이다.

  중앙일보 2019년 12월14일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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