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청소노동자를 얼려죽이려 한다”

청소노동자 탄압하는 LG에 분노한 노동자·시민, LG 제품 및 서비스 불매운동 나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LG트윈타워의 청소 노동자들이 본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지 1월 4일로 19일 차다. 30여 명의 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파업과 함께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난방조차 되지 않는 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외부의 출입도 금지된 채 고립돼 있다. 연대 시민과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이들을 만나러 와도 건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쉬운 발걸음을 하고 만다. 조합원들은 한번 밖으로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으니 몸이 아파도 버티고 있다. 지난 1월 1일엔 2명의 조합원이 쓰러져 구급차까지 불렀지만, 이들은 병원으로 호송되길 거부하고 농성을 지속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안금례 조합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안금례(63)씨는 “LG가 노동자들을 얼려 죽이려고 한다”라며 “핫팩과 침낭 하나로 엄동설한을 버티고 있다”라고 분개했다. 안 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 주말 모두 난방을 끈다. 어떤 난방기구도 하나 못 켜게 해서 돗자리 위에 침낭을 깔고 핫팩 몇 개에 의지해 잠을 자는데 추워서 금방 깨버린다”라며 “문이 고장 났다고 찬 바람이 들어오는 문을 닫지도 않고, 그대로 둬서 농성하는 곳은 정말 시베리아가 따로 없다”라고 설명했다.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던 안 씨는 지난 3일 혈압을 쟀을 때 168이라는 높은 혈압이 나오기도 했다.

조합원들을 또 힘들게 하는 것은 용역 직원들이 만드는 험악한 분위기와 비인간적 대우다. 안 씨는 “가끔 충돌이 있으면 잘 타일러도 봤다. 하지만 대꾸도 없이 사람을 노려보며 제압하는데, 그 눈빛이 잠들기 전까지도 계속 심장을 벌렁거리게 한다”라고 털어놨다.

  LG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4일 기자회견을 지지하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건물 밖으로 한 번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안에서 기자회견을 바라봤다.

그는 이어 “고립된 채 외롭게 싸우는 조합원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조합원들의 소망인 고용승계를 꼭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에게 고용승계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지수INC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 온 업체 백상기업은 공정 절차에 따른 채용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용역업에서 새로운 업체가 영업을 개시할 때 기존 인원을 고용하는 기존 관행을 완전히 무시한 절차로, 노동조합은 이 또한 LG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용역업체가 원청과의 협의 없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과거 홍익대를 비롯해 노동조합 와해를 목적으로 용역업체 변경을 이용해 집단해고를 추진한 사례들과 동일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안 씨는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집안의 가장으로 고용승계도 중요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이런 탄압을 받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지만 한 사람의 힘이라도 더 모아야 하는 이 상황에서 우린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다고 서로를 다독인다. 탄압당하는 만큼 우리끼리의 결속이 더 강해지는 걸 느낀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농성장에서 앉아있는 조합원 [출처: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농성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식사와 전기 끊으며 새해부터 노동탄압

지난 1월 1일엔 LG 트윈타워 관리업체인 S&I코퍼레이션(이하 S&I) 측이 농성 중인 이들의 밥 전달을 막고, 전기와 난방을 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 경비들이 음식을 탈취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해 공분을 샀다. 용역 경비뿐 아니라 S&I의 직원들도 폭력적인 상황을 주도해 물의를 일으켰다. S&I는 LG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지난 1일 용역직원 한 명이 농성장 안으로 반입하려고 한 초코파이 한 상자를 들고 도주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SNS에 게시돼 4일인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영상 캡처]

건물 내 농성을 함께 하는 한 노조 관계자는 “1월 1일부터 조합원을 감시하고 건물 출입을 막는 용역들이 증원됐다. 하지만 지난 1일 음식물 반입을 막고 조합원들에게 욕을 하며 폭력적인 상황을 주도한 것은 S&I의 직원들이다. LG 측이 이러한 폭력 사태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음식물 탈취 및 폭력 현장에 있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LG트윈타워 공대위)’ 관계자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공대위에서 활동하는 박상헌 씨는 “유리 회전문에서 음식을 반입하려는 연대자들과 용역 직원 간의 대치가 있었는데 용역 직원이 10명도 넘게 밀고 나오면서 연대자들이 유리문에 끼였고, 유리문이 깨지면서 크게 다칠 뻔했다”라며 “관리자들은 용역 직원들에게 ‘버텨’라고만 할 뿐, 부상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경찰 역시 이 사태를 보고만 있어서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음식물 반입과 전기 공급은 2일 점심부터 재개됐다. 3일 오전엔 난방이 다시 시작됐다. LG나 S&I 모두 청소노동자들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기업은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지침상 건물 안에서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몇 시간 동안 전기 공급을 막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음식물 반입 금지에 대해선 어떤 해명과 사과도 없었다.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분노들

한편 LG 측의 수수방관과 거짓말로 점철된 해명들은 노동자·시민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SNS 등을 통해 알려져 있고, 이들이 지난 12월 16일 집단해고를 통보받으면서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한 끼 연대’에 3,000건에 육박하는 입금이 이뤄졌다. SNS 이용자들은 LG 불매를 제안하기도 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에 4일 오전 LG트윈타워 앞에선 청소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한 LG를 규탄하며 LG 불매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LG트윈타워 공대위는 “LG는 그동안 쌓아온 ‘윤리경영에 신경쓰는 착한 기업’ ‘좋은 제품 만들고 선행하면서 홍보도 잘 못 하는 안타까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라며 “이웃사랑 성금은 120억 원을 내지만 10년 일한 청소노동자들은 쫓아내는 LG의 위선적인 행태를 멈출 방법은 불매운동을 포함한 사회적 압력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불매운동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받을 때까지 지속할 계획이다.


LG트윈타워 공대위가 지목한 불매운동 대상 기업은 LG전자,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로 LG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LG트윈타워 공대위는 4일부터 LG불매 서명을 시작하며, LG제품을 사지 않는다, 구매를 보류한다, 주위에 불매를 권유한다는 이야기를 SNS에서 수집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김희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주로 중년의 여성들이 젊은이들이 오지 않는 곳에서 자기 목숨을 갈아 넣어 하는 일이 청소다. 최저임금을 주고 부려왔으면서 8시간 이상 부려 먹으며 7.5시간으로 계약해 무급 노동을 시켰으면서 돈에 미쳐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언론플레이를 해서 행복하십니까?”라며 “지금부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LG를 불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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