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인 사회주의정당 대표들, 중대재해법 누더기 우려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 아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단식 중인 사회주의 정당 대표들이 ‘누더기 법안’을 우려하며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다시 논의되는 5일 오전 사회변혁노동자당(이하 변혁당)과 노동당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 아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논의가 ‘누더기법’ 제정으로 흐르고 있다”라며 “거대 여야와 정부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법안을 후퇴시키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보다 재벌과 사용자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누더기로 제정된다면, 이는 거대 여야가 대변하는 한국 보수정치의 조정이 될 것이다. 국민의 절규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정치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라며 “재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은 투쟁과 저항에서 시작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수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우선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인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에서 법 적용을 각각 4년과 2년 유예하는 문제를 짚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재가 자주 일어나 산재 예방책이 필요한데 유예 조항이 생겼다. 이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법 적용을 제외하는 대상이 많은데 이럴 때 정부가 나서지 않고 자꾸 의무를 등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또 정부 수정안이 애초에 제출된 법안보다 대폭 축소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경영책임자 의무에는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예산만 명시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되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안전작업을 위한 2인 1조 같은 인력 부족 문제는 처벌 대상이 아니게 된다. 수정 법안에 따르면 휴대폰 메탄올 중독 사고도 처벌 대상이 아니게 되는데 급성 중독 사고로 인정받기 위해선 동일 원인으로 5명 이상에게 발생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 외에도 손배 상한액을 정해두고 인과추정원칙은 삭제한 채 제출됐다”라고 우려했다.

9일째 단식 중인 양당 대표는 수많은 산재 사망이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점을 짚었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새해 연휴, 국회의원들이 쉴 동안에도 자식 잃은 두 부모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국회 앞을 지켰다”라며 “제대로 투쟁하지 못해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 최전선에 나와 싸우게 만든 점 죄송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현린 대표는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서 멈추지 않고 정말 인간다운 조건 속에서 노동할 수 있는 세상, 더 이상 자본이 이윤을 위해 인간의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 세상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태연 변혁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 책임자인 이 정권의 각 중앙부처에서 피와 눈물로 쓴 중대재해기업법을 난도질하고 있다”라며 “어제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입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째로 미루자는 망발까지 나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논의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이 죽기 때문인데 수많은 죽음의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는 오직 이윤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윤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을 경쟁에 내몰고 약육강식을 내면화하는 자본주의의 가치와 논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과제로, 이번에도 미뤄진다고 하면 노동운동가, 사회운동가들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염원하며 노동당과 변혁당도 투쟁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양당 대표와 같은 날 단식에 돌입한 산재 유가족도 마이크를 잡았다. 고 김동준 씨 어머니 강석경 씨는 “제 아들은 마이스터고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직장 내 선임들의 괴롭힘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라며 “선임들이 아들을 폭행한 이유는 일을 잘 못해서였는데 인력 부족과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동료 간 배려가 없었던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인력을 충원했다면, 경쟁을 부추기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일터에서 더이상 죽지 않게, 법의 울타리에서 우리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더 이상 지체 말고 제대로 된 법안을 논의하고 심의해 달라”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30일 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이날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선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30일째를 맞이하는 날이기도 했다. 산재 유가족 김미숙, 이용관 씨와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단식 26일차를 맞이했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계, 종교계 등 노동·시민사회계의 단식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중대재해기업처벌 합의를 이루면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은 중소기업계 등에서 청취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다시 한번 재계의 의견을 상당히 반영한 법안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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